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쓰다 공작을 통해 동북아재단 보고서를 조작하여 이시하라 의원과의 면담을 성공리에 마무리한 내각정보조사실 3국의 모리 국장은 대외공작팀 인도 지부장이 보내온 보고서를 읽고 있었다. 전 세계의 해외 지부로부터  매월 받아보는 월례 보고서였다.

1.지시하신 대로 카마르는 깔끔하게 처리되었습니다. 

2.인도에 있는 티베트 독립운동본부와 신장위구르 독립운동 단체에 별다른 특이 동향이 없습니다. 다만 최근 달라이라마의 건강악화로 인한 승계 문제로 중국 국가안전부 요원들이 다람살라의 티베트 망명정부를 밀착 감시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미국 CIA에서도 이들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지만 자금지원을 해주거나 눈에 띄는 지원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상.-

모리는 몇 가지 주문과 더불어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한 지시를 내렸다.

- 향후 10년 후를 대비하여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독립 운동단체들의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을 것. -

그 때 누군가 모리 국장실의 문을 노크했다. 조사3과장이다.

"이시하라의 여인이 누구인지 알아냈습니다."

모리 국장의 구미를 바짝 당기는 보고였다.

"누군가? 이시하라가 애첩으로 여기는 여인이 도대체 어떤 여인인가?"

"이름은 야마다 카즈미이고  나이는 40대 후반입니다. "

"이시하라 의원과는 얼마나 가까운 사이인가?"

"이시하라의 애첩인지 여부를 확인해봤으나 그건 이시하라 의원의 희망 사항인 듯합니다. 이시하라가 카즈미에게  열렬히 구애하고 있지만 카즈미가 아직은 이시하라에게 거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야마다 카즈미는 어떤 여인인가?"

"미국 영주권을 가진 이혼녀로 미국에서 이혼한 후 5년 전에 일본으로 귀국한 케이스입니다. 미모가 출중하여  남자들에게  꽤나 인기가 많은 편입니다.  몇 년 전부터 만방제세백교에 가입하여 지금은 열성 신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만방제세백교라면 자명당 의원들에게 자금을 지원하고 있는 종교 단체 아닌가?"

"맞습니다. 일전에 뉴스에도 나왔던 그 신흥종교단체입니다."

"카즈미의 특이한 동향은?"

"카즈미가  한 달 전에 만방제세백교 신자들 몇 명과 유럽 여행을 다녀왔는데 2주일의 여행 기간 중 10일을 남부 유럽의 메로나 마을에 머물렀다고 합니다."

 

유럽의 관광명소 / 무료 이미지 pxhere.com
유럽의 관광명소 / 무료 이미지 pxhere.com

 

"처음 들어보는 마을이군. 메로나 마을이 유럽에서 유명한 관광 명소라도 되는가?"

"메로나 마을은 인도 오로빌보다 규모는 작지만 오로빌에 버금가는 공동체 마을로서 전 세계의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특이한 점은,  카즈미가 메로나 마을에서 어떤 여인과 여러 번  만나 차와 식사를 하는 장면이 포착되었습니다."

"그 여인과 각별한 인연이 있는 거로군.  그 여인은 누구인가?"

"이름은 엘리스이고 모친이 일본 오키나와 출신으로 알려진 여인입니다. "

"같은 일본계이니  서로 아는 사이일 수도 있겠군."

"이시하라의 여인 야마다 카즈미의 행적에 대해 더 상세히 알아볼까요?"

"아니 됐네.  자칫 이시하라 의원이 눈치채면 곤란하니 이쯤에서 멈추도록 하게."

모리로서는 이 정도 이시하라의 동태를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만방제세백교라는 종교단체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내각정보조사실 2국 소관이다.  필요하면 2국에 슬쩍  정보를 알아보면 될 일이다. 그러다가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조사3과장에게 추가 지시를 했다. 

"메로나 마을과 엘리스에 대해 특이 사항이 있는지 살펴보고, 최근 동향을 확인해보도록 !"

한편 도쿄 외곽에 있는 한적한 대저택 사무실에서 만방제세백교의 제1단주인 고바야시가 이시하라 의원이 보낸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다. 말이 대저택이지 마치 오사카 성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이 성이나 요새처럼 보이는 건축물이다.  이 저택은 만방제세백교 교주와 최측근 단주들이 기거하는 곳으로 외부인들이 섣불리 접근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오사카 성 / 무료 이미지 PxHere
오사카 성 / 무료 이미지 PxHere

 

이시하라는 동북아재단 보고서를 '일본 동향 21'이라고 제목을 바꿔 고바야시에게 전달한 바 있다. 서류를 검토하던 고바야시에게 미국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한 사람은 만방제세백교 미주 지역장이다.

"단주님이 저번에 찾아달라고 하신 분을 그동안 백방으로 수소문해 왔습니다. 주미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지인을 통해 알아본 결과 초순진님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2년 전에 미국에 입국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군요. 서울의 백상훈 자문위원이 좋아하겠네요. 계속 좀 수고해주세요."

만방제세백교는 전 세계의 각 분야별 전문가들로 자문위원단을 구성하고 있는데, 한국인 백상훈은 고대 동양 사상을 담당하는 자문위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백상훈의 부친은 만방제세백교의 상임 고문으로서  만방제세백교가 창단될 때부터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백상훈이 부친 덕분에 만방제세백교의 자문위원이 된 건 아니다. 백상훈의 유튜브 동영상 강의에 푹 빠진 만방제세백교 열성 신자들의 강력한 추천으로 자문위원에 임명된 것이다. 

그로부터 이틀 후 미주 지역장이 고바야시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해 왔다.

"드디어 초순진님의 거취를 확보했습니다. 초순진님은 현재  위스콘신에 거주하고 있으며,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그거 잘 됐네요.  초순진님을 돌보기 위해 미국 영주권을 지닌 카즈미를 위스콘신에 보낼까 합니다. 지역장님이 카즈미를 안내해 주시고,  카즈미가 도착할 때까지 초순진님을 돌봐주셨으면  합니다. "

미주 지역장과 포교 관련하여 추가로 몇 가지 협의를 마친 고바야시는 서울에 가 있는 카즈미에게 연락하여 곧바로 미국으로 가서 미주지역장과 함께 위스콘신의 초순진을 찾아보도록 조치했다. 또한 초순진에 대한 소식도 전하고 안부도 물을 겸 백상훈 자문위원에게 이멜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보다 먼저 할 일이 있었다. 고바야시는 이시하라가 보낸  '일본 동향 21'에 더 신경이 쓰였다.  만방제세백교가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계속>

편집 : 안지애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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