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꽃 잔치가 펼쳐진다. 산에서 보는 하얀 야생화 중 가장 청초함이 느껴지는 꽃은 봄에는 '꿩의바람꽃'이고 여름에는 '산꿩의다리'가 아닐까 한다. 우연인지 아닌지 둘 다 미나리아재비과에 '꿩'자가 들어갔다. 가을꽃은? 아직 잘 모르겠다. (사)숲과문화연구회에서 9월 21일 석병산을 찾아 간다. 석병산도 야생화가 많다고 하니 꼭 따라가 가장 청초한 가을 야생화를 찾아봐야겠다.   

▲ 산꿩의다리

'산꿩의다리'는 미나리아재비과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원래 귀한 꽃이기도 하지만 6~7월에 피는 꽃이라 많이 보진 못했다. '꿩의다리'는 줄기가 꿩의 다리처럼 생겨서 이름 붙었다 한다. '꿩의다리'는 산기슭 양지에서 자라고 키가 1~2m인 반면, '산꿩의다리'는 숲속에서 살며 키가 약 50cm다. 숲속에서 살아 꿩의다리 만큼 햇빛을 받지 못해 키가 크지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꿩의다리' 종류로는 '산꿩의다리'를 비롯하여 '은꿩의다리', '금꿩의다리', '자주꿩의다리' 등이 있는데 모두 탄성이 나올 정도로 깨끗하게 예쁘다. 왜 그렇게 보일까? 산꿩의다리만 보자면 흰 꽃에는 꽃받침도 없고 꽃잎도 없다. 하얀 수술로만 꽃을 만들었다. 마치 깊은 숲속에 사는 요정이 마법지팡이로 흩뿌려놓은 하얀 빛들의 결정체 같다.     

다음으로 송이버섯이 생각나는 '흰송이풀'이다. 

▲ 흰송이풀과 송이풀(송이풀 사진 : 이호균 주주통신원 제공)

깊은 산속 양지에서 자라는 '흰송이풀'도 여기저기 많이 보인다. 흰송이풀은 현삼과 여러해살이풀이다. 송이풀은 흰송이풀과 모양은 거의 같지만, 연자주 꽃이다. 송이풀을 꽃대 끝에 달린 꽃이 핀 것 같기도 하고 안 핀 것 같기도 하면서 송이를 이루고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하고, 송이풀이 필 때면 송이버섯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도 한다. 어린순과 연한 잎은 나물로 먹는다. 꿀이 많아 밀원식물로 심기도 한다.

▲ 쉬땅나무

흰 색임에도 화려한 쉬땅나무는 장미과 관목으로 6~7월에 꽃이 핀다는데, 8월에 보았으니 운수 좋은 날이다. 이북지방에서는 수수깡을 사투리로 쉬땅이라 부른다. 꽃 모양이 마치 수수 이삭처럼 보여서 쉬땅이란 이름이 붙었다. 흰 꽃들이 가지 끝에 조밀조밀 모여 마치 하얀 솜사탕을 달고 있는 것 같다. 조흰뱀눈나비도 그 달콤함을 아는지 꽃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아름답고, 꿀이 많고, 키도 2m 정도로 커서 관상용으로 밀원식물로 심는다.

▲ 꼬리조팝나무(사진 : 이호균 주주통신원 제공)

6~8월에 피는 꼬리조팝나무가 쉬땅나무와 많이 비슷하다. 색만 분홍색으로 다르다. 꼬리조팝나무도 같은 장미과다. 이번 탐방에서 본 것 같은데 사진을 미처 찍지 못해 이호균 선생님 사진을 빌려왔다. 2m까지 크는 꼬리조팝나무도 꽃이 풍성하고 아름다워 관상용으로도 밀원식물로도 심는다 한다. 

▲ 참취

8~10월에 꽃이 피는 '참취'는 국화과 여러해살이 풀이다. 향이 좋아 산나물 중 진짜 최고라고 '참'이 붙었다. 참취의 어린순과 어린잎을 취나물이라고 부른다. 생으로 싸 먹기도 하고, 볶거나 부침개, 떡을 해서 먹기도 하며, 장아찌도 담아 먹기도 하고 삶아 말려 나물로 무쳐 먹기도 한다. 김강숙 선생님 말로는 요새 시장에서 파는 취나물은 이름 끝에 ‘취’가 붙는 온갖 취나물을 다 섞은 나물이란다. 진짜 취나물만으로는 그렇게 많은 양을 만들 수 없다고... 

‘취'자가 붙는 나물 100여 종 중 국내 60여 종이 자생하고 있으며 24종이 식용으로 활용된다. 참취, 곰취, 개미취, 미역취, 더덕취, 미나리취, 싸리취, 수리취, 서덜취, 각시취, 단풍취, 바위취, 분취, 누룩취, 병풍취 등이 그것이다. 

▲ 까실쑥부쟁이

8~10월에 피는 '까실쑥부쟁이'를 보니 태백산은 벌써 가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까실쑥부쟁이는 잎 겉면이 까칠까칠해서 까실쑥부쟁이라 한다. 까칠한 맛에 껄큼취라고도 부르는데 '취'가 붙은 만큼 어린잎은 나물로 먹는다. 

가을 산에 가장 많은 꽃은 쑥부쟁이와 구절초가 아닐까 한다. 통상 이들을 들국화라 부른다. 들국화가 피면 가을이 오고, 지면 겨울이 온다고 할 정도로 들국화는 가을꽃이다. 쑥부쟁이나 구절초 모두 국화과 여러해살이풀이라 구분이 쉽지 않다.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잎을 보면 된다. 구절초 잎이 작은 국화잎 모양이라면 쑥부쟁이는 잎이 길고 날씬하다.

▲ 참나물

'참취'는 뭐고 '참나물'은 뭘까? 7~9월에 꽃이 피는 미나리과 여러해살이풀인 참나물은 생으로 먹을 수 있는 산나물 중 최고라 이름에 '참'자가 붙었다. 참나물은 생으로 먹는 것 중 최고고, 참취는 모든 나물 중 최고란 말인가? 참나물의 어린잎은 잎자루와 함께 생으로 쌈 싸 먹기도 하고 겉절이로 무쳐 먹기도 하고 데쳐 나물로 먹기도 하고 부침개에 넣어먹기도 한다. 참나물은 연해서 즉시즉시 생으로 먹는 용이고 참취는 삶아도 뭉개지지 않는 저장용 나물이라고 보면 될까?

▲ 어수리

7~8월에 피는 '어수리'는 미나리과 여러해살이풀이다. 어수리 꽃은 참 예쁘다. 덜 핀 몽우리가 활짝 핀 꽃과 함께 꽃차례를 이루고 있다. V자 꽃잎이 둥글게 돌고 있는 모습이 꼭 바람개비 모양이라 바람이 불면 휘리릭 돌 것만 같다. 꽃이 특이해서 다음에 만나도 반갑게 인사할 수 있겠다.    

어수리 어린잎은 향도 좋고 맛도 있어 나물로 인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그럴까? 어수리 어원은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만큼 맛있는 나물이라는 데서 왔다는 설이 있다. 

▲ 개당귀(지리강활)

8∼9월에 꽃이 피는 미나리과 여러해살이풀인 '개당귀'는 참당귀와 매우 닮아 개당귀라고 부른다. 참당귀는 먹는 풀인데 개당귀는 독초다. 독초이긴 해도 꽃은 예쁘다. 마치 오는 가을을 반기듯 작은 폭죽을 터트리고 있다.

'지리강활'이라고도 하는데 지리산에서 처음 발견된 '강활'이라 지리강활이라 부른다. '강활'이란 이름은 한방에서 왔다. 가을에 캐서 햇볕에 말린 강활의 뿌리는 감기, 진통, 발한 등에 쓰인다고 한다.

이를 '흰바디나물'이라고 알려주신 분도 있다. 흰바디나물은 멸종위기에 있는 풀이라 설마 우리 눈에 띄었을까... 싶어서 개당귀로 정했다. 혹 흰바디나물이 맞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다.

▲ 참당귀

진짜 당귀인 '참당귀'도 미나리과 여러해살이풀이다. 8~9월에 줄기 끝과 가지 끝에서 20~40개 자주색 꽃이 핀다. 지금 막 꽃이 싱그럽게 터져 나오고 있다. '당귀(當歸)'라는 말은 마땅할 當에 돌아올 歸로 '마땅히 돌아오다'라는 뜻이다. 당귀를 달여 먹으면 허해진 기운이 다시 회복된다는 데서 유래한다. 어린잎을 쌈으로 먹거나 겉절이도 하고 삶아서도 먹는다. 간장이나 고추장에 넣어 장아찌를 만들기도 한다고 한다. 약용식물로도 재배한다고 하니 '참'자가 붙을 만하다.

▲ 왼쪽 : 지난 6월 곰배령에서 본 큰까치수염, 오른쪽 : 금대봉 큰까치수염

앵초과인 '큰까치수염' 꽃은 못 봤다. 지난 6월 금대봉에서는 꽃망울만 보았는데 이번에는 꽃진 꽃대만 보았다. 흰 꽃이 별처럼... 진주처럼... 달려있는 꽃인데 내년 7월을 기약해야겠다. 

▲ 검룡소

금대봉을 돌아 나와 검룡소로 향했다.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다. 보기에도 차가운 검푸른 물이 하루 1,000톤씩 한강을 향해 달려간다. 자연이 내어준 생명의 원천인 물.... 깨끗하게 한강을 지나 바다로 흘러가면 좋으련만... 인간은 언제 자연에 이로운 일을 할까? 

▲ 폐석 위에 조림한 자작나무 숲

마지막으로 폐석 위에 조림한 자작나무 숲을 보았다. '한국산지복원연구소'의 이천용 박사님은

"채탄 후 연료로 사용할 수 없는 찌꺼기인 폐석은 전체 채탄량의 60% 이상이다. 이 폐석 매립지를 그냥 두면 강산성을 띄어 지하수 및 하천을 오염시켜 주변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이를 복토하여 나무를 심는다. 주로 소나무와 자작나무, 참싸리 등을 심으면서 녹화사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 실험 단계라고 볼 수 있다."고 하셨다.

부디 식재목이 고사하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 인간이 파헤친 자연을 회복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주었으면 한다. 나무에게, 풀에게, 물에게, 햇볕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꾸벅 꾸벅 절하고 싶다. 

* 이런 저런 궁금 사항에 답 해주신 숲해설가 김강숙 선생님과 주주통신원 이호균 선생님께 고마운 마음을 보낸다. 이호균 선생님은 정성껏 찍은 사진을 아낌없이 나눠주셨고, 내용도 점검해주셨다. 더욱 고맙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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