2. 의문

운영위원회 간사를 맡고 있는 대학 후배의 설명에 따르면, 어떤 회원의 이의 제기로 오전에 긴급회의가 열렸고, 토의 결과 내 글을 전부 삭제하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일요일 아침부터 무슨 이의제기가 있었기에 긴급회의를 열었다는 것인지, 그리고 이의제기가 있으면 해당 글만 삭제하던가 하면 될 일이지 왜 전체 글을 삭제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의 연재 중에서 이의 제기가 된 글은, 내가 <강산아카데미>에서 활동하는 어떤 회원을 소재로 하여 픽션을 가미한 글이었다. 그 회원은 강남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학원장이었는데 이 글 중에서는 스포츠센터를 운영하는 것으로 묘사되었고, 그 회원은 시의원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회원이 나의 글을 읽고 그 글이 자기를 연상케 하는 글이며, 또한 자기가 다음 선거에서 시의원으로 출마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판에, 공천을 받고자 경합을 벌이고 있는 상대 후보가 보면 마치 자기가 인터넷 카페를 통해 사전 선거 운동을 하는 것으로 의심받을 수 있다며 즉시 글을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고 한다.

세상에 시의원으로 출마하는 일이 아주 흔한 일은 아니거늘 하필 내가 임의로 설정한 내용이 그 회원의 현실에 딱 맞아 떨어지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그러나 그 부분은 내가 그런대로 납득할 수 있었다. 문제는 왜 다른 글까지 전부 삭제했는가에 대한 것이다.

후배는 더욱 기막힌 이야기를 했다. 글을 내리라는 운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일반 회원들이 글을 보지 못하도록 '숨기'에 글을 저장해야 했는데, 마음이 다급한 나머지 덤벙대다가 실수로 글이 날아가 버렸다는 것이다. 후배는 이 모든 게 다 자신의 미숙으로 인해 발생한 일이라며 연신 사죄를 했다.

그 후배는 내가 학창시절부터 알고 지내던 후배인데, 그가 이 모임의 회원이고 운영위원회 간사라는 사실은 내가 모임에 가입한 후에야 알았다. 개인적인 취미활동이라 그동안 만나면서도 내색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나로서는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몇 개월간에 걸쳐 쓴 글이었고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쓴 글이었다.

그 글들은 통째로 날아갔고, 인터넷으로 복구가 가능한지 알아봤으나 예전에 만들어진 프로그램이라 복구하는데 시일이 걸린다는 것이다. 후배의 난처한 얼굴을 보며 글이 날아간 것에 대해서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후배를 탓한다한들 달라질 건 없었다. 나는 후배를 위로하며 궁금한 점을 물었다.

"그래. 그거야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런데 왜 내 글을 전부 내리기로 결정한 건지, 그 이유나 들어 보자"

후배에 따르면 문제가 된 나의 글은 아홉 번째 올린 <9>편 글이었고, 그 글이 문제가 되자 다른 글들도 문제가 제기될 수 있으니 전부 삭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며, 표결에 붙인 결과 찬성 4표, 반대 3표로 전체를 삭제하는 쪽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운영위원회 위원 중에는 평소에 내 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던 위원이 3명 있었고, 후배인 간사를 포함하면 나의 전체 글을 삭제하는데 반대할 사람이 최소한 4명, 삭제하는 안에 대해 부결이 되는 게 마땅할 터였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7명중 삭제에 반대한 사람이 3명뿐이었다고 한다. 나를 잘 알고 내 글을 변호해줄 것으로 예상되는 4명중에 한 명이 찬성을 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나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4명중에 찬성한 사람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는 왜 그랬던 것일까?

<계속>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심창식 주주통신원  cshim777@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