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초, 돌나물, 갯완두, 만병초, 봄망초

큰키나무, 작은키나무 꽃을 실컷 보았으니 이젠 고개를 숙여 아래를 내려다 볼 시간이다. 

기린초

돌나물과 돌나물속 여러해살이풀인 '기린초'가 이렇게 예쁜 꽃망울을 달았다. 6~9월에 노랑 꽃이 피는 기린초는 산에서 흔한 야생화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추위와 가뭄에도 잘 버티는 강인한 식물이다. 꽃은 원줄기 끝에서 산방상 취산꽃차례로 노랗게 달린다. 꽃잎과 꽃받침은 5장이다. 둘 다 끝이 뾰족한 피침형이다.  수술은 10개, 암술은 5개다.

기린초
기린초

어린잎은 식용으로, 꽃, 잎, 줄기, 뿌리 모두 약용으로 쓰인다. 약효도 뛰어나서 혈액 순환 촉진제, 항우울증제, 항염증제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여러 유용한 쓰임새 때문에 재주나 지혜가 아주 뛰어나 장래가 촉망되는 아이란 뜻의 ‘기린아’의 '기린'이 붙어서 '기린초'가 되었다고 하고... 줄기가 기린 목처럼 쭉 뻗어 나와 기린초라 지었다고도 하고...  기린초의 잎이 중국 전설 속 동물 '기린'의 뿔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고도 한다. 또 재미있다. 

2021년 6월에 국립수목원에서 만난 활짝 핀 기린초다. 
2021년 6월에 국립수목원에서 만난 활짝 핀 기린초다. 

돌나물

기린초와 마찬가지로 돌나물과 돌나물속 여러해살이풀이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볼 수 있다. '돌나물'은 기린초같이 매우 강인한 식물로 이름처럼 산지 바위가 원서식지이지만 아무 곳에서도 잘 자란다. 기린초는 뿌리에서 줄기가 위로 쑥 올라오면서 자라지만, 돌나물은 옆으로 뻗어 가면서 자란다. 뻗은 줄기 마디에서 아래로는 뿌리가 나오고 위로는 꽃대가 나온다. 꽃대에서 5~6월에 취산꽃차례로 노란 꽃이 핀다. 꽃받침잎과 꽃잎이 5장이고 기린초와 아주 닮았다. 끝이 뾰족한 피침형이고 수술도 10개, 암술도 5개다.

돌나물
돌나물

봄에 연한 순은 고추장에 무쳐 먹거나 물김치로 담아 먹는 돌나물이 바로 이거다. 꽃이 예쁘고 잘 자라서 정원 바위틈에 관상용으로 많이 키운다. 항암 효과를 비롯해 노화 억제 효과가 있는 것이 최근 밝혀지고 있다고 하니 기린초같이 흔하지만, 그 쓰임새만은 귀한 식물이다.

돌나물
돌나물

털갯완두

콩과 연리초속 여러해살이풀이다. 바닷가(개)에서 사는 완두를 갯완두라고 하고 이중 꽃받침과 잎에 털이 많은 완두를 '털갯완두'라 한다. 아래 사진은 갯완두인지 털갯완두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꽃받침과 잎에 털이 있는 것으로 보아 털갯완두로 생각하기로 했다. 땅속으로 뻗어가는 뿌리에서 줄기가 나와 옆으로 비스듬히 자란다. 키는 20~60cm다. 주로 한반도 중부 이북의 바닷가 모래땅에서 자라는데 국립수목원에거도 자라는 것을 보면 일반 땅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 아닐까 싶다. 

갯완두
갯완두

꽃은 5~6월에 핀다. 잎겨드랑이에서 난 꽃대 끝에서 3~5개씩 나비 모양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주로 보라색이나 흰색도 드물지만 있다고 한다. 꽃받침은 5개로 갈라지고 털이 있다. 둥근 통 모양이다. 수술과 암술을 볼 수 없으나 수술은 10개, 암술은 1개다.

갯완두
갯완두

만병초

어느 날 국립수목원 길을 걷는데 해설사를 만났다. 우리가 꽃에 관심이 많은 것을 알고는 '비밀의 정원'을 알려주겠다고 했다. 우리를 안내한 곳은 '만병초' 군락지였다. 이곳에 만병초가 필 때 만병초 군락에 숨어있는 정자에서 데이트를 즐기라고 했다. 그 후 여러 차례 그곳엘 갔는데 이상하게도 만병초꽃은 만나질 못했다. 만병초는 7∼8월 백두산 천지에 많이 피는데 기후변화 탓에 군락지가 줄고 있다고 한다. 북한에서도 그러는데... 이곳에서는 꽃을 피우기 어려운가 보다 생각했다. 

지난 5월 27일 자 한겨레 토요판 <빛으로 그린 이야기>에서도 '만병초'가 남한에서는 보기 힘든 꽃이라고 짧게  언급되었다. 이정용 선임기자가 사진과 함께 올린 글 '그곳에도 활짝 피었겠지…'에서다.

"강원도 양구군 국립수목원 DMZ 자생식물원은 지난 10일부터 이달 말까지 '북방계 식물전시원을 특별 개방했다. 이곳에서는 '너도개미자리', '백두산떡쑥', '흰양귀비', '오랑캐장구채', '만병초' 등 남한에서는 보기 힘든 식물을 만나볼 수 있다"

만병초
만병초

그런데 보았다. 그렇게 보기 힘들다는 만병초꽃을 드디어 만났다. 멀리서 보는데 동그란 연분홍 꽃송이 무리가 잎 위에 소복이 앉아 있다. 세상에나... 이렇게나 고울 수가 있나? 진달래속꽃이라 그런지 꽃잎은 하늘하늘 진달래를 닮았고 꽃 색은 연달래(철쭉)를 닮았다. 막 꽃잎을 열려고 하는 꽃봉오리도 더할 나위 없이 곱다.

만병초 봉오리
만병초 봉오리

만병초(萬病草)는 이름 그대로 만 가지 병을 고칠 수 있는 풀이라는 뜻에서 이름 지어졌다.  남한에서는 지리산 백두대간, 울릉도 등 높은 산에서 사는 식물로 1~4미터 정도의 작은키나무다. 

잎이 특이하다. 겨울에도 가죽질의 두꺼운 잎이 추위를 견디며 산다. 거기에 강한 생명력을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장타원형 잎은 뒤로 약간 말린다. 꽃은 남한에서는 5~6월에 피며 10~20개가 가지 끝에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꽃부리는 깔때기 모양이고 5개로 갈라진다. 연분홍 꽃 안쪽 윗면에 녹색 반점이 있다. 수술은 10개인데 길이가 서로 다르고 암술은 하나다. 진한 꽃분홍으로 피는 홍만병초, 노랑꽃이 피는 노랑만병초도 있다고 한다. 

만병초
만병초

봄망초

원산지가 북아메리카인 국화과 개망초속 '봄망초'는 남산에서 만난 흔한 꽃이다. 사진이 예쁘게 나와 버리기 아까워 올려본다. 개망초처럼 귀화식물로 흔한 꽃이다. 개망초는 6월부터 피지만 봄망초는 4~5월에 피는 개망초라서 '봄' 자가 붙었다. 줄기는 곧게 서고 높이 30~80cm 정도 자란다. 꽃봉오리일 때는 고개를 숙이고 꽃이 피면 고개를 든다. 설상화는 희거나 연분홍색이며 통상화는 노란색이다. 봄에 연한 잎을 삶아 쌈을 싸 먹거나 국으로도 먹는다고 하니 귀화식물이어도 쓸모는 있나 보다.

봄망초
봄망초

 

참고 기사   : “혹시 지구 대통령 된다면?” 깜짝 질문에 문 대통령의 대답은

참고 사이트 : 이호균의 풀꽃나무광 티스토리
참고 사이트 : 모야모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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