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접촉

현재로서는 나와 친한 그룹에 속한 3명 중에 한 명이 술래인 듯하다. 한 명씩 접촉해보기로 한다. 형사 콜롬보라면 어떤 말로 이들에 접근하여 탐색할지 생각해본다.

술친구인 박형두 위원은 맨 나중에 알아보는 게 마음이 편할 듯하다. 배철성 위원도 좀 껄끄럽다. 편하게 느껴지는 윤영란 위원부터 시작하기로 한다.

사건이 발생한지 이틀째 되는날, 화요일 오전에 스포츠댄스 강사인 윤영란 위원에게 카톡을 했다.

"요즘도 많이 바쁘시죠?" 가볍게 운을 떼며 말을 건다.

"네. 강 박사님, 잘 지내시죠?"

내가 프로이트와 융 심리학에 대한 발제를 한 이후로, 회원들은 심리학 박사가 따로 없다며 나를 박사라고 불렀다. 내가 그건 학력 사칭이라며 극구 반대하자, <강산아카데미> 회원들이 뜬금없이 웃기 시작했다. 회원들의 설명에 따르면 회원들의 호칭을 정할 때, 수필가나 시인들은 작가로 부르고, 현재 소속된 조직이 있으면 그 조직 내에서의 지위로 부른다는 것이며 , 나같이 소속도 없고 작가도 아닌 사람들은 그냥 선생님으로 부르지만, 그 중에서도 어떤 분야에 조금이라도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경우에는 박사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현재 카페에서 박사학위 없이 '박사'라고 불리는 회원이 이십여 명에 이른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강산아카데미>에서 자체적으로 수여한 '박사'라고나 할까. 그 설명을 듣고 나니 학력 사칭이라고 반대한 나를 보고 회원들이 웃은 이유를 그제야 알게 되었다. 그리고 회원들이 박사라고 불러주니 듣는 입장에서 그리 나쁠 것도 없었다.

윤영란 위원이 나를 박사라고 부른 건 그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윤영란 위원은 개인적으로 나와 잘 알고 지내는 처지면서 내가 먼저 안부를 물었는데도, 지난 일요일에 있었던 글 삭제 건에 대해 아무 언급이 없다. 좀 더 치고 들어가 본다.

"지난 일요일에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아, 그 일이라면 다 지난 일 아닌가요? 강 박사님도 다 잊고 새 글을 써보시죠?"

당사자가 아닌 사람은 남의 일이라고 이렇게 쉽게 지나가버린 일로 치부해도 되는 것인가? 물론 상황은 종료되었다 해도, 일요일에 있었던 그 일을 그렇게 가볍게 여기는 것에 대해 좀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내색할 수는 없다.

"그래야지요. 다 지난 일가지고 자꾸 말해야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잘하셨어요. 강 박사님 ! 역시 그러실 줄 알았어요.."

그러면서 할 말이 있지만 안하겠다는 듯한 메시지를 보내며, 카톡 대화를 마친다.

" .. . . . . "

" 그럼 이만"

나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얼른 도망을 간다. 그러나 이 정도의 대화로 배신했다고 확신하기에는 심증이 부족하다. 다른 위원들을 접촉해본 이후에 신중하게 판단할 일이다. 그런데 윤영란 위원이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 글 사이에 " .. . . . . " 으로 여운을 남긴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걸까? 그 때까지만 해도 윤영란 위원과 지난주에 있었던 일에 대해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으니 그 의미를 모르는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계속>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심창식 주주통신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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