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일 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일제 강점기 우리 민족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형태는 제국주의 식민통치로부터 민족해방을 추구하는 치열한 모습일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분단된 조국의 현실에서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이란 통일을 만들어내는 치열함에 있을 것입니다. 거꾸로 대척점에 있는 인생은 분단에 기생하여 출세를 욕망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반민족적・매국적 삶일 것입니다.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고 있다. (출처 : 한겨레신문, 사진공동취재단)
2018년 4월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맞잡고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고 있다. (출처 : 한겨레신문, 사진공동취재단)

강대국 외세에 의해 강요된 20c 정치 유물인 냉전질서를 숭배하고 여전히 절대적 진리인양 떠들어대는 극우 언론매체나 극우 정치인들은 이 시대 가장 추악한 주역들입니다. 역사의 흐름을 거스르며 냉전과 분단 속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유지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은 분노를 넘어 역겨움을 갖게 만듭니다.

조국이 분단된 지 올해 76년이 되는데 몇 세대에 걸쳐 서로 다른 체제와 환경 속에서 살아 왔습니다. 이젠 분단을 정당화하고 냉전을 당연시하기보다 통일을 역설하고 민족의 앞날을 열정적으로 제시해야 하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날 통일교육은 교육과정상 대단히 중차대한 내용이자 절대적 지위를 갖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다만 현행 통일교육이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이데올로기적 편향성을 드러내며 '체제 우월성 교육'을 그 근저에 깔고 있다는 불순함을 종종 목격합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통일교육을 어떻게 접근해야 할 것인지 교사로서 깊은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00년대 이후 국민 공통 기본교육과정 10학년(고등학교 1학년) 「도덕」 교과서에는 한 학기(1단위) 분량으로 통일단원을 장황하게 서술한 적이 있습니다. 이는 고등학교 2, 3학년 탐구 선택과목에서도 비슷한 실정입니다. 분단의 원인과 분단 과정 그리고 통일을 위한 남북 간 정책의 비교와 통일 조국의 이상적인 미래상을 중심으로 구성 ・ 기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용 중 어떤 부분은 기초적인 역사적 사실조차 무시한 채 역사적 실체를 왜곡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어떤 부분은 남북 간 체제 경쟁에서 파생된 '체제 우월성'을 암암리에 드러내는 서술형태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체제 우월성 교육'은 70년대 남북 간 체제경쟁이 격화하는 속에서 출현한 비정상적인 교육 과정으로 냉전의 산물이자 낡은 이데올로기 교육입니다. '체제 우월성 교육'은 분단의 산물이자 분단을 고착화하는 편향된 정치교육이며 궁극적으로 고도의 통치기술입니다. 사실의 왜곡과 편향의 대표적인 사례로 백범 김구 선생의 「남북합작운동(1948)」의 역사적 의의를 별 것 아닌 것으로 폄하하는 기술 태도와 신탁 ・ 반탁 운동(1945 - 46)의 편향된 서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통일교육의 시작은 남북 모두 그러한 사실의 왜곡과 가치의 편향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데서 출발해야 합니다. 민족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공유하는 것도 중요한 교육내용이지만 무엇보다 통일교육은 남북 모두 <역사의 진실>에 입각하여 해방 후 한국현대사를 바로 보려는 데서 시작해야 합니다.

여기엔 남북 위정자들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반민주, 반인권의 상징! 남쪽의  <국가보안법 폐지>와 부풀려진 정도를 넘어서 과대포장되고 극심하게 왜곡된  북쪽의 <김일성 항일무장투쟁사 폐지>가 바로 그렇습니다.  낡은 신화에서 남북 모두 해방될 때  통일조국은 우리 민족의 현실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21년 4월 22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민주노총 광주본부 조합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출처 : 민주노총 광주본부 제공, 한겨레 신문)
2021년 4월 22일 광주광역시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민주노총 광주본부 조합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출처 : 민주노총 광주본부 제공, 한겨레 신문)

남북 모두 정치적 판단에 따라 역사의 진실을 은폐하거나 왜곡시키는 행위를 지양하고 극복해야 합니다. 우리현대사를 역사의 진실에 기초해 바로 가르쳐서 자라나는 세대에게 역사의 진실을 공유하게 하고 그러한 관점에서 민족문제(=분단문제)를 자기문제로 끌어안으려는 삶의 자세를 갖게 만드는 게 요체라고 생각합니다. 남북 위정자들의 대승적 태도가 절실한 이유이지요.

다음으로 남북 모두 학교교육과 사회교육을 통해서 분단이 지속되는 현실이 민족의 미래를 어둡게 한다는 사실을 힘주어 가르쳐야 합니다. 천문학적인 혈세를 쏟아 부어 남북 모두 미국이나 중국, 러시아로부터 무기를 구입하고 해마다 국방비 예산을 증액하는 것이 민족의 앞날을 위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지를 알게 해야 합니다.

이와 더불어 서울에 사는 초중고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개성으로 가서 선죽교와 개성공단, 왕건릉을 견학합니다. 이튿날 평양 을밀대와 대동강을 보고 옥류관에서 평양냉면을 맛보고 보통강에서 북쪽 청춘 남녀들이 살아가는 일상을 관찰합니다. 마찬가지로 2박 3일이면 평양에 사는 초중고 학생들이 서울에 와서 윤동주 문학관과 옛 일본대사관 앞 수요시위에 참여합니다. 이튿날 전주 한옥마을과 임실 치즈공장을 견학하고 곡성에서 레일바이크를 탄 뒤 광주 5・18 국립묘지를 견학합니다. 그리고 다시 평양으로 돌아옵니다.

무엇보다 남북 간 국어학자들이 정기적으로 만나서 민족의 통일된 언어규범을 만들어 내고 이를 남쪽과 북쪽 교과서에 그대로 적용시켜 나가는 일이야말로 훌륭한 통일운동일 것입니다. 통일비용을 줄일 뿐 아니라 남북 간 학자들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고 이를 통해 서로 높은 차원의 믿음을 쌓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올림픽과 월드컵,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를 비롯하여 모든 스포츠 분야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해 대회에 나가는 것입니다. 이는 하나 된 민족의식을 실질적으로 고양시키는 매우 훌륭한 남북합작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2018년 7월17일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서 남북단일팀의 첫 승을 이끌어낸 혼합복식의 유은총·최일이 경기가 끝난 뒤 기뻐하며 포옹하고 있다. (출처 : 한겨레 신문 임재근 기자)
2018년 7월17일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에서 남북단일팀의 첫 승을 이끌어낸 혼합복식의 유은총·최일이 경기가 끝난 뒤 기뻐하며 포옹하고 있다. (출처 : 한겨레 신문 임재근 기자)

남북합작사업은 경제 분야 이전에 스포츠 분야에서 먼저 시작하는 게 정도일 것입니다. 누가 보더라도 통일을 위해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모습이기 때문입니다.

통일교육의 첫 걸음은 약간의 지혜와 용기만 있으면 일선 학교 교사 누구나 실천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무엇보다 있는 그대로 남쪽과 북쪽에 대해 사실적 지식과 자료를 학생들이 손수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선 통일교육 환경에 대해 자유로운 접근과 탐구, 그리고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일교육을 하는 교사의 처지에서 남북 모두에 대해 제대로 된 역사적 지식을 획득하기 위한 노력과 사실적 접근 방식에 기초한 수업을 전개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낡은 이데올로기 분단(=냉전)교육을 통일교육인양 별 생각 없이 가르치는 것은 시대정신을 망각한 행위이자 시대의 책무성을 저버린 행태로 비난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이 시대 교사는 민족의 아픔을 체현하는 자세로 조국의 분단된 현실에 깊이 천착하여 일차적으로 분단의 원인과 분단 과정 그리고 통일 정책에 대해 민족적 ・ 통합적 관점에서 진정성과 식견을 갖추어야 하겠습니다.

국가 차원 통일교육 정책은 각급학교 교육과정에서 통일교육에 역점을 두고 통일을 지향하는 교육 활동에 대해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북쪽을 견학하는 수학여행의 전 과정에 대해 인적・물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수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통일교육의 모델은 역사 사실에 기초한 지식의 나열과 자료의 제시 그리고 상호 이해를 위한 프로젝트 수업이 필요하고 마지막으로 남북 간 차이와 분단에 따른 이질성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태도교육으로 적절히 마무리하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서 수업의 도입단계에서 학생들의 적절한 호기심을 끌어낼 수 있는 퀴즈수업을 실천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가령 예를 들어 북쪽의 국화가 무엇일까요? 또는 북쪽에도 입시 경쟁이 치열할까요? 입시 경쟁이 치열하다면 어느 정도일까요? 어느 대학이 가장 입시 경쟁이 치열할까요? 김일성종합대학일까요? 평양외국어대학일까요? 아니면 어느 대학일까요? 재수생, 삼수생은 과연 있을까요? TV 「남북의 창」에서 보면 북쪽 남자 대학생들은 왜 그리도 늙어 보일까요? 북쪽에도 한자를 사용할까요? 북쪽에도 남쪽처럼 록 음악이 있을까요? 북쪽에서 주민들 소득이 가장 높은 도시는 어디일까요? 북쪽에도 남쪽처럼 오렌지족, 야타족이 있을까요? 북쪽의 국보 1호는 무엇일까요? ...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퀴즈는 무궁무진하기에 교사의 준비 정도에 따라서 수업이 진행되는 1시간 내내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이고 즐거운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통일교육은 역사 사실과 객관적 지식에 터 잡고 학생들의 감성적 호기심에서 출발하면 좋겠습니다. 그 위에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나아가는 방향으로 수업을 전개시키면 금상첨화일 것입니다. 그러할 때 그동안 통일에 무관심할 뿐 아니라 분단된 상태로 "이대로 살면 안 돼요?"라며 이기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학생들은 스스로 자기 성찰할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북쪽의 공식적인 국호를 아는 학생이 한 학급에 1-2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은 우리의 통일교육이 얼마나 허구인지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북쪽의 공식적인 국호도 모르는 백치 상태에서 극단적으로 치우친 이데올로기 교육을 통일교육으로 수업 받은 아이들에게서 민족의 미래는 없기 때문입니다.

편집 :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 양성숙 편집위원

하성환 객원편집위원  ethics6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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