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료원은 ‘퇴원환자 지역사회 연계사업’을 통해 퇴원환자의 건강을 병원 밖에서도 모니터링하고, 지역사회서비스와 일자리까지 연계하는 통합돌봄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사진제공 : 청주의료원)
청주의료원은 ‘퇴원환자 지역사회 연계사업’을 통해 퇴원환자의 건강을 병원 밖에서도 모니터링하고, 지역사회서비스와 일자리까지 연계하는 통합돌봄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사진제공 : 청주의료원)

충북은 의료 불모지다. 충북의 의사 수는 인구 1천명 당 2.4명으로 17개 시도 중 14위로 최하위권에 속해있다. 공공의료기관의 핵심인 지방의료원도 청주, 충주의료원 두 곳뿐으로, 인접한 강원(5개소), 충남(4개소), 전북(3개소)에 비해 적다. 제때 치료를 받았더라면 피할 수 있었던 죽음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이라는 오명이 납득되는 대목이다. 

더 큰 문제는 도내에서조차 의료 불평등이 극심하다는 데 있다. 단단히 자리 잡은 민간 중심의 의료 환경 체계에 충북의 의료 역량은 인구와 소득이 많은 청주와 충주에 쏠려있다. 수익을 위해 진료량을 늘리도록 유도하는 행위별 수가제, 이로 인한 대학병원 및 수도권 병원 쏠림 등에 주민들이 건강한 삶을 영위할 권리를 책임져줄 필수의료는 설 자리가 없어진다. 

이런 상황에서도 도내 지방의료원 두 곳과 3차 상급종합병원인 충북대병원 등 공공의료기관은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공재로서의 의료를 공급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도 차원의 행정력을 보건과 의료에 집중해 지금의 공공의료 인프라를 보다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보건의료노조 청주의료원지부 김경희 지부장
보건의료노조 청주의료원지부 김경희 지부장


■ 저소득층 1일 4천500원 내고 간병 서비스 받아 

“공공병원은 민간병원과 달리 밀려 들어오는 환자를 막을 수 없다. 노인이든 장애인이든 환자라면 일단 받는다. 또 포괄수가제로 과잉진료에 의한 환자의 의료비 초과 부담을 막는다. 적자에 허덕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충북본부 청주의료원지부 김경희 지부장)

적자는 숙명에 가깝다. 지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지방의료원은 소위 ‘돈 안 되는’ 공공진료사업을 펼친다. 공익보다는 수익을 우선시해 과잉진료를 유도하려는 경제적 유인에서 벗어나 있다. 돈이 없어 병원을 찾지 못하는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남부3군(옥천·보은·영동)의 지역책임의료기관인 청주의료원의 공공의료사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저소득층 노인 무릎관절 수술비 지원사업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호스피스 완화의료사업 △저소득층 간병서비스 지원 사업 △퇴원환자 지역사회 연계사업 △중증응급 이송·전원 및 진료 협력 사업 △의료취약계층 수술비 지원 사업 △외국인근로자, 다문화가족, 북한이탈주민 등 소외계층 건강검진사업 △지역사회 의료지원사업 △학교폭력 피해학생 전담지원기간 협력사업 등으로 다양하다.

이 중 저소득층 간병비 지원 사업의 경우, 취약계층 환자는 1일 일반 간병비 4만5천원 중 본인부담금으로 10%(4천500원)만 내면 간병을 받을 수 있다. 나머지는 충북도(70%)와 청주·충주의료원(20%)이 부담한다. 보통 민간에서 입원 시 간병비는 간병인을 따로 고용해야 돼 월 200~300만원 수준의 큰 비용이 발생한다. 의료비보다 간병비에 큰 부담을 느끼는 현실이다. 

아울러 보호자나 고용된 간병인이 필요 없도록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함께 환자를 돌보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2013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의료와 돌봄을 분리하지 않고 한 공간에서 이루어지도록 126병상까지 운영하고 있다. 2016년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선도병원으로 지정됐다. 

청주의료원은 ‘퇴원환자 지역사회 연계사업’을 통해 퇴원환자의 건강을 병원 밖에서도 모니터링하고, 지역사회서비스와 일자리까지 연계하는 통합돌봄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사진제공 : 청주의료원)
청주의료원은 ‘퇴원환자 지역사회 연계사업’을 통해 퇴원환자의 건강을 병원 밖에서도 모니터링하고, 지역사회서비스와 일자리까지 연계하는 통합돌봄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사진제공 : 청주의료원)


■ 퇴원환자 건강 모니터링에 일자리 연계도… ‘의료’ 넘어 ‘통합돌봄’까지 수행하는 의료원 

청주의료원의 공공의료본부 공공보건의료협력팀에서 수행하는 ‘퇴원환자(대퇴골절, 무릎수술환자 등) 지역사회 연계사업’ 또한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사업 중 하나다. 치료가 퇴원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환자가 지역사회에 나가서도 일상을 안정적으로 회복할 수 있도록 퇴원 계획을 세우고 1·3·6개월 단위로 모니터링한다.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적으로 환자와 소통하며 건강을 체크하고, 나아가서는 지역사회 복지서비스를 직접 연계해주기도 한다.

청주의료원 공공의료본부 공공보건의료협력팀 서정화 팀장은 “모니터링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역사회 안에서 누릴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직접 찾아가며 연계해드리고 있다. 퇴원 후 자녀들로부터 간병을 받을 수 없는 처지에 놓인 노부부에게는 동사무소에서 받는 재활서비스를 연계해드렸고, 어떤 환자에겐 시니어클럽에 일자리를 연계해드리기도 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복지관이나 가족센터 등 지역 내 복지서비스 제공기관에서 수행하는 사업들을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꿰고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입원을 겪고 병원 밖을 나오는 순간 환자가 스스로 의료, 사회서비스 일일이 찾아다니며 건강과 일상을 회복해야 하는 보통의 상식과 달리, 지방의료원은 지역사회 전체가 움직여 수행해야 할 통합돌봄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지난해 퇴원환자 지역사회 연계사업 내 수행한 기관연계·서비스연계 건수는 152건으로 전년도보다 44건이 늘었다. 아울러 퇴원환자 관리뿐만 아니라 중증응급 이송 전원 및 진료협력 사업, 감염 및 환자안전관리 사업 등의 사업도 펼쳤는데, 지원 예산은 4억5천만원에 불과했다. 

담당자의 언급처럼 이런 사업들은 병원에는 전혀 수익이 안 되는 사업들이지만 의료원이기에 수행할 수 있는 일이다. 

청주의료원 공공보건의료협력팀 서정화 팀장


서정화 팀장은 “병원 수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사업이지만 직원을 비롯해 경영자, 원장까지도 공공의료 사업에 굉장히 협조적이기에 가능한 사업이다. 지금 사업을 수행하는 간호 인력도 병원 내 간호부에서 지원해준 결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사업들은 보건복지부의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 구축 시범 사업의 일환으로 2025년에 종료돼, 지자체 차원에서라도 사업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코로나 전담 병원 지정으로 환자 다 떠나 보내고 병상가동률 90%→40%로 급락… 남은 건 월 15억 적자로 직원 임금체불 코앞

코로나19 감염병이 터지자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은 기존 환자를 다 떠나보내고 병실을 비웠다. 국가 초유의 위기에 대응할 전담 의료기관은 지방의료원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은 것은 텅빈 병실과 불어난 적자였다. 

청주의료원의 경우 2019년 월평균 1만7천여명에 달했던 입원환자 수는 올해 7천700여명으로 크게 줄었다. 총 600여 병상 중 40% 수준의 병상만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지난 4월 정부 차원의 손실보상금 지원이 끊겼고, 당장 오는 10월부터는 운영현금이 부족해 직원들의 임금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충주의료원도 병상가동률이 35%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 

김경희 지부장은 “적어도 300병상은 차야 직원들의 월급을 줄 수 있는 상황인데, 현재 260병상밖에 없다. 월 15억 수준의 적자가 계속 발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 충북본부 양승준 본부장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충북본부 양승준 본부장은 “코로나 이전 청주의료원은 병상가동률이 90%, 충주의료원도 85% 정도 됐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떠났던 환자들이 돌아오지 않는다. 개인병원으로 주치의를 바꿨고, 환자들이 주치의를 다시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지방의료원이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회복기를 4년으로 잡았는데, 지정 해제 이후 1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 지원이 끊겼다. 국가 위기 속에서 기존 환자들 다 내보내고 코로나 환자를 본 죄밖에 없는데 이렇게 토사구팽하면 다음 감염병 때 어떤 공공의료원들이 동참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손실보상금 확대 연장 △지방의료원 운영비 지원 △자구책 마련 등을 회복기 대책으로 마련, 요구했다.

충북도의회 정책복지위원회 이상정 위원장은 “코로나 3년을 다 전담기관 역할을 떠맡느라 지금 의료원은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현재 시니어 의사 등 인력 충원을 위한 지원책을 검토하고 있고, 지자체 차원의 지원을 지금보다 더 확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 “지역 보건·의료 더이상 중앙 아닌 지방 정부 책임, 행정력 동원해야”… 지방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료 부서 격상 요구 목소리도


최근 충북에서는 도 차원에서 도내 의료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 공공의료를 확대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사스와 메르스,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을 경험한 뒤로 보건·의료 문제는 중앙이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 스스로 역량을 갖추고 해결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다. 

이에 지난 4월 도청 대회의실에서는 충북도와 도의회가 주최하고 충북공공보건의료지원단이 주관한 ‘2023 제1회 충청북도 공공보건의료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도의회 이상정 정책복지위원장이 좌장을 맡았고, 의료원장을 비롯한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토론자 및 방청객으로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충북의 열악한 보건·의료 실태에 대해 지자체의 책임을 묻는 지적들이 이어졌다. 

충북대 권역 심뇌혈관질환예방관리센터 김소영 센터장은 “그간 보건·의료 제도나 정책은 중앙정부의 역할이었는데, 감염병 이후 지방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보건·의료는 앞으로 더욱 더 지방정부의 문제로 자리잡을 것”이라며 “정주 환경에서 교육만큼 중요한 것이 보건·의료다. 지방소멸이 이야기되는 시점에서 보건·의료 환경을 선제적으로 구축해 정주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지역소멸대응기금이 있듯이 지역의료대응기금을 도 차원에서 요구할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충북의정지원센터 이광희 연구소장도 “충북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2~4살 일찍 사망하고, 건강보험료를 60~70%밖에 못 쓰고 타지 가서 쓰는 이런 상황에 대한 책임을 누구한테는 물어야 할 것 아닌가. 지자체가 공공의료에, 도민 건강에 관심 없는 상태가 굉장히 불만족스러웠다”라며 “공공보건·의료를 책임지는 도 차원에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도청 공공의료 담당자가 4명인데 인력을 추가로 배정해서 공공의료 서비스가 통합관리 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도의회에서도 필수의료 기반이 열악한 충북에 도 차원의 행정력을 동원해 공공의료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6일 도의회 제411회 임시회에서 정책복지위원회 안지윤 의원은 ‘위기의 충북도, 필수의료를 위한 지원이 필요합니다’라는 5분 자유발언을 했다. 안지윤 의원은 권역책임의료기관인 충북대병원마저도 외과, 산부인과 전공의 충원률이 50%에 그치고, 흉부외과는 아예 충원하지 못한 상황을 언급하며 △충북대 의과대학 정원 확대 △시니어 의사-지역공공의료기관 매칭사업 △응급의료 체계 마련을 위한 ‘응급의료 정보 지도’ 구축을 제안했다. 

옥천신문 이훈·이현경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기사는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옮긴 이 : 김미경 편집위원

옥천신문 이훈·이현경 기자   minho@okinews.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옥천신문 기사더보기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