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지시를 묵살했던 윤석열. 해결 못하면 탄핵 당할 수밖에...

(지난주의 답변에 이어집니다.)

4) “박정희 비자금은 스위스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요? 국내에도 있어요?”

1950년대 초부터 대통령이 되겠다며 권력을 이용해 개인에게 이권을 알선하고 돈을 갈취하기 시작했던 박정희는 1961년 쿠데타 이후 최고 권력자로 존재했던 18년간 갈수록 대담하게 돈을 모았다.

1969년 걸프 석유회사는 박정희의 압력을 받고 방미경비 명목으로 20만 달러를 스위스 UBS(유니언뱅크) 서정귀 비밀계좌로 입금했고 그 돈은 후에 이후락이 찾아 같은 은행 제2의 계좌로 옮겼다. 1962년의 대한증권 주가 조작사건, 고속도로 건설 전 강남땅 대규모 매입 후 차익금(당시 6천억) 챙기기, 월남 참전용사의 전투수당 92.8%를 가로채기, 차관이나 투자자금을 들여오면서 그 일부를 가로채기 등으로 박정희가 조성한 비자금은 막대했다. (현금 이외에도 정수장학회, 육영재단, 영남학원, 한국문화재단, 강남의 유령빌딩 등. 박정희의 엄청난 약탈재산에 대해 역사학자, 경제학자들의 논문이 나오기를 고대한다.)

비자금은 이후락, 김성곤, 김형욱 등을 통해 관리되었고 박정희 사후 전두환, 하나회, 국정원 등을 통해 관리되었다. 후에 일부는 박근혜 명의로 변경되었으며 최순실은 독일에 유령회사 기백 개를 세워 비자금을 세탁했다고 한다. 저자 한영순에 따르면 정보부 등은 차명인의 이름으로 예금된 수 백 개의 특수계좌를 관리하고 있는데 정보요원들은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등지에도 비자금이 분산되어 있다며 미국에 이민 갈 것을 종용하기도 했다.

책의 앞부분에 밝혔듯 서정귀는 박정희와 6·25전쟁 때 채권자 한희승을 물주로 해서 강 대위와 함께 술집으로 돌아다녔던 4인방의 하나이며 현재 비자금을 관리하는 핵심인물인 국민의 힘 서정화의 6촌 형이다. 서정귀, 서정화 역시 이후락과 사돈 관계를 맺고 있으니 박정희의 비자금은 사돈 간인 이후락, 서정귀, 서정화 등의 그물망 안에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1998년 구 안기부와 신 국정원의 충돌과정에서 튀어나온 문건에 의하면 저들이 관리하는 국내 계좌의 차명인은 834명이나 되며 지난 글에 실린 사진에서 드러났듯 100조 이상의 계좌를 가진 사람이 9명이나 된다. 김영삼의 실명제전환이 1993년에 시작되고 5년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5) “CD나 채권 같은 형태로 되어 있어 남이 꺼낼 수 없다고 하던데요?”

한국 현대사에 지대하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박정희에 대해서는 이상하게도 제대로 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치적으로는 수많은 간첩 사건을 조작하여 북을 두려워하거나 혐오하게 만들고, 경제적으로는 갈취가 수월한 재벌 중심의 마피아 경제를 꾸렸으며 외교적으로는 친일 친미사대 정책을 쓰면서 분단고착 정책을 썼다. 미국과 더불어 군부 독재자들은 민족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지 못하게 했다. 전형적인 NPD(자기애성 인격장애)를 지녀 문세광 사건을 기획하여 아내살해도 마다하지 않았다. 기득권을 유지하고자 하는 보수 수구들은 박정희를 우상화하는 책을 만들어 박정희의 정치 경제 외교 시스템을 언제까지라도 유지하고자 한다. 그들의 수족이 되는 태극기 일베들이 유일하게 서점에서 구매하는 책이 박정희 우상화 책자들이라니 박정희 시스템은 여전히 강고하게 우리나라를 지배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대한민국에서 성역과 금기에 속하는 박정희의 민낯을 낱낱이 밝혀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진보인사들조차 박정희의 부정에 대해 거론하기를 꺼린다. 박정희의 비자금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인데 누구도 그것을 파헤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민주당(더민주당, 열린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20185월 문재인 대통령이 비자금 실체를 규명하고 환수하라고 지시했지만 윤석열 검찰청장, 국세청장, 금융감독원 모두 묵살해버리고 말았다.

(사진1: 2018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히 비자금을 밝혀내어 환수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총장 윤석열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사진1: 2018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히 비자금을 밝혀내어 환수하라고 지시했다. 검찰총장 윤석열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그것이 CD 형태나 채권형태로 존재해 쉽사리 접근하기도, 사용하기도 어렵다는 이유를 대며 관심을 가지려 하지 않는다. 현금의 형태가 아니라고?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한 예를 들면 현재 국힘당의 상임고문을 20년째 맡은 90세 서정화는 25년 전인 1997년 한동빈이라는 가명을 쓰고 한춘자에게 접근했다. 그는 권력을 이용해 7조가 넘는 재가증명서를 마련하고 5조가 넘는 현금을 박주선 등과 함께 공모하여 먹고 튀었다. (이 이야기는 뒤에 자세히 설명하기로 한다) 이 방법은 공을 많이 들여야 하지만 일단 성공하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지게 삼킬 수 있다.

사돈으로 엮인 이후락, 서정화 집안은 비자금 언저리에서 떡과 떡고물50년 넘게 주무르며 수구 정당의 대부 노릇을 해왔다. 공화당에서 국민의힘당 까지 참으로 징한 집착이다. 이후락은 박정희 사후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지나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까지도 그 돈을 요리했다. 2009년 병원에서 숨지기 직전까지 이후락은 사람을 시켜 통장주인 한춘자에게 병원으로 와달라고 수차례나 사정했다. 동생인 한영순(저자)이 대신 가겠다고 하니 안 된다고 거절한 것을 보면 이후락은 죽기 직전까지 한춘자의 동의를 얻어 정리해야 할 서류상의 문제가 더 있었던 모양이다.

돈의 존재를 아는 세력들은 돈을 마음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라도 정권을 장악해야만 한다. 민주당의 수박 의원들이 고작 자신의 재선에 눈이 어두울 때 적폐들은 한 몸이 되어 정권을 잡는 데에 눈이 벌건 것은 다 이러한 이유가 있다.

적폐들이 돈을 이용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비자금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아 사용하는 것은 누워서 떡 먹기다. 확실한 곳에 투자하기만 하면 대출금을 갚고도 엄청난 돈을 한 몫에 벌어들일 수 있다. 저들이 풀 방구리에 쥐새끼 드나들 듯 한춘자를 일 년이면 7~8개월 호텔에 감금하고 하루에도 수백 장씩 서류를 받아간 이유가 그것이다. 세월호에 국정원 보고서라니. 이상하지 않은가? 대장동 사건에서 곽상도가 50억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거기에 박영수 검사와 권순일 대법관, 김수남 검찰총장까지? 권력이 있는 자들이 끼리끼리 끈끈하게 엮여만 있으면 비자금을 이용해 돈을 버는 건 땅 짚고 헤엄치기보다 쉬운 일이다.

저들은 한춘자가 젊었을 때는 깍두기 머리를 한 사내를 방 앞에 세워두고 호텔에 감금했지만 노쇠한 지금은 교통 좋은 종로의 허름한 여관에 묶어두고 생활비만 겨우 대주며 인감증명서 등 필요한 자료를 받아가고 있다. 어마어마한 금액의 비자금에 관해 이야기 하는 이 책이 출판된 이후 언론사도 정치인도 경찰도 검찰도 아무도 덤벼들지 않는 가운데 오직 쥐새끼들만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한춘자의 여관을 들락거리던 발걸음을 딱 멈춘 것이다. 저들은 위기가 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들을 이용하고 있는 뒷배, 주군들에게 당부한다. 아무리 불안하더라도 번개탄은 피우지 말기 바란다.

6) “그걸 지금 누가 관리하고 있는데요?”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은 새누리당~국힘당 상임고문을 20년째 하고 있고 그 이전에 민정당~한나라당 국회의원을 20년 동안 지낸 서정화다. 40년간 이어지고 있으니 참으로 질긴 인연이다. 수구당(국힘당)은 왜 그를 40년째 껴안고 있는 걸까?

서정화의 면면을 더 들여다보자.

1933년 통영에서 출생한 그는 1961년 중령으로 예편한 뒤 1972년 부산시 부시장을 거쳐 박정희 사후 전두환이 들어서면서 중앙정보부 차장이 되었다. 당시 중앙정보부는 박정희 비자금 리스트를 정리했을 테니 서정화의 손바닥 안에 정보가 있었을 것이다. 1985년부터 20년간 국회의원, 2022년 현재까지 국힘당 상임고문을 하고 있다. 이후락과 사돈이며 함께 비자금을 조성한 서정귀와는 6촌간이다. 한화 김승연 회장의 장인이다. 한화는 2003년 대지 유도무기 전문화 업체로 지정되었고 현재 국내 대표 방위산업으로 성장했다. 미국이 무기생산으로 경제를 꾸려나가는 전쟁 국가가 되어 세계에 전쟁이 끊이지 않는 사실을 생각한다면 남북 분단으로 70년간 긴장 상태로 있는 한반도에서 방산 업체가 커간다는 것은 분단고착의 이유만 강화할 뿐으로 달갑지 않은 일이다.

서정화는 특이한 학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1952년 통영 고등보통학교를 졸업했는데 한 해 전인 1951년 서울법대를 입학했단다. 1951년 서울법대를 입학했는데 1952년 소위로 임관하고 1953년 육군 보병학교를 졸업하고 중위가 되었다. 1954년에 대위가 되었는데 1955년 서울법대를 졸업했다. (서울대 총동창회 인명록) 손오공 뺨치는 둔갑술이라도 있었을까? 그는 후일 서울대 총동창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서정화의 아들 서수민 서홍민(1965 출생) 형제는 20대부터 기업을 운영했다. 두 아들이 가진 10여 개 기업(DKC, DKCS, DK마린, 리드코프, 엠투엔, 앤알캐피탈, 카옥션, 씨에이대부, 리드컴, 엘씨대부)의 자산은 2조가 넘는다. 그들 창업자금의 정체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중 일부는 현재 첨단 바이오 분야 진출로 엄청나게 팽창하고 있다. 그들은 1997년부터 경기도 의왕시 백운산 인근에 땅을 집중 사들였는데(축구장 면적의 8.5배 크기) 동생 서홍민은 2021년 한남동의 최고가 아파트 한 채를 775천만 원에 근저당권 설정 없이 전액 현금 납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사돈인 이후락은 떡고물의 원조인 만큼 가장 많은 돈을 가장 오래 빼돌렸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의 부동산(이천 물류센터 등) 외에도 미국에 아들, , 손자의 이름으로 엄청난 자산들이 굴러가고 있다는 소문이다. 재미 탐사보도 전문기자 안치용 씨의 취재에 따르면 이후락이 묻어둔 돈은 뉴저지주 알파인 호화주택과 에지워터의 토지, 뉴욕 맨해튼과 퀸즈에 대형빌딩 등 3천만~5천만 달러(65천억)에 달한다고 한다.

(사진3: 노동자 38명이 사망했던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건축주 한익스프레스 대표는 이후락의 손자인 이석환. 한화 김승연 회장이 그의 외삼촌이다.)
(사진3: 노동자 38명이 사망했던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건축주 한익스프레스 대표는 이후락의 손자인 이석환. 한화 김승연 회장이 그의 외삼촌이다.)

이렇게 개인적으로 빼돌린 돈 말고도 현재 시중에는 엄청난 비자금이 활보하고 있다. 수백 수천 통의 인감증명을 저들이 한춘자에게서 받아갔다는 것은 그들이 수백 수천 번 통장의 돈들을 옮기거나 활용했다는 것을 뜻한다. 찾을 수 있다. 찾아야 한다. 한국이 불평등 1위의 나라, 자살률 1위의 나라가 되게 한 원흉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렵지 않다. 한춘자 한 사람의 계좌만이라도 털어보라! 그 통장의 입출금을 확인해 보라. 1960년대 중반에 처음 만들어진 한춘자의 통장, 그 통장이 뿌리가 되어 적폐들이 여기저기 분산시켜놓은 계좌들을 추적해보라. 모두 밝힐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이 비자금을 캐지 못한다면 윤정부는 탄핵의 또 다른 이유를 떠안게 될 것이다. 대통령의 비자금 환수지시를 묵살했던 검찰총장이 대통령 노릇을 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은 어두운 비자금 세력과 야합한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통치자금으로 포장되기도 했지만 실제로는 국민으로부터 갈취했을 뿐인 이 비자금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줄 밝은 개혁 정부를 세우게 될 것이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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