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동북아재단 보고서

동북아재단에서는 전 세계 유명한 예언가들의 과거 예언이 맞았는가를 검증하여 검증된 예언가들의 예언을 중심으로 조사를 벌인다. 연구 조사는  두 방향으로 진행된다. 그중 하나는 국가별 경쟁력 평가이고, 다른 하나는 예언가들의 예언에 따른 징조와 징후를  계량화한 평가이다. 

국가별 경쟁력은 경제력, 군사력, 과학, 문화 등 7개 분야로 분류하고, 해당 분야별로 주요 10가지 항목을 세분하여 항목별로 측정 평가하여 집계한다.  예언의 징조는 정치 사회적 징조라든가 자연재해의 징후는 물론이고 민족별 기질이나 국민적 자질과 역량이 국가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계량화하고 여기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평가한다. 이렇게 해서 작성된 경쟁력 지수와 사회적 징조를 7:3의 비율로 믹스하여 1,000점으로 환산한다.   

보고서는 지난 50년간의 과거 추세와 향후 30년간의 추이를 예측하는 시계열 보고서로 작성되며,  그 시계열 보고서가 그래프로 작성되면 국가별 과거와 미래를 한눈에  비교해볼 수 있다.

오늘 보고서는 지난 달 보고한 내용을 좀 더 보강한 것이다.  지난 달 보고서에는 동북아 재단이 지난 5년간의 연구보고서를 집대성한 보고가 들어 있었다.  모리 국장은 이 보고서를 받은 날부터 심기가 불편했었다. 일본에 대한 예언은 그리 밝지 않았다. 밝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엉망진창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정도이다. 경제와 군사 부문을 비롯한 국가 경쟁력은 한국에 비해 우위를 점하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이고, 과다한 국채발행으로 인해 일본 경제가 어느 시점에 이르러 몰락하게 될 거라는 예측에 이르러서는 기가 찰 정도이다.

국가 경쟁력에서 일본이 아직까지는 한국에 앞서지만 사회적 징조 부문에서는 한국이 압도적으로 일본을 추월하고 있다. 일단 자연재해의 측면에서 일본은 한국에 비해 현저하게 불리하다. 일본에게 지진은 일상화되어 있고 후지산 화산폭발이라든가 제2의 쓰나미가 언제 닥칠지 모를 일이다. 또한 국민적 자질이나 역량 면에서는 한국에 크게 뒤처지지 않지만 민족적 기질 면에서는 한국이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키187센티미터의 거구에 살짝 대머리가 벗겨진 모리 국장이 질문을 던진다.

"한국인의 민족적 기질이 일본인보다 유리하다고 본 이유는 무엇인가?"

"한국인은 뭐든지 빨리빨리 변화를 추구하고 있는 반면, 일본인은 안전과 기존 매뉴얼을 중시합니다. 그러다보니 변화와 혁신이 느릴 수  밖에 없지요.  그 중 가장 큰 요인이 일본 사회가 아날로그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국은 일찌감치 디지털 강국으로 거듭나고 있는 데 비해 일본사회는 과거의 영광에 매달린 채 변화를 두려워하고 아날로그 방식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건 너무 상투적인 해석 아닌가?"

모리의 지적에 마쓰다가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이자 모리가 말을 잇는다.

"일본이 아날로그 방식에 매달리는 이유는 말야.  아날로그 시대에 일본의 국제적 위상이 제일 높았기 때문이야.  아날로그 방식을 버리면 그 시절에 누렸던 영광과 자존감마저 함께  날아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일본인의 심리 저변에 깔려 있는 거지."

"아!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지 못했습니다."

마쓰다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을 지적하여 기세가 오른 모리가 보고서를 계속 읽는다. 예언에 대한 부분을 살펴보니 전 세계의 예언가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압 상승으로 일본 열도가 20년 이내에 침몰하게 될 것이며, 향후 대지진과 해일로 사람이 살지 못하는 영토로 변하게 될 거라는 등 일본에 대해서는 온통 불길한 예언투성이였다.

반면에 한국에 대한 예언은 어떤가. 전 세계를 선도할 국가이며 향후 세계적인 주도 국가가 될 거라며 장밋빛 일색이었다. 보고서에는 한류도 언급되었다. 최근에 불고 있는 전 세계적인 한류는 향후 20년 후에 있을 한국의 위상을 예견하는 일종의 전조 현상이라는 것이다. 

 

(출처 : 한겨레신문 / 소설에서 출발해 영화와 만화로 각색된 <일본 침몰>은 종말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그리며 여기서 정부와 과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고민한다.)
(출처 : 한겨레신문 / 소설에서 출발해 영화와 만화로 각색된 <일본 침몰>은 종말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그리며 여기서 정부와 과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고민한다.)

 보고서를 읽던 모리 국장은 생각에 잠겼다.  이쯤 해서 마쓰다에게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세계의 주요 예언가들에게 뒷돈을 대주고 유리한 예언을 해달라고 부탁했을 리도 없을  텐데 어떻게 이렇게 한국에 대해서는 천편일률적으로 낙관적인 전망 일색이란 말인가?"

"그건 돈으로 될 일은 아니지요. 그런 짓거리는 일본인들이 잘하는 짓이지 한국인들은 그런 짓을 할 위인들이 못 돼요."

"그렇게 보는 근거라도 있는가?"

"한국인들은 의로운 척하기를 좋아하거든요. 특히 국가 간의 사안에 대해서는 그런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리가 비웃듯이 말한다.

"냉정한 국제 사회에서 의로움을 내세운다고 해서 얻을 게 뭐가 있다고?"

"어처구니없게도 그것이 서구 사회로 하여금 한국을 높게 평가하는 근거로 작용한다는 사실입니다."

"소위 말해서 한국인이 의로운 민족임을 내세워 한국 브랜드를 포장한다는 건가? 그렇다면 그것도 한류를 홍보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란 말인가?"

"글쎄요. 전략이라기보다는 한국인이 본래 지닌  민족적 DNA라고나 할까요?"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렇다면 일본인은 불의와 약탈의 민족 DNA를 지니고 있다는 말인가?"

"그렇게까지는 아니지만 한국의 깨끗한 이미지에 비해 일본이 상대적으로 순수하지 않게  보이는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명심하게.  일본은 국가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술수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걸 말야. 한국은 그런 면에서는 아직 애송이에 불과해.  한국의 정치인이나 경제인들을 보면 개인적으로는 온갖 비리를 저지르면서도 대외적으로는 초등학생만큼이나 수준이 낮단 말야.  그렇게 해서야  어떻게 국제 관계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겠나 말야.  어리석은 무리들 같으니."

대외공작을 총괄하는 국장답게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모리가 한국을 성토하는 말을 하자 마쓰다도 그에 동조하며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한국은 순진한 건지 멍청한 건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한국인들은 단수가 낮은 게 틀림없습니다. 그러니 과거 일본에게 식민지가 되지 않았겠습니까. 한국인들이 외교적인 책략이나 비책을 구사함에 있어서는 일본을 따라오려면 아직 멀었지요."

처음에 모리에게 대들었던 마쓰다는 모리의 말에 연신 부응하는 말을 했다. 모리가 열받아 진짜 동북아 재단의 지원을 끊으면 마쓰다로서도 여간 난감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쓰다가 자신의 말에 적극 동조하자 모리 국장이 더욱 신이 나서 떠들었다. 

"한마디로 말해서 한국인은 일본인에 비해 열등한 민족임에 틀림없어. 그렇지 않나?"

 "외교적 능수능란함과 막후에서 벌이는 술책과 협상 능력만 놓고 본다면 일본은 박사급이고 한국은 초등학교 수준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한국은 일본에게 배울 게 아직도 많다고 봐야겠지요."

"아무렴 그렇고말고. 국제 관계에서는 말야. 국가의 유불리에 따라서 변화무쌍한 책략과 속임수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해. 그런데  한국은 어떤가. 한국은 국력도 약하고 대담한 술책도 구사할 줄 모르니 그런 주제에 어디 감히 일본을 따라잡겠다고 덤비냐 말야. 건방진 것들 같으니!"

동북아 재단 보고서를 작성한 마쓰다와 더불어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험담을 하고 나니 모리는 속이 다 후련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 한국은 이렇게 해서라도 가끔 밟아줘야 해. 

마쓰다 앞에서 보란 듯이 큰소리는 쳤지만 모리는 속이 탔다. 보고서를 보니 일본의 미래에 대한 최상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가 더욱 가관이었다. 최상의 시나리오에 의한다 해도 20년 후에 일본은 한국보다 백 점 이상 차이가 나는 결과치를 보인다. 

최악의 시나리오에 의하면, 2050년경에  일본은 한국에 비해 거의 절반 수준의 점수를 기록했다. 이는 1970년대 한국이 일본에 한참 뒤지던 시대에 벌어진 한일간의 격차가 역전된 것이다.  매우 수치스러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모리 국장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중얼거렸다.

"조센징들! 맘에 안 들어 !"

어떤 시나리오에 의하든 일본은 2030년대 이후에 데드크로스를 보이며 한국에게 국가 경쟁력을 비롯한 모든 부문에서 역전되기 시작한다.  한반도가 통일된 이후 그  격차는 급속하게  벌어지기 시작하여 2050년 경에 최고조에 이른다.  모리는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진다.  인정하기도 싫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 없는 객관적인 분석 보고서를 앞에 두고 모리의 머리가 깨질듯이 아파왔다.

<계속>

 

편집 : 안지애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