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기다노 대승정의  <우주인과의 대화>

이를 어쩐다. 마쓰다가 알아서 보고서를 각색하면 좋을 텐데 우직한 마쓰다가 협조해 줄 것 같지 않다. 그래도 마쓰다가 나서주는 게 모리 국장으로서는 최선이다.

"이봐. 마쓰다 상! 모친이 입원하여 거액의 수술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네. 비용일랑 은 걱정하지 말게. 자네가 협조해 준다면 그깟 수술비가 문제겠는가?"

모리 국장이 마쓰다의 반응을 조심스레 살피며 말을 잇는다.

"예언가는 지구상에 수두룩하네. 인도의 어느 예언자는 한국과 일본에 대해 정확한 예언을 한 것으로 유명하지. 북한 김일성과 김정일의 죽음도 미리 예언했다고 알려져 있지. 그 예언가가 말하기를 일본이 향후 20여 년 후부터 과거 2차 세계대전 당시에 누렸던 옛 영광을 되찾고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될 거라는 예언을 했다는 거야. 한국은 일본을 추월하려고 애만 쓰다가 결국은 북한의 핵문제로 우발적으로 전쟁이 발발하여 한반도가 다시 쑥대밭이 된다는 예언을 했다지."

"그 인도의 예언자가 누구입니까?"

" 그런 예언자가 있다는 소문을 들었지만 누군지는 나도 모르네. 자네가 그걸 알아내야겠지. 그렇지 않나?"

마쓰다의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하며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모리 국장의 말인즉슨 가공의 예언자를 조작이라도 하라는 말이오?"

모리가 손사래를 지으며 마쓰다를 달래며 말한다.

"가공의 예언자일 리가 있겠나?  이보게. 분명 인도 어딘가에 그런 예언자가 있을 수도 있지 않겠나? 인도에는 스스로를 성자라고 칭하는 무리들도 많고 수많은 종교가와 신비가들 투성이야. 별의별 예언자가 다 있지 않겠나 말이야.  말하자면 어떤 집단이고 간에 다수 의견과 소수 의견이 있듯이 주류 예언자가 있으면 좀 예외적인 예언을 하는 소수의 예언자도 있을 수 있지 않냐는 거지."

모리 국장의 말을 들은 마쓰다가 모리를 뚫어지게 바라보며 단호하게 한 마디 내뱉는다.

"당신이 뒤에서 무슨 일을 꾸미든 나로서는 알 바 아니나 오늘의 동북아 보고서는 절대로 가공하거나 조작해서는 안 됩니다.  일본이 아무리 과거 역사를 왜곡하고 조작하는 일에 능하다 해도 미래마저 조작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는 일이오. 나는 못 들은 걸로 하겠소. "

마쓰다는 모리 국장실을 나서며 일본 불교계의 도승이었던 기다노 대승정을 떠올렸다. 1975년 7월  기다노 대승정이 선통사라는 절에서 잠을 자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한밤중에 4~5인이 찾아와 기다노 승정의 잠을 깨우고 '자신들은 신도 아니고 부처도 아니며 지구에서 말하는 우주인'이라고 자기들을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주와 지구에 대한 꿈같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우주인은 다른 천체에도 살고 있습니다. 생활 의식, 사고방식, 기후, 그리고 정밀도 등이 제각기 다르며 문명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요. 우리 우주인이 살고 있는 행성은 친구가 살고 있는 지구 행성보다 문명이 월등하게 발달하였습니다.  대단히 살기 좋은 낙원이요, 큰 이상 세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구의 성인이 다 같이 그리워하고 선망하며 갈망하는 천당이라고 하는 행성입니다. 내가 이렇게 말한다고 조금이라도 실망하거나 부러워할 것은 없습니다. 지구도 우리가 살고 있는 행성과 동등하게 된다는 사실을 예고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는 불원한 장래에 일대 환란을 겪어야 할 것입니다."

 

  연극 <금지된 계획>   제주도에 모인 등장인물 넷이 외계인과 교신하며 ‘지구의 기적’을 경험한다. 송주호 연출가는 “20세기 초, 우주를 무대로 전개되는 SF소설을 일컫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요소와 인간의 연극성을 다뤘다”고 한다. 2017~2018 유망예술지원사업 MAP 1차 결과 발표공연.​​​​​​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  출처 : 한겨레신문 
  연극 <금지된 계획>   제주도에 모인 등장인물 넷이 외계인과 교신하며 ‘지구의 기적’을 경험한다. 송주호 연출가는 “20세기 초, 우주를 무대로 전개되는 SF소설을 일컫는 ‘스페이스 오페라’의 요소와 인간의 연극성을 다뤘다”고 한다. 2017~2018 유망예술지원사업 MAP 1차 결과 발표공연.​​​​​​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  출처 : 한겨레신문 


그들은  지구의 앞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이 지구에는 큰 변동이 있을 터인데 지각이 신축되어 일어나는 현상으로서 해저였던 곳이 해면으로 돌출하기도 하고,  섬이 물속으로 침몰되어 없어지기도 하며, 없던 곳이 생겨나기도 하여 지금의 세계 지도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러면서 특별히 한국에 대해 이런 말을 덧붙였다.

"당신의 이웃 국가인 한국은 앞으로 지구상의 나라 중에서 최고의 종주국이 될 것이며, 절대적인 핵심 국가가 될 것입니다. 장차 한국에서는 성현 군자(聖賢君子)가 부지기수로 출세할 것이며,  한국은 사해만방(四海萬方)을 지배할 것입니다."

기다노 대승정은 <우주인과의 대화>라는 책에 이 사실을 낱낱이 기록했다. 마쓰다는 기다노 대승정이 거짓말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975년 당시에 기다노 대승정이 무슨 억하심정으로 자신의 나라인  일본이 침몰할 거라며 일본을 저주할 이유도 없거니와  한국과 무슨 특별한 인연이 있어 한국의 미래를 밝게 예언하거나 조작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의심한다는 것은 기다노 대승정의 순수성에 대한 모욕이다.  

수많은 해외 예언가들의 예언. 게다가 동북아 재단에서 국가별 경쟁력을 7개 분야로 나누어 예측한 시계열 보고 자료와 사회적 징조와 징후들.  마쓰다는 동북아 보고서가 어느 것 하나 버리거나 조작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모리 국장이 술수를 부린다 해도 미래를 뒤집을 수는 없다. 미래에 대한 정확한 예측과 전망을 인정해야 그 대응방안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마쓰다는 동북아재단에서 연구원들과 보고서를 작성하며 확실하게 인식한 게 있다. 일본이 과거 한국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를  침탈하여 만행을 일삼은 것에 대해 일본은 앞으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 대가는 일본의 점진적 몰락 혹은 극적인 몰락으로 나타날 것이며,  최근 일고 있는 한류 붐은  미래 한국의  비약과 부흥의 예고편에 불과하다는 사실이다.  중앙합동청사를 나선 마쓰다는 일본의 앞날을 걱정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

 

편집 :  안지애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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