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아비바람꽃, 피나물, 산무릇, 은방울꽃

지난 5월 18일 태백산에서 야생화 군락지로 유명한 금대봉~대덕산 일대를 다녀왔다. 여유가 없어 사진첩에만 넣어놓고 있었는데... 이제 더는 못 참겠다고...  꺼내 달라고... 와글와글 거린다.

2년 전 5월 초순에 금대봉~대덕산 일대로 야생화를 보러 갔다. 얼레지, 꿩의바람꽃, 선괭이눈, 현호색, 왜미나리아재비, 산괴불주머니, 노랑제비꽃, 개별꽃 등을 원 없이 봤다. 그때보다 보름 정도 늦었는데 금대봉~대덕산 일대에 피는 야생화 주종이 완전 바뀌었다.

얼레지는 간신히 몇 송이만 만났는데 그것도 꽃잎을 닫는 얼레지였다. 얼레지와 함께 신랑·신부처럼 나란히 피어 있던 꿩의바람꽃은 한 개체도 만날 수 없었다.

꽃잎을 닫는 얼레지

대신 '홀아비바람꽃'이 천지로 피었다. 바람꽃은 대부분 꽃대가 가늘다. 바람에 쉽게 살랑살랑 거려 바람꽃이란 이름이 붙었다. 홀아비바람꽃도 가는 꽃대를 가졌다. 그 가녀린 꽃대에 꽃이 딱 한 송이 올라온다. 왠지 외로워 보인다. 그래서 홀아비란 말이 붙었을까?

홀아비바람꽃

야생화백과사전에서 알려주는 홀아비바람꽃 이름의 유래는 이렇다.

고려 때 한 청년이 열심히 공부해 과거에 합격한 후 결혼했다. 하지만 3년 뒤 아내는 병을 얻었다. 아내는 죽어가면서 유언을 남겼다.

“내가 죽으면 이 하얀 모시저고리를 안고 주무세요. 그러다 새 각시를 얻으면 이 저고리를 땅에 묻어주세요.”

몇 년 뒤 남편은 재혼을 했고 아내 유언에 따라 하얀 모시저고리를 묻어주었다. 이듬해 그곳에서 희고 가는 꽃 한 송이가 피어 진한 향을 냈다. 사람들은 그 꽃을 홀아비바람꽃이라 불렀다.

홀아비바람꽃. 가운데 녹색으로 보이는 것도 수술이다. 시간이 지나면 황색으로 바뀐다.
홀아비바람꽃. 가운데 녹색으로 보이는 것도 수술이다. 시간이 지나면 황색으로 바뀐다.

홀아비바람꽃은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종으로 ‘조선은련화’라는 멋진 이름도 가졌다. 높은 산이나 숲속 깊은 곳에서 자란다. 4~5월에 피는 꽃에는 꽃잎은 없다. 꽃잎처럼 보이는 흰색이 꽃받침이다. 수술이 많고 꽃밥은 황색이다. 암술머리는 대가 없어 보이질 않는다. 

홀아비바람꽃

그 다음 천지인 꽃은 '피나물'이다. 5월 초순에 현호색이 들어앉았던 자리에 온통 피나물과 홀아비바람꽃이 군락을 이루며 어우러져 피어있다.

피나물과 홀아비바람꽃 군락

줄기와 잎을 자르면 노란빛이 도는 붉은 즙이 나와서 이름 지어진 피나물은 양귀비과답게 화려하다. 숲속에서 살며 4~5월에 꽃이 핀다. 꽃잎은 4장이며 윤기가 돌아 반짝반짝 빛난다. 꽃 속에 많은 노랑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다. 꽃이 화려하고 예쁜 것만큼 독성도 있다 하니 조심해야할 꽃이다.  

피나물

‘산무릇’이라고도 부르는 ‘나도개감채’는 깊은 산에서 산다. 식물 이름에 ‘나도’란 말은 비슷하지만 같지는 않다는 데서 붙는 말이다. '나도개감채'는 "나도 개감채랑 같단 말이야. 나도 개감채라고 불러줘~~'라고 한데서 붙은 이름이다. 

나도개감채(산무릇 )

‘나도개감채’는 4~5월에 꽃이 피는 백합과 여러해살이풀이다. 하얀 꽃잎에 연두색 줄이 선명해서 청초하고 고귀한 느낌이 드는 꽃이다. 여러 송이가 한 줄기에서 달린다. 

나도개감채(산무릇 )

반면 '개감채'는 같은 백합과 여러해살이풀이지만 7~8월에 꽃이 핀다. 넓은 종 모양의 흰색 꽃이 줄기 끝에 1개씩 달린다. '개감채' 사진은 주주통신원 이호균 선생님 블로그에서 가져왔다. 

개감채(사진출처 : 이호균 주주통신원 블로그(https://blog.daum.net/ihogyun/2762831))
개감채(사진출처 : 이호균 주주통신원 블로그(https://blog.daum.net/ihogyun/2762831))

'산무릇(나도개감채)'는 같은 백합과인 '중의무릇' 과 비슷하지만 중의무릇은 한 줄기에서 나온 여러송이 꽃이 우산모양으로 붙는다. '중의무릇'의 영어명은 ‘베들레헴의 노란 별(yellow star of Bethlehem)’이었는데... '산무릇'은 'Striation-flower alp lily'이라고 한단다.  '줄무늬가 있는 산속 백합'이라고 하면 될까? 내 눈에는 '중의무릇'보다 더 예쁜 꽃인데... 이름이 너무 사실적이다. 내가 지은 '산무릇'의 영어명은 ' White shooting alp elp'으로 하고 싶다. '하늘에서 떨어진 하얀 산속요정'   

2019년 5월에 찍은 금대봉에서 찍은 중의무릇
2019년 5월에 찍은 금대봉에서 찍은' 중의무릇'

이렇게 귀여운 은방울꽃은 처음이다. 아직 덜 핀 은방울꽃이 잎 아래 다소곳이 숨어 있다. 일부러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찾을 수 없다. 꽃은 4~5월에 흰색으로 핀다. 열매는 9월에 맺는데 빨간 열매도 참으로 예쁘다.   

금대봉 은방울꽃
금대봉 은방울꽃

은방울꽃에도 슬픈 이야기가 전해진다. 예수님 십자가 아래서 성모 마리아가 흘린 눈물에서 피어난 꽃이란다. 그래서 별명이성모마리아의눈물'이라고도 하고 '성모마리아꽃'이라고도 부른다. 

다른 전설도 있다.  프랑스에 용감하고 정의로운 '레오날드'라는 청년이 있었다. 하루는 사냥 중 큰 독사를 만났다. 독사는 마을 사람들을 괴롭히던 독사였다. 레오날드는 독사로부터 마을사람들을 지켜주기로 마음먹고 독사와 사흘밤낮으로 싸운다. 그는 승리했지만 심한 상처를 입고 마을로 돌아오다 죽는다. 그가 걸어간 발자국마다 핏방울이 떨어졌고 그 자리에 방울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이 은방울꽃이라고 전해지는 이야기가 있다.

금대봉 은방울꽃 
금대봉 은방울꽃 

은방울꽃은 모양도 예쁘지만 그 향기도 대단하다. 국립수목원에 가면 은방울꽃을 무리지어 심어 놓은 곳이 있다. 5월에 그 옆을 지나가면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은은한 향기가 주변으로 퍼진다. 워낙 향이 좋아 '향수화'라고도 부르며  향수 재료로도 사용된다.

지난 5월 9일 국립수목원에서 만난 은방울꽃
지난 5월 9일 국립수목원에서 만난 은방울꽃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산괴불주머니'도 많이 만났다. 산괴불주머니는 이른 봄인 4월부터 초여름인 6월까지 꽃이 피는데 5월 중순 넘어 가장 색이 곱지 않나 싶다. 산괴불주머니 꽃잎에 이름 모를 곤충 한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한참을 지켜보아도 움직이지 않는다. 아마도 그 고운 색에 반해 떠나지 못하는 것 아닐까? 산괴불주머니 꽃말이 ‘보물 주머니’라고 하는데...  내 눈엔 그 색이 보물이다. 

산괴불주머니와 이름 모를 곤충 
산괴불주머니와 이름 모를 곤충 

이제 겨우 반도 못 왔다. 더 보여줄 꽃은 다음 편에 소개하고자 한다. 날씨가 무척 좋았다. 구름과 어우러진 시원한 금대봉 능선이다. 

참고 사이트 :  이호균 주주통신원 블로그 /https://blog.daum.net/ihogyun/2762831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부에디터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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