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서산에 기울고 있소.

오늘이 음력 섣달그믐, 그러고 보니 임인(壬寅) 올 한 해도 저물어가오. 정말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해였소.

그런 어려운 중에 동창회 이끌어 가시느라 수고 많았소. 정말 수고 많았소. 고맙소.

경산, 이젠 가까이했던 친구들이 우리의 곁을 하나둘 떠나고 있소. 마치 가을 연못가 오동잎 떨어지듯 말이오.

하지만, 어쩌겠소? 생자필멸(生者必滅)이라 그것이 자연의 도리인데. 그러니 가는 사람은 "편히 잘 가라!" 보내 주고 남아 있는 우리들끼리 자주 만나 즐기다 갑시다!

그동안 용연(龍然, 정용택)이 수고가 많았소. 그가 아니었으면 어떻게 우리가 움직일 수 있었겠소. 발이 되어준 용연이에게 우리 다 함께 고마움을 전합시다. 아울러 그의 건강을 빌며...

경산, 또 고마워해야 할 사람 있소.

누구냐고? 성미도 급하군요. 누군 누구요. 부르면 멀리서 불원천리하고 달려오는 탄월(灘月, 김원택)이지!

지난 한 해 어려운 중에도 이렇게 함께 할 수 있어 정말 즐겁고 행복했소! 모두가 경산, 회장 덕이요. 다시금 감사하오.

경산,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소. 저녁노을이 아름답구려! 우리도 저 저녁노을처럼 곱게 늙어 갑시다.

경산, 난 지금 노을 속에 들려오는 용화사 저녁 종소리 들으며 학명선사(鶴鳴禪師)의 선시(禪詩) <몽중유>(夢中遊) 읊고 있소.

妄道始終分兩頭
冬經春道似年流
試看長天何二相
浮生自作夢中遊

묵은해니, 새해니, 분별하지 마시게,
겨울 가고 봄이 오니 해 바뀐 듯하지만,
보시게나. 저 하늘을! 달라진 게 있는가?
우리가 어리석어 꿈속에서 떠돈다네.

경산, 그렇소! 배우가 무대에서 연기하듯 우리도 80평생 '춘몽'(春夢)이란 무대에서 연기하고 있는 것이요. 배우가 자기 역을 마치면 무대를 떠나듯 우리도 우리의 주어진 역(탤런트의 역할)이 끝나면 이 세상(춘몽)을 떠나는 것이오. 사람들은 이를 '죽었다'하는 것이요.

경산, 그러니 우리 무대를 떠나는 그날까지 주어진 역 충실히 하고 즐겁게 춤추며 떠납시다!

계묘년 새해에도 우리 건강히 힘차게!

그리고
즐겁게!
아자아자!

고마웠소! 그리고 행복했소! 사랑해!♡

임인 섣달 그믐날
김포 여안당에서
한송이

편집 : 김동호 편집위원

정우열 주주  jwy-hans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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