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둘 다 캐나다에서 지내고 있어 수년 전부터 캐나다 여행을 계획했다. 작년 6월 아들 졸업식에 맞춰 캐나다에 가려고 차근차근 준비했는데 코로나19가 터졌다. 캐나다는 지난해 3월부터 캐나다 거주자를 대상으로 수차례 락다운(필수 업종 제외한 모든 가게 문 닫음, 통행금지, 모임제한 등)을 실시했다. 락다운 기간만 9개월이 넘는다. 당연히 해외관광객도 입국 금지다.

지난 6월 캐나다는 몇 조건을 달고 9월 7일부터 해외관광객 입국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첫째 조건은 백신(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얀센에 한 함) 2차 접종을 받고 2주가 지났을 것, 둘째 캐나다 입국 전 72시간 내에 발급된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검사 음성확인서를 제출할 것, 셋째 캐나다 공항에서 무작위로 PCR검사를 받을 수 있으며 양성반응 시 2주 격리장소를 확보할 것이다. 이 조건 충족 후 입국하면 2주 자가격리를 면제받고 캐나다 전역을 여행해도 되는 파격적 내용이었다.

미주(美洲)와 유럽 중 코로나19에 가장 잘 대처한 나라 중 하나로 캐나다가 꼽힌다. 락다운, 실업 및 구직자를 대상으로 한 월 재난지원금 지급, 소상공인 임대료와 인건비 지원 그리고 백신 접종이 캐나다 코로나 대처방법이었다. 코로나19 환자와 밀접 접촉한 이들에 대한 추적조사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에 캐나다는 특히 락다운과 백신 접종에 매달렸다. 오죽하면 인구 수 대비 5배나 많은 백신을 예약했을까... 다행히 높은 백신 접종률(2021년 9월 7일 기준 2차 완료자 68%)로 확진자 수와 사망자 수는 상당히 줄었다. 드디어 캐나다 정부가 코로나19를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18개월 만에 해외관광객을 받아들인 것이다.

캐나다 백신 접종률  2021년 10월 26일 1차 78%, 2차 74%(사진 출처 : 구글 통계에서 캡처)
캐나다 백신 접종률  2021년 10월 26일 1차 78%, 2차 74%(사진 출처 : 구글 통계에서 캡처)
캐나다 일일 신규 확진자 그래프 (사진 출처 : 구글 통계에서 캡처)
캐나다 일일 신규 확진자 그래프 (사진 출처 : 구글 통계에서 캡처)
캐나다 일일 사망자 그래프(사진 출처 : 구글 통계에서 캡처)
캐나다 일일 사망자 그래프(사진 출처 : 구글 통계에서 캡처)

하지만 캐나다 여행은 모험을 감수해야했다. 2차 백신을 맞고 2주가 지났어도 출국 전 PCR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비행기 표 등 모든 일정을 취소해야했다. 또 캐나다 공항 무작위 PCR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자칫하면 아이들도 확진자 밀접접촉자로 자가격리될 위험이 있었다.

그래도 우린 감행했다. 퀘벡주에서 공부하는 딸이 내년 4월 졸업을 목표로 달리고 있으며, 졸업 후에는 다른 지역에서 일할 것이기에, 지금 오지 않으면 기회가 없을 거라고 협박에 가까운 주장을 했기 때문이다. 퀘벡주의 아름다운 가을을 구경하려면 지금이 최적기라고 성화를 부렸기 때문이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어디 있으랴. 사실 나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기도 했다. 하늘에 맡기자는 심정으로 하나하나 준비해가면서 아이들과 여행 일정을 짰다. 드디어 모든 조건이 충족되어 9월 중순 캐나다로 향했다.

토론토 공항 입국심사 대기 중인 사람들
토론토 공항 입국심사 대기 중인 사람들

무사히 토론토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심사를 밟는 사람들 줄이 하염없이 길었다. 9월 7일부터 문이 열려 생각보다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캐나다에 방문한 것이다. 캐나다 정부는 관광활성화 정책이 성공했다고 얼마나 좋아했을까? 입국심사 시간이 최장 3시간까지 걸린다고 하는데 나는 운이 좋아 1시간 30분 정도 걸려서 입국심사를 마쳤다. 캐나다에 입국하려면 스마트폰에 ArriveCAN 앱을 깔고 모든 정보를 입력해야 한다. 입력을 완료하면 등록코드가 이멜로 온다. 이 코드를 PCR검사 영문음성확인서와 함께 입국심사관에게 보여줘야 한다. 이 두 서류를 인쇄해서 갖고 가면 입국심사 시 편하다. 몇 마디 질문 없이 바로 통과된다.

입국심사 중 만난 LG 모니터, 어찌나 반갑던지. 입국심사대에 있는 모든 모니터가 다 LG다. 이뿐만 아니라 캐나다 호텔에 투숙하면서 만난 TV도 거의 LG.
입국심사 중 만난 LG 모니터, 어찌나 반갑던지. 입국심사대에 있는 모든 모니터가 다 LG다. 이뿐만 아니라 캐나다 호텔에 투숙하면서 만난 TV도 거의 LG.

우리는 퀘벡주와 온타리오주를 여행했다. 두 주를 여행하면서 필요한 서류는 뭘까? 퀘벡주는 모든 식당(음식을 가지고 나오는 곳은 제외), 미술관, 인원이 제한되어 예약이 필요한 실내 관광지, 실내 운동센터, 사람들이 2m 간격을 유지할 수 없는 재즈페스티벌 같은 실외 공연도 입장하는 이들에게 신분증과 2차 백신 접종증명서를 요구했다. 퀘벡주는 주민 중 2차 백신 맞은 사람들에게 '백신패스'라는 QR코드를 발급했다. 그 당시 온타리오주는 그렇게 철저히 점검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온타리오주도 퀘벡주 같이 QR코드를 발급하고 식당 등 실내시설에 이를 제출해야 입장할 수 있다. QR코드를 받는 것이 강제는 아니지만 이것이 없다면 1차, 2차 접종증명 쪽지를 가지고 다니면서 제출해야한다.

해외관광객들은 ArriveCAN에 모든 서류를 등록했음에도 여권과 2차 접종 영문증명서를 보여줘야 했다. 그들은 여권 이름과 접종증명서 이름이 동일한지, 2차 백신 맞은 날짜가 2주가 지났는지 꼼꼼히 확인했다.

캐나다 사람들은 실내에서 마스크를 철저히 썼다. 성당, 버스, 전철, 식당, 슈퍼 등 모든 상점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대신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거의 쓰지 않았다. 우리도 처음에는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고 신나게 다녔지만... 캐나다 출국 전 72시간 내에 발급된 PCR검사 음성확인서가 있어야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해서 조심해야했다. 

더군다나 딸이 해준 이야기는 우릴 더욱 긴장케 했다. 딸과 같이 일하는 레바논 친구의 친척들이 레바논에서 이탈리아를 거쳐 캐나다에 들어오려 했다. 그런데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증상이 심하지 않아 호텔에 격리되었다. 이후 수차례 PCR검사를 했으나 음성이 나오지 않았다. 그 친척들은 이탈리아에 묶여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로 한참을 지냈다. 어마무시한 돈도 지불해야 했다. 이 말을 듣고 겁이 나 나중엔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철저히 쓰고 다녔다.

용감하다기보단 무모하단 말이 더 어울릴 가족여행이었다. 캐나다 출국 전 PCR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그 시간은 얼마나 초조했던가. 돌파감염이 유행하고 있는 마당에... 만약 우리가 양성이 나왔다면... 남편은 휴가를 다 썼는데 직장은 어찌할 것이며... 증상이 악화된다면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치료를 받고 격리했을 것인가? 딸과 아들도 밀접접촉자로 PCR검사를 받아야하고 2주 자가격리를 하면서 스케쥴이 다 엉클어졌을 것이다. 지금 다시 생각만 해도 덜덜 떨린다.

편집 :김미경 부에디터 , 양성숙 편집위원

김미경 부에디터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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