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시인 지망생이었다가 예언자로 생을 마감한 카마르가 화장되어 사라져간 갠지스 강가의 화장터를 보며 회상에 잠겨 있는 일단의 무리가 있었다.  그들은 갠지스 강 인근 바라나시에서 '생명과 평화 연대' 가 주최한 세미나를 마치고 갠지스 강을 산책하고 있었다.  그 중에는 투란도트의 엘리스와 바즈라야나 사상 연구회의 인도본부장 모니카도 있었다.

투란도트는 NGO 단체인 '생명과 평화 연대'의 전위조직으로 기후 위기에 처한 인류의 평화와 생명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신장위구르의 독립을 비밀리에 지원하고 있다.  갠지스강의 신묘한 분위기에 취해있던 모니카가 엘리스에게 말했다. 

"오랜만에 보니 얼굴이 더 고와지셨어요. 언제 봐도 화사한 얼굴이 좋아 보여요."

"별말씀을요. 모니카야말로 우아한 분위기가 일품이세요. 신비스러워 보이는 깊은 눈동자도 늘 부러운 걸요."

덕담을 나누던 모니카가 전에 얼핏 들었던 일이 생각이 나서 엘리스에게 아는 척을 했다.

"남부 유럽의 메로나 마을에서 일어났던 소요사태가 잘 마무리되었다니 다행이에요."

엘리스는 작년에 메로나 마을의 수장인 다비드와 윤리위원장 사라폰티가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엘리스는 메로나 마을의 소요 사태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평생의 배필인 닉을 만나 결혼에 골인하기도 했다. 당시의 소요 사태를 회상하기라도 하듯이  엘리스가 긴장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며 말했다.

"그러게요. 다른 곳도 아니고  메로나 마을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지요.  지금은 진정되어 다시 원래의 모습을 회복했어요.  '세상에 완벽한 사회는 없다'는 교훈을 얻었지요. 사악한 욕망을 가진 인간들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어디에나 존재하거든요. "

모니카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자 엘리스가  갠지스강의 화장터를 보며 모니카에게 말했다.

"갠지스 강가에서 사람들은 시체를 화장하고 빨래와 목욕을 하며 그 물을  신성한 물이라며 그냥 마시고  요리까지 한다고 하는 데 사실인가요?  너무 비위생적으로 보여서요."

모니카가 웃으며 답변했다.

"그렇게 보일 수도 있어요. 인도 사람들은 갠지스 강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하지요. 학계의 주장에 따르면, 갠지스는 다른 강처럼 정화 능력만 갖춘 것이 아니라 세균을 죽여 부패를 방지하는 광물질로 가득 차 있다고 해요.  그래서 수많은 주민의 시체가 버려지고 수천 명이 목욕하는 강물을 힌두교도인들은 안전하게 마실 수 있다고 확신하는 거지요."

"그렇다면 이해가 되네요. 갠지스 강의 분위기가 외지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무겁지만은 않아 보여요. "

엘리스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모니카에게 물었다.

"바즈라야나 사상 연구회는 요즘 어떤가요?"

"바즈라야나 사상 연구회는 티베트 밀교를 신봉하는 사람들을 주축으로 하여 밀교를 연구하며 수행하고 있지만, 물밑으로는 티베트 분리 독립을 지원하고 있지요. 최근 바즈라야나 도쿄지부로부터  'E2 보고서'를 입수했는데 그에 따르면 앞으로 10년에서 20년 사이에 동북아 지역이 전쟁의 격랑에 휘말릴 우려가 크다는군요."

마쓰다의 절친한 친구인 노부유키는 동북아재단 보고서의 대외유출을 삼가해달라는 마쓰다의 요청을 의식하여 동북아재단이라는 제목을 삭제하고 'E1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바즈라야나 도쿄지부 사무총장에게 보낸 바 있으며, 도쿄 사무총장은 그 보고서 중에서 티베트와 신장 자치구에 관련된 내용을 간추린  'E2 보고서'를 별도로 작성하여 인도본부장 모니카에게  전달하였다.

티벳 영산 ‘카일라스’ 빛나는 형상 오롯이-  한상무 작가의 <강 린포체 수미산> 연작중 일부. 카일라스산 기슭 마나사로바 호수 부근과 수행자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 출처 : 한겨레 2019-01-28
티벳 영산 ‘카일라스’ 빛나는 형상 오롯이-  한상무 작가의 <강 린포체 수미산> 연작중 일부. 카일라스산 기슭 마나사로바 호수 부근과 수행자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 출처 : 한겨레 2019-01-28

 

그러자 엘리스가 재치있게 모니카의 말에 응수했다. 

"동북아 지역이라면 중국을 비롯한 일본과 한국이 속한 지역이겠군요.  그렇다면 그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티베트나 신장 자치구가 분리 독립을 도모할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겠군요."

"역시 투란도트 활동가답게 정세를 보는 혜안이 뛰어나신데요~."

모니카의 칭찬에 멋쩍은 듯 엘리스가 얼굴에 발그스레한 홍조를 띄우며 대답했다.

"저희 투란도트가 지향하는 활동 방향과 일치해서  그렇지요." 

그러자 모니카가  엘리스에게  살짝 귀띔하듯이 말했다.

"들리는 바로는 일본 정보기관이 티베트나 신장 자치구 독립운동에 지대한 관심이 있으며, 장차 만주 지역을 점령할 야욕을 품고 비밀리에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하네요."

"그런가요. 투란도트 비숍에게 그런 이야기를 듣기는 했어요."

무슨생각이 떠올랐는지  엘리스가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본은 과거 제국주의의 망령에 사로잡혀 있어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터져 패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로부터 전혀 역사적인 교훈을 얻지 못한 나라지요."

모니카도 엘리스의  말에 동조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독일은 과거 나치 정권이 저질렀던 만행으로 피해를 입은 주변국들에 대해 끊임없이 사죄하고 반성하는 데 비해 일본은 전혀 그렇지 못하군요. 과연 그런 나라에 미래가 있을까요?"

그러자 엘리스가 비웃듯이 말했다.

"일본이 장차 만주 지역을 점령할 비밀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니, 너무 파렴치하지 않나요? 자기 주제도 모르고 남의 나라를 집어삼키려는 끝없는 욕심과 야욕으로 가득한 나라지요."

"그러게 말이에요. 일본은 만주 분리주의 단체들에게 제3의 단체 명의로  비밀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하네요. 이들 분리주의 단체를 내세워 여차하면 만주를 집어삼키려는 거지요." 

"떡 줄 사람은 생각지도 않는데 지레 앞서 가는 형국이네요.  그뿐인가요. 한국의 분단 상황을 조장하고 갈등을 부추켜  자기네 국익을 챙기려는 못된 민족이지요."

두 사람은 일본을 한껏 비웃고 있었다.  엘리스가 정색하며 모니카에게 물었다.

"혹시 한류라고 들어봤어요?"

"그럼요. 요즘 전 세계에 불고 있는 문화 신드롬인데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나요? 인도에도 최근 들어 한류가 거세게 불고 있지요."

모니카의 말에 기운을 얻은 엘리스가 다소 흥분한 듯이 말했다.

"저는 한국에 기대를 걸고 있어요. 한국어와 한국 문화의 우수성이 이제 겨우 알려지기 시작한 셈이죠.  요즘 부는 한류 바람도 고대 한국 문화로부터 이어져 내려온 한민족 고유의  '흥과 신명' 문화의 발산이라고 하더군요."

 

“인도에서의 깨달음이 일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 -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20대에 찾았던 7개월간의 인도 여행을 이처럼 소회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그는 인도에서와 같은 명상을 30년간 이어갔다. 지속된 명상에서 애플의 ‘직관’이 나왔으니, 잡스에게 인도는 깨달음의 원천이나 다름없다 / 출처 :  한겨레 2018-11-08
“인도에서의 깨달음이 일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 -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20대에 찾았던 7개월간의 인도 여행을 이처럼 소회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그는 인도에서와 같은 명상을 30년간 이어갔다. 지속된 명상에서 애플의 ‘직관’이 나왔으니, 잡스에게 인도는 깨달음의 원천이나 다름없다 / 출처 :  한겨레 2018-11-08

 

"사실 저도 요즘들어 한국의 고대 사상에 심취하고  있어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고 세상을 이치로 교화하는 이념이 고대 한국의 핵심 사상이라고 들었어요. 어떻게 보면  '생명과 평화 연대'가 추구하는 바와 공통점이 많아 보여요."

모니카가 엘리스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가만히 보니 엘리스는 한국에 관해 관심과 애정이 많은가 봐요. 한국과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예리하시군요.  제 부친은 프랑스인이고, 모친은 일본 오키나와 태생이지요.  오키나와는 현재 일본령이지만 1879년까지는 류큐 왕국이었지요. 류큐 왕국은 중세 시대 고려의 삼별초가 여몽 연합군에 쫓겨 오키나와로 피신하여 세운 왕국이지요. 저의 모친은 당시 류큐 왕국을 세운 삼별초의 후손이랍니다."

모니카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엘리스는 고려인의 피, 즉 한국인의 피를 이어 받은 거로군요."

"네, 멀리 거슬러 올라가면 그런 셈이지요."

"그럼 엘리스는 혹시 예전의 류큐 왕국의 부활을 꿈꾸고 있나요?"

"그럼요. 오키나와가 일본으로부터 독립하여 예전의 류큐 왕국의 지위를 회복하는 게 저의 모친의 일생일대 꿈이었지요. 저 역시 마찬가지고요."

"그런 열정을 가지고 있었군요. 그렇다면 엘리스에게 귀한 선물 하나 드릴까요?"

모니카가 엘리스에게 USB 메모리를 내밀며 말했다.

"여기에 일본 정보기관의 대외 공작이 담긴 동영상 녹취록이 있어요.  일본 정부를 상대로 언젠가  요긴하게 쓸 수 있을 거에요. "

엘리스가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라워했다.

"이거 너무 큰 선물인데요. 어떻게 이 신세를 갚아야 하나?"

"꼭 무엇을 바라고 한건 아니에요. 마침 바즈라야나 회원 중의 한 명이 긴밀히 상담할 게 있다고 해서 우연히 얻게 된 거니까요."

카마르의 동생 푸시나는 바즈라야나 사상 연구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알게 된 모니카에게 카마르의 거짓 예언에 대한 내막이 담긴 USB 메모리를 넘겨 주었다. 모니카는 카마르의 가족과 푸시나를 바리나시로부터  멀리 떨어진 중소도시 안전한 가옥으로 이전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저도 그럼 모니카에게 선물 하나 드릴게요. 바즈라야나 사상 연구회가 자금이 부족하다고 하던데 후원자를 물색해볼게요. 저희 메로나 마을에 운용기금이 많거든요. "

"그런 걸 바란 건 아니지만 후원해주시면 고맙죠."

모키니가 엘리스를 새삼스레 존경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며  말했다.

"오키나와의 독립을 위한 원대한 꿈이 반드시 이루어지기를 기원할게요." 

"고마워요.  모니카의 꿈은 무엇인지 궁금한데요."

"'​​​​​​저의 꿈은 당연히 티베트의 독립이죠. 우리 같이  연대해서 꿈을 이루었으면 해요."

"좋아요. 모니카와 함께라면 무엇이든 이루어 낼 수 있을 거에요. 류큐 왕국의 부활과 티베트와 신장 자치구의 독립 그리고 한국의 미래를 위해 함께 기도하기로 해요."

엘리스의 제안에 무슨 영감이라도 스쳐 지나갔는지 눈을 가느랗게  뜨면서 모니카가 말했다.

"신의 눈이 한국을 지켜보고 있는 게 아닐까요? 신의 섭리는 한 나라를 구하기 위해  큰 인물을 세우고, 전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하나의 민족을 일으켜 세운다는 말도 있잖아요."

신의 눈은 이렇게 생겼을까 22.5시간의 노출로 찍은 나선성운 NGC7293의 모습이다. 지구로부터 650광년 떨어져 있으며, 별의 일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외피층이 급속히 팽창하는 행성상 성운이다.작가는 “허블우주망원경 같은 사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중앙의 보라색과 청록색이 조화를 이루며 몽환적인 느낌을 주고, 가장자리의 주황색과 빨간색, 노란색은 우주의 힘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신의 눈은 이렇게 생겼을까  :  믿을 수 없는 우주의 모습-  ‘신의 눈’. The Eye of God by Weitang Liang - Astronomy Photographer of the Year 2022 Stars Nebulae /​​​​​​​ ​​​​​​​​​​​​​​ ​​​​​​​ ​​​​​​​/ 출처 : 한겨레 2022-09-21
'신의 눈’. The Eye of God by Weitang Liang - Astronomy Photographer of the Year 2022 Stars Nebulae  /  신의 눈은 이렇게 생겼을까 -  22.5시간의 노출로 찍은 나선성운 NGC7293의 모습이다. 지구로부터 650광년 떨어져 있으며, 별의 일생의 마지막 단계에서 외피층이 급속히 팽창하는 행성상 성운이다.   작가는  “중앙의 보라색과 청록색이 조화를 이루며 몽환적인 느낌을 주고, 가장자리의 주황색과 빨간색, 노란색은 우주의 힘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 출처 : 한겨레 2022-09-21

 

"그럴지도 모르죠.  그래서 한국에 인류의 희망이 있다고 생각해요. 역사적으로나 민족의 캐릭터로 볼 때 한민족은 이스라엘과 닮은 데가 많아요. 유대인이 유일하게 부러워하는 민족이 한민족이라고 하더군요.  고난을 극복하는 가운데 민족적 역량이 축적되는 과정이 비슷해서 그런 걸까요?"

엘리스의 말을 들은 모니카가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천재가 천재를 알아본다는 말도 있잖아요."

모니카의 말에  엘리스가 깔깔거리며 웃었다.  모니카가 말을 이었다.

"인도는 장차 중국을 따라잡고 중국을 대체할 유일한 나라로 급부상할 거에요. 그런 점에서 인도는 앞으로 한국의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어요.  인류의 미래가 인도와 한국의 어깨에 달려 있을지도 모르죠."

그 말을 듣자 엘리스는 몇 달 전에 메로나 마을을 방문한 카즈미가 생각났다. 카즈미와 함께 일본과 한국의 미래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교감을 했다.  그때  카즈미가 확신에 찬 어조로 이런 말을 했다.

"만방제세백교는 한국의 고대 문명에 대해 관심이 많아요.  저희 교주님은 만주 요하 지역에 묻혀 있는 홍산 문명이 고조선의 역사를 되찾을 수 있는 열쇠라고 말씀하셨지요.  언젠가 홍산 문화 유적이 본격적으로 발굴되면 한국의 고대 역사는 전 세계 학자들에 의해 집중적인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될 거라고 하셨고요.  그렇게 되면 지금의 한류는 '새발의 피'일 정도로 그 영향력과 파급력이 엄청나다고 봐야겠지요."

엘리스가 카즈미와 알고 지낸 지는 20년도 더 넘었지만, 카즈미가 만방제세백교에 대해서 언급한 건 처음이다. 당시 카즈미의 말을 듣고 엘리스는 깜짝 놀랐다. 엘리스는 일본에 대한 반발로 한국에 대한 호감과 애정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만방제세백교가 자기보다 더 한국 고대사를  꿰뚫고 있지  않은가.  한국이 일본에 강점당했을 시기에 고조선의 역사와 관련된 서적과 문서들을 일본 총독부가 강제로 수거하여 모조리 불태워 없애버렸다는 이야기를 한국인 지인으로부터 들었다.  그래서 한국에는 고대 역사가 없고, 고조선 역사로부터  단절되어 있다.

엘리스는 일전에 투란도트의 비숍인 제레미로부터 홍산문화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제레미는 한국계 영국인으로 한국 이름은 모연중이다.  모친이 영국인이고, 부친은 한국의 고대 국가인 발해의 후예이다. 그런 영향으로 제레미는 한국 고대 역사에 조예가 깊다. 제레미의 말에 따르면, 홍산문화는 중국의 황하 문명을 포함한 이른바  ‘세계 4대 문명’보다 훨씬 앞서 존재했으며,  홍산문화를 창조한 주역은 중원문화를 일으킨 화하족(華夏族)이 아니라 동이족(東夷族), 즉 한민족이라는 것이다.

만방제세백교의 교주가 이미 그것을 알고 있으며 옛 고조선의 역사를 되찾는데 관심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만방제세백교는 일본에서 발원된 신흥종교지만 단순한 종교 단체가 아니라  어쩌면 한민족과 모종의 연관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그런 질문을 카즈미에게 하지는 않았다. 카즈미가 스스로 밝힐 때가 올 것이다. 카즈미를 떠올리며 엘리스가 말했다.

"한 가지 의문이 들기는 해요. 전 세계의 내노라 하는 예언가들이 한국의 미래를 지나치게 장미빛으로 보고 장차 세계를 이끌어갈 중심 국가로 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지금 한국의 상황을 보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다소간의 혼란기로 보이거든요."

"아마 그 잠재력을 보고 있는 게 아닐까요? 한민족은 역사적으로 많은 고난과 시련을 극복한 민족이지요.  자신의 아픔을 공동체의 아픔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민족이기도 하고요. "

"그렇군요. 아직도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는 한국이 통일되면 자신들이 겪은 역경과 고난을 인류 공동체의 고통과 아픔으로 승화시킬 수도  있겠어요."

모니카는 엘리스의 말에 동조하며, 바즈라야나 도쿄지부에서 보내온 E2보고서를 떠올렸다. 보고서에 의하면 2045년에 한국과 일본의 명운을 바꿀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날 것이며, 그 사건 이후에 한국은 명실공히 동북아 지역의 패권을 장악하게 되고, 세계적인 지도국가로 부상할 거라고 쓰여 있었다. 과연 그 사건이 무엇일까.  그런 궁금증을 느끼며 아련한 미래를 예견이라도   하듯이 모니카가 말했다.

"한국이 고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전 우주가 시의적절하게 돕고 있는 것처럼 보여요. 한국이 자신이 처한 역경을 전화위복으로 극복하는 모습을 많이 봤어여.  신께서 강인한 정신력과 도덕성을 지닌 민족으로 한민족을 단련시키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바야흐로 신의 보호하심이 한국과 한민족을 인도하고 있다는 영감이 문득 드네요."

모니카와 엘리스가 서로를 가볍게 토닥이며 인류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을 때 갠지스강 물결에 강렬한 햇빛이 비치며, 신약 성경의 요한 계시록에 나올 법한 멋진 황금빛 정금성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마치 그들의 찬란한 꿈을 미래의 거울로 비춰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끝>

* 이상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참고로 이 연재물은 특정 단체나 종교, 특정 인물과 무관하고,  이는 작가의 창작에 의한 허구임을 밝히는 바입니다. 

편집 : 안지애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장  

 

심창식 편집위원  cshim7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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