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야만은 어떤 곳인가?

아디야만주는 아나톨리아 반도 동남부에 있다. 수도는 아디야만이다. 아나톨리아 반도의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었던 것처럼 아디야만도 페르시아, 그리스, 로마, 동로마, 셀주크 튀르크, 오스만 제국의 영향 아래 있다가 1923년 튀르키예 공화국 영토가 되었다.

아나톨리아 반도의 동남부에 위치한 야디야만주의 위치(사진출처 :  https://ko.wikipdia.org/wiki/%EC%95%84%EB%94%94%EC%95%BC%EB%A7%8C%EC%A3%BC)
아나톨리아 반도의 동남부에 위치한 야디야만주의 위치(사진출처 :  https://ko.wikipdia.org/wiki/%EC%95%84%EB%94%94%EC%95%BC%EB%A7%8C%EC%A3%BC)

아디야만주는 유프라테스강과 그 지류들이 흐르는 비옥한 고원지대를 갖고 있다. 주민 대부분은 쿠르드족이라 한다. 쿠르드족은 참으로 슬픈 민족이다. 독립된 언어, 문화, 역사가 있으면서도 독립국을 설립하지 못한 채 튀르키예, 시리아, 이라크, 이란에 흩어져  살고 있다. 전체 약 3천만~4천5백만 명으로 추정되는 만만치 않은 인구이기에 독립이 마땅하겠지만, 주변 국가 모두 이를 원치 않는다. 그나마 이라크만 쿠르드 자치기구를 인정해 주었다. 

쿠르드인이 가장 많이 사는 곳은 튀르키예다. 튀르키예 인구의 20% 약 1천700만 명이 쿠르드인이다. 특히 튀르키예는 이들의 독립을 원치 않는다. 영토와 인구에서 손실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튀르키예는 쿠르드어 방송과 교육을 정책적으로 금지하기도 했고, 쿠르드족 독립운동을 경계하고 탄압하고 민간인 학살도 저질렀다. 이에 쿠르드족은 무장 투쟁을 벌이고, 튀르키예 정부는 쿠르드노동자당을 테러 단체로 지정하는 등 서로 적으로 대한다. 지난해 11월에도, 지난 10월에도 튀르키예와 쿠르드족은 테러와 폭탄을 주고받았다. 테러-> 보복-> 반격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이다.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진 야디야만의 한 지역을 지나면서....
지진으로 건물이 무너진 야디야만의 한 지역을 지나면서....

아디야만은 지진 지역이다. 2023년 2월6일에 큰 지진이 튀르키예 중부와 남부를 강타했다. 아디야만과 차로 2시간 거리에 있는 가지안테프 남쪽에서 규모 7.8 지진이 발생해서 가지안테프가 가장 큰 피해를 보았지만, 아디야만도 피해를 본 지역 중 하나다. 차를 타고 지나가는데 아직도 상당수 건물이 복구되지 못한 채 무너져 있었다. 

가지안테프와 아타튀르크 댐을 차로 이동했을 때 거리와 시간
가지안테프와 아타튀르크 댐을 차로 이동했을 때 거리와 시간

아디야만주에는 저수량이 어마어마한 아타튀르크 댐이 있다. 2005년 건설한 댐으로, 유프라테스강 상류의 물을 가둔 댐이다. 아타튀르크 댐은 지진 피해를 가장 많이 본 가지안테프에서 차로 2시간, 156km 거리에 있다. 직선거리로는 100km 정도 될 것이다. 이번 지진으로 튀르키예 정부도 엄청나게 긴장했을 것 같다. 아타튀르크 댐에 균열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해서 말이다. 실제 거대한 댐이 무너지는 경우도 있으니... 

빨간 동그라미가 튀르키예 영역, 파란 동그리미가 시리아 영역, 초록 동그라미가 이라크 영역(사진 출처 : 위키미디어 / https://ko.wikipedia.org/wiki/%EC%9C%A0%ED%94%84%EB%9D%BC%ED%85%8C%EC%8A%A4%EA%B0%95#/media/%ED%8C%8C%EC%9D%BC:Tigr-euph.png)
빨간 동그라미가 튀르키예 영역, 파란 동그리미가 시리아 영역, 초록 동그라미가 이라크 영역(사진 출처 :  https://ko.wikipedia.org/wiki/%EC%9C%A0%ED%94%84%EB%9D%BC%ED%85%8C%EC%8A%A4%EA%B0%95#/media/%ED%8C%8C%EC%9D%BC:Tigr-euph.png)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튀르키예 동북부에서 발원한 유프라테스강은 시리아를 거쳐 이라크를 지나 페르시아만으로 간다. 아타튀르크 댐은 시리아와 이라크로 가는 물줄기를 막는다. 이라크는 티그리스강이라도 있지만 시리아는 유프라테스강에서 물의 90%를 공급받고 있다. 시리아는 아타튀르트 댐으로 인해 유량이 감소하면서 식수와 농업용수 부족, 수질 오염 등의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물 부족은 식량 감소와 직결된다. 뭐든지 혼자 배부르게 먹으려 하면 탈이 나는 법인데….

아디야만에서 구경한 곳은 콤마게네 여왕 무덤인 Karakuş 고분과 Cendere Bridge(첸데레 다리), 콤마게네 왕의 Mt. Nemrut 고분이다. 첸데레 다리는 로마 시대에 지어졌고, 두 고분은 콤마게네 왕국이 아디야만을 지배할 때 만들어졌다.

Commagene(콤마게네)왕국은 어떤 나라일까?

알렉산더 대왕의 제국이 무너진 후 기원전 2세기, 유프라테스강 유역과 시리아 북쪽에 콤마게네 왕국이 출현했다. 그리스화 된 이란계 왕족(페르시아  다리우스 1세가 선조라 주장)이 세운 고대 그리스-이란계 왕국이다. 서기 17년부터 로마의 시리아 속주가 되었다가, 후에 잠시 왕권을 되찾기도 했으나, 서기 72년에 로마 베스파시아누스 황제에 의해 완전히 점령되면서 패망했다.

콤마게네는 서아시아의 아르메니아 왕국, 파르티아 제국과 그리스, 로마 제국의 완충지대에 있으면서 여러 문명을 받아들여 혼합문명(반은 그리스화, 반은 페르시아화)을 일구었다. 학자들에 따라 ‘아나톨리아 남부의 작은 그리스화 된 아르메니아 왕국’, ‘아르메니아 위성국가’, ‘그리스계 왕국’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Samsat와 아타튀르크 댐
Samsat와 아타튀르크 댐

콤마게네의 수도였던 Samsat(옛 단어 Samosata)는 기원전 100년 경 사모스 2세가 만들었다. Samsat는 청동기시대 존재했던 도시 'Kummuhu'일 수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Samsat에선 고대 유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아타튀르크 댐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이 댐으로 인해 Samsat와 그 근방의 발굴되지 못한 수많은 유적들이 수장되었다. 미지의 문명이 수자원을 차지하려는 댐 하나로 영원히 사라지고 만 것이다. 수장 된 곳 대부분이 쿠르드족이 살던 지역이라고 한다. 

 유프라테스강물이 흐르는 아디야만의 한 호수. 이 호수를 앞에 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유프라테스강물이 흐르는 아디야만의 한 호수. 이 호수를 앞에 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콤마게네 여왕 고분 Karakuş Tumulu

Karakuş(카라쿠쉬)는 터키어로 ‘검은 새’를 말한다. Tumulus은 '고분'을 말하므로 한국어로 ' 검은 새 고분'이다. 이 고분은 언덕 꼭대기에 30m 높이로 깨트린 돌을 쌓아 올려 만든 인공 고분이다. 기원전 30-20년에 콤마게네의 미트리다테스 2세에 의해 만들어졌다. 그는 어머니 Isias(이시아스) 여왕과 그의 누이 Antiochis(안티오키스) 공주와  Laodice(라오디케) 여왕, 안티오키스의 딸 Aka(아카)를 위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는 넴룻산 고분을 만든  안티오코스 1세다.

고분 내에는 한 개의 매장실이 있다. 매장실에 매장품이나 유골은 없다. 고분은 서기 72년 콤마게네 왕국이 로마에 합병된 후 약탈당했다. 매장실에 흙과 모래만이 가득 차 있는 것으로 보아 약탈로 인해 무덤의 지붕이 붕괴하였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고분 주변에는 3종류의 도리아식 기둥들이 있다. 기둥은 서로 130m씩 떨어져 있다. 높이 7m에 지름은 1.7m로 거칠게 작업한 회색 석회암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남아있는 기둥은 4개이지만 원래는 고분을 둘러싸고 동쪽, 남쪽, 북동쪽에 각각 세 개씩  9개의 기둥이 있었다.

복원된  Karakuş Tumulu의 모습. 가운데 인간 부조상이 있고 양 옆으로 동물상이 있다(사진 출처 :Commagene Nemrut(Akel Yayincilik))
복원된  Karakuş Tumulu의 모습. 가운데 인간 부조상이 있고 양 옆으로 동물상이 있다(사진 출처 :Commagene Nemrut(Akel Yayincilik))

위 그림의 복원 모습처럼 세 개의 기둥 중 가운데 기둥 꼭대기에는 인간 모습의 부조물이 있었을 것이다. 가운데 기둥 양옆의 기둥에는 각각 독수리, 사자, 황소(혹은 사슴)를 올려놓았다. 사라진 5개의 기둥과 매장실의 지붕과 기둥 등은 Cendere Bridge(첸데레 다리)를 건설하는 데 사용되었다고 한다. 

첫 번째 기둥은 현재 동쪽에 있다. 그나마 제대로 남아있는 편이다. 기둥 꼭대기에는 2.54m인 검은 독수리가 조각되어 있다. 독수리는 고개를 젖히고 하늘을 응시하고 있다. 이 독수리로 인해 이 고분의 이름이 지어졌다.

독수리 기둥
독수리 기둥

두 번째는 남쪽에 있는 한 쌍의 기둥이다. 꼭대기에는 앉아 있는 동물(황소) 조각상이 있지만, 머리는 남아있지 않다. 기둥의 비문에는 '위대한 왕 미트리다테스는 그의 어머니 이시아스, 그의 누이 안티오키스, 안티오키스의 딸 아카를 위하여 성스러운 안식처(Hierothesion)를 만들었다'라고 쓰여있다.

북서쪽에는 또 다른 기둥 한 개가 남아있다. 기둥 꼭대기에는 놓인 부조는 미트리다테스 2세와 여동생 라오디케가 악수하는 모습이라고 한다. 부조에 라오디케가 있다는 것은 그녀도 이 가족무덤에 묻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비문에는 " 위대한 왕 미트리다테스는 왕의 여동생이자 왕 중의 왕 오로데스의 아내인 라오디케 여왕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이 기념비를 세웠다"라고 쓰여있다. 원래 이 기둥 양옆으로 2.4m의 사자 조각을 꼭대기에 얹은 기둥 2개가 있었으나 지금은 모두 남아있지 않다.

2000년 전 고분이 간신히 그 모습만 유지한 채... 휑하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옛날에는 전쟁에서 이긴 쪽 병사들에게 이긴 지역에서 3일간 약탈을 허용했다고 하는데....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고분 건너편, 고분의 비극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아디야만의 건조하고 황량한 고원지대가 말없이 끝없이 펼쳐진다. 나무가 거의 없는 이런 고원 지대가 비옥하여 뽕나무, 목화, 담배, 피스타치오 열매, 포도 등 특산 작물이 잘 자란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건조한 고원 지대인 아디야만 
건조한 고원 지대인 아디야만 

콤마게네 왕의 Mt. Nemrut 고분과 Cendere Bridge(첸데레 다리)는 다음 편에... 

참고 사이트 : 다음 백과, 위키백과 
참고 서적 : Commagene Nemrut(Akel Yayincil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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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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