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죽나무, 국수나무, 이팝나무, 꼬리말발도리, 설악조팝나무, 댕강나무, 함박꽃나무

5월은 산과 들에 하얀 꽃이 필 때다. 이팝나무, 팥배나무, 때죽나무, 쪽동백나무, 층층나무,  산딸나무, 아카시나무 등 큰키나무에서 백당나무, 함박꽃나무, 노린재나무, 국수나무, 고광나무, 덜꿩나무, 가막살나무, 마가목, 찔레, 불두화 등 작은키나무까지 여기저기 하얀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있다. 하얀 꽃들은 향도 있어... 가다서다 하며 그 향기에 흠뻑 취하게 된다.

지지난 일요일 남산 야외식물원에서 오솔길을 따라 둘레길 방향으로 갈 때 때죽나무 군락지를 만났다. 오솔길을 두고 때죽나무가 양쪽에서 자라 서로 만날 정도로 잘 자랐다. 하얀 꽃들이 대롱대롱 달린 터널을 걷는 즐거움이란...

5월 중순에 남산야외식물원 동북쪽 끝에서 산림숲길을 찾아가면 때죽나무 터널을 만날 수 있다(빨간 화살표 길).
5월 중순에 남산야외식물원 동북쪽 끝에서 산림숲길을 찾아가면 때죽나무 터널을 만날 수 있다(빨간 화살표 길).

때죽나무

때죽나무과 때죽나무속에 속하는  키가 10~15m 정도 자라는 큰키나무다. 때죽나무는 5월 어느 날 열흘 동안 원 없이 피었다가 화끈하게 떨어진다. 열매에 어독(魚毒)이 있어 찧어 시냇물에 풀면 물고기가 떼로 죽어 올라온다고 떼죽나무로 불리다가 때죽나무가 되었다고도 하고, 열매를 푼 물에 빨래를 빨면 때가 쭉쭉 빠진다고 때죽나무가 되었다고도 한다. 

때죽나무
때죽나무

쪽동백나무와 비슷하게 피고 지어 혹 쪽동백나무가 있나 주변을 둘러보았으나 만날 수 없었다. 두 나무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두 나무 모두 향이 좋고, 열매는 기름 성분이 많아 동백기름 대용의 기름을 짤 수 있다. 눈에 띄게 다른 점은 때죽나무는 가지에서 나온 꽃대에 2~5송이 꽃이 아래로 늘어져 달리고, 쪽동백나무는 긴 꽃대에 20~30송이 흰 꽃이 일 열로 주렁주렁 달린다.

때죽나무와 쪽동백나무
때죽나무와 쪽동백나무

국수나무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만 자라는 장미과 국수나무속 국수나무도 예쁜 꽃을 피웠다. 키가 1~2미터 되는 작은키나무다. 산지에서 너무 흔하게 피는 꽃이라 큰 관심을 받지 못하지만, 고개를 숙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예쁨에 깜짝 놀라곤 하는 꽃이다.

꽃이 예뻐 관상용으로도 활용되고, 줄기와 잎은 염색에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큰키나무 아래 무성하게 잘 자라서 새를 비롯하여 다양한 생물종들이 국수나무를 거처로 이용한다고 하니 흔해도 그 쓰임새는 알찬 식물로 보인다.

국수나무
국수나무

국수나무란 이름은 곧게 뻗은 가는 줄기가 국수 면발 같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고도 하고, 가지 속 공간에 인간 뼈속 골수 같은 ‘수’가 있어 국수나무 양끝을 잘라 한쪽에 가는 막대를 집어넣으면 반대쪽에서 ‘수’가 쑥 밀려나오는 모습이 마치 국수틀에서 국수가 나오는 것 같다 하여  이름 붙었다는 말도 있다. 재미있는 이름이다. 

국수나무
국수나무

이팝나무

1주일 지나서 간 국립수목원도 하얀 꽃들 천지다. 그중 이팝나무가 단연 눈에 띈다. 새하얀 꽃이 나무 전체를 뒤덮었기 때문이다. 이팝나무는 이밥나무에서 온 말이다. 조선시대 ‘이’씨 양반들이 먹는 흰쌀밥을 이밥이라고 불렀다. 멀리서 보면 수북수북한 흰밥 한 그릇이 여기저기 올라앉아 있는 것처럼 보여서 이밥나무라 불렀다가 이밥이 이팝으로 바뀌어 이팝나무가 되었다 한다.

이팝나무
이팝나무

이팝나무는 모내기 철인 5월에 피기 때문에 논밭 주변에 심어 농사 시작 시기를 가늠했다. 옛사람들은 이팝나무꽃으로 농사의 풍흉을 점쳤다고 한다. 이팝나무는 물이 많은 곳에서 잘 자라기 때문이다. 이팝나무꽃이 활짝 피면 풍년이 들고, 그렇지 않으면 가물어서 흉년이 든다고 여겨 마을의 수호신 중 하나인 ‘신목’으로 섬겼다. 그런 연유로 수령이 250~600살이나 되는 7그루의 ‘신목’ 이팝나무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경남 김해시 주촌면 천곡리에 있는 수령 500년 된 천연기념물 제307호 ‘천곡리 이팝나무(무료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커먼스) 
경남 김해시 주촌면 천곡리에 있는 수령 500년 된 천연기념물 제307호 ‘천곡리 이팝나무(무료 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커먼스) 

이팝나무는 물푸레나무과 이팝나무속 나무로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이 원산지이다. 키가 20~30m 정도로 크다. 5월에 새 가지 끝에 원뿔 모양 꽃차례를 이루는 하얀 꽃이 핀다. 4개의 꽃잎은 길이 6-10cm로 길쭉하다. 암수 딴 그루라고 한다. 수술은 2개, 암술은 하나라고 하는데 잘 보이지 않는다. 9~10월에 타원형 검은 보라색 열매가 열린다. 

이팝나무
이팝나무
이팝나무
이팝나무

꼬리말발도리

'꼬리말발도리'는 범의귀과 말발도리속에 속하는 키가 1~2m 정도 되는 작은키나무로 계곡이나 산기슭의 바위틈에서 산다. '말발도리' 이름은 열매 모양이 말굽(말발)을 닮은 나무 이름이다.  꼬리말발도리는 잎끝이 꼬리처럼 약간 삐죽 길어서 '꼬리'란 단어가 붙었다. 

꼬리말발도리
꼬리말발도리

4~5월에 흰꽃이 새 가지 끝에서 원뿔 모양 꽃차례로 달린다(말발도리는 산방꽃차례). 5개의 꽃잎은 살짝 각이 진 타원형이다. 수술은 5개이며 암술대는 3개이다. 함경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에서만 자라는 고유종으로 멸종위기에 처해있다고 한다. 국립수목원에서 보호·보존 차원에서 기르고 있나본데... 운 좋게 만났다. 신기하기만 하다.

매화말발도리 
매화말발도리 

설악조팝나무

'설악조팝나무'는 장미과 조팝나무속 작은키나무다. 조팝나무와는 비교할 수 없게 아름다운 설악조팝나무는 우리 고유종으로 설악산에서 자생한다고 해서 '설악'이 붙었다. 설악산뿐만 아니라 중부 이북의 표고 100-1,500m 사이에서 자라며, 키는 최대 2m 정도까지 자란다고 한다. 이 나무 역시 국립수목원에서 보호·보존 차원에서 기르고 있는 나무 같다. 또 운 좋게 내 눈에 띄어 귀한 꽃을 만났다. 영광이다.

설악조팝나무
설악조팝나무

잎이 참 독특하다. 잎의 상부에 4~5개의 결각상톱니가 있고 3개로 갈라지기도 한다. 흰 꽃은 5월에 새 가지 끝에서 15~20개가 산형 모양 꽃차례로 둥글게 둥글게 모여 핀다. 동글동글한 꽃잎은 5개로 수술과 길이가 거의 같다.

설악조팝나무
설악조팝나무

댕강나무 

마른 가지를 꺾으면 댕강댕강 소리가 난다 하여 '댕강'이 붙은 댕강나무는 인동과 댕강나무속이다. 높이는 2미터 정도라 작은키나무에 속하지만 내가 만난 댕강나무는 2m 훨씬 넘어 보인다. 아마 국립수목원의 좋은 환경에서 제 본성에 맞게 잘 자란 탓이 아닐가 싶다.

꽃은 5월에 잎겨드랑이나 가지 끝에서 분홍색으로 핀다.  꽃자루 하나에 3개씩 달린다. 화관이 특이하다. 2cm 정도 길이의 화관은 통 모양으로 붉은색이다. 꽃잎은 흰색이지만 멀리서 보면 화관 덕에 꽃이 분홍색으로 보인다. 

댕강나무
댕강나무

수술대에는 털이 있으며, 암술대는 짧고 털이 없다. 수술과 암술이 생긴 모습에서 약한 꽃이다. 그러다보니 좀 밋밋하다. 멀리서 보면 예쁜데... 그래도  다발로 피는 꽃이 풍성해 관상용으로 많이 심는다.

댕강나무
댕강나무

함박꽃나무

아직 활짝 피지 않은 함박꽃나무가 '곧 있으면 저도 함박 핍니다. 다시 또 오세요' 하면서 아쉬운  인사를 한다.  

* 결각상 : 잎의 가장자리가 톱니 모양처럼 깊이 패어 들어간 형태(출처 : 결각상 – 다음 어학사전 (daum.net))

참고 사이트 : 문화재청 
참고 사이트 : 이호균의 풀꽃나무광 티스토리
참고 사이트 : 모야모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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