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응급 관내 이용률 ‘0%’

남부3군(옥천·보은·영동)은 청주권 중진료권에 속해있다. 하지만 지역책임의료기관인 청주의료원과의 물리적 거리 문제는 물론, 코로나19 이후 의료원의 인력난, 경영 악화로 남부3군의 공공의료를 도맡기는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남부3군의 별도 진료권 재지정과 공공의료기관 설립 추진 목소리가 나온다. 

옥천은 아프면 대전으로 가고, 보은은 청주로 간다. 영동은 김천, 구미까지도 간다.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는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용률도 옥천은 고작 ‘0.7%’, 보은·영동은 ‘0%’다. 남부3군은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에 위험한 터전인 것이다. 남부3군 보건·의료 체계의 난맥상이 이제야 수치화되기 시작했다. 

■ 제천·단양·음성은 공공의료기관 유치 성공…점점 더 소외되는 남부3군

제천과 단양, 음성 등 중·북부 군 단위도 익히 알려진 의료취약지역이다. 하지만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음성은 진천과 손을 잡고 국립소방병원(2025년 예정)을, 충주는 충북대병원 분원(2029년 예정)을, 단양은 보건의료원(2024년 예정)을 끌어들였다. 특히 단양은 지방소멸대응기금(기초지원계정) 68억원을 활용해 의료원 인력 정주 환경을 개선하고, 통합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사업을 추진한다. 주민의 위태로운 건강권이 지역 소멸을 앞당긴다는 위기감 속에서 공공의료기관 유치와 운영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다. 건립, 운영 비용 부담을 이겨내지 못하고 유치전에 뛰어들지 못한 남부권만 공공의료기관이 없는 신세가 됐다.

이들이 공공의료기관 유치에 뛰어든 이유는 자명하다. 돈 되는 진료 중심의 민간 의료 환경에서 공공이 나서 필수의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지역책임의료기관인 청주·충주의료원의 사례만 봐도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은 단순히 진료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두 곳은 ‘수익’보다는 ‘공익’에 초점을 둔 의료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의료비보다 부담이 큰 간병비와 수술비를 의료취약계층에게 지원하는 것은 물론, 노인골절 환자들의 퇴원계획을 수립하고 모니터링해 일상 회복은 물론 일자리까지 연계한다. ‘의료’를 넘어 ‘돌봄’까지 책임지는 것이다. 아울러 중증응급환자의 원활한 이송과 전원을 위해 응급실이나 병원 상황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받아줄 병원을 찾느라 구급차 안에서 시간과 생명을 허비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이 제공하는 공공재로서의 의료서비스가 남부3군까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의 부족한 지원으로 자체 경영난에 시달리는 탓에 남부권까지 의료 역량을 투입할 처지가 안 된다. 무엇보다 지역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중진료권 지정으로 남부권 주민들에겐 물리적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사실상 남부3군은 그간 공공의료로부터 방치돼왔던 셈이다. 

남부3군은 도내 인구 비율이 8%에 불과하지만, 노인 인구 비율은 14%를 차지하고 있다. 옥천읍을 제외한 옥천의 8개 면의 고령화율은 45%에 육박한다. 공공의료기관 설립 등 보편적 의료 인프라 확충으로 지역 소멸을 막기 위한 지역 내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옥천 구급차 10대 중 6대는 옥천 밖으로… 지난해 병원 찾다 사망하는 사례도

#1. 지난해 8월 옥천소방서에는 코로나 확진자였던 50대 남성 A씨(읍 금구리)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구급차량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A씨의 심장은 멈춘 상태였다. 다행히 급히 옥천성모병원으로 이송시켜 A씨의 심장 리듬이 회복됐지만, 상급병원의 진료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대전, 세종, 청주권 병원 수용을 요청했다. 돌아온 답변은 모두 ‘진료 불가능’. 40분가량을 헤매다 끝내 구급상황 관리센터를 통해 충북대병원 이송 통보를 받아 빠르게 이송했다. 하지만 A씨는 병원에서 다시 심정지 상태로 사망했다. 

#2. A씨가 사망하고 한 달 뒤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읍내 배가 아프다는 환자 B씨를 옥천성모병원으로 이송했는데 대동맥 관련 질환이 의심되어 대형병원 진료가 필요하다는 소견이 나왔다. 이에 대전과 청주의 대형병원에 사전 연락을 취했으나 마찬가지로 수용 불가 통보를 받았다. 구급차량은 고속도로 위에서 정차 상태로 20분 이상을 기다렸다. 병원 물색 끝에 천안의 단국대 병원에서 수용 가능하다는 통보를 받고 1시간 이상 달려 환자를 인계했다. 다행히 사망에 이르진 않았으나 병원 도착 시 환자의 의식이 크게 저하돼 큰 사고로 이어질 뻔 했다. 

국립중앙의료원이 2021년 발표한 남부3군의 ‘2019년 중증응급 관내 의료 이용률’은 0%다. 옥천의 중증응급환자 중 84%가 대전으로, 보은의 72%는 청주로 간다. 영동의 경우 63%가 대전으로, 15%는 김천과 구미까지 간다. 남부권을 책임질 지역책임의료기관, 지역응급의료센터가 부재한 탓에 벌어지는 일이다. 남부3군은 여전히 권역응급의료센터로 1시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하거나 지역응급의료센터로 30분 이내 도달이 불가능한 ‘응급의료취약지’로 분류되고 있다. 남부3군의 중진료권을 청주권으로 지정한 것이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위 사례와 같이 옥천에서는 중증 응급환자를 빠른 시간 내에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느라 고속도로와 병원 문 앞에서 정차하는 사례는 빈번한 것으로 드러났다. 

옥천소방서에 따르면 최근 3년 간의 구급출동 9천754건 중 관내 병원 이송 건수는 3천980건(40.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급차에 올라탄 옥천 주민의 10명 중 6명이 옥천 밖으로 향한다는 뜻이다. 아울러 옥천소방서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 이내 ‘병원이 멀어’ 응급환자 이송 시 장애가 발생한 건수도 825건에 달한다.

그나마 옥천은 남부권 유일 종합병원인 옥천성모병원이 있어 관내 이송률이 보은과 영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남부3군은 위급 상황시 적절한 치료를 통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기 쉬운 환경인 것이다.  

옥천소방서 대응총괄팀 양재관 팀장은 “보통 30km 이상을 원거리로 잡는데, 대전권은 충남대병원까지가 30km 이내다. 건양대병원, 을지대병원 등은 원거리로 분류한다. 그마저도 청산, 청성, 안내, 안남, 그리고 영동과 인접한 이원 내 일부 지역은 이송 거리가 더욱 먼 상황”이라며 “남부3군 내 공공의료기관이 생긴다면 환자 이송도 수월해지고, 특히 농촌 어르신들께는 병원비 부담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남부권 중증응급 관내 의료이용률(자료제공: 국립중앙의료원, 충북공공보건의료지원단)
 2019년 남부권 중증응급 관내 의료이용률(자료제공: 국립중앙의료원, 충북공공보건의료지원단)

 

2019년 남부권 중증응급 관내 의료이용률(자료제공: 국립중앙의료원, 충북공공보건의료지원단)
2019년 남부권 중증응급 관내 의료이용률(자료제공: 국립중앙의료원, 충북공공보건의료지원단)

 

2019년 남부권 중증응급 관내 의료이용률(자료제공: 국립중앙의료원, 충북공공보건의료지원단)
2019년 남부권 중증응급 관내 의료이용률(자료제공: 국립중앙의료원, 충북공공보건의료지원단)

 


 ■ 남부3군 의사, 간호사 구인난 심각… 의료접근성 격차 지속된다

남부3군은 의사. 간호사 인력 수급에도 크게 애를 먹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인구 10만명 당 전문의 수는 옥천(105.8명), 보은(103.5명), 영동(85.2명) 순으로 낮다.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권인 충북 평균 133.9명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마찬가지로 인구 10만명 당 간호사 수는 옥천(251.5명), 영동(222.8명), 보은(213.3명) 순이다. 충북 평균은 321.3명이다. 

아울러 남부3군의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옥천성모병원·보은한양병원·영동병원)에서도 공통적으로 마취통증의학과,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부족하고, 간호사 인력 부족으로 일반병동이 정원 대비 40~50%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지난 3월 청주의료원도 충북도지사 간담회에서 위와 같은 이유에서 남부3군 병원급 이상 대표의료기관들이 △신경외과 △호흡기내과 △감염내과 △심장내과 △소아청소년과 △재활의학과 등 주민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분야 진료가 미흡하다는 검토 의견을 낸 바 있다. 하지만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방안은 마땅치 않은 모양새다. 

그간 논의돼온 대책은 지역책임의료기관을 중심으로 한 진료 지원 체계 구축인데, 정작 청주의료원이 진료과 의료진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도청에서 열린 ‘2023 제1회 충청북도 공공보건의료 정책토론회’에서 청주의료원 김영규 원장은 “남부3군의 문제는 고민스러운 부분이지만 우리(청주의료원)가 해결하긴 어렵다. 코로나 이후 적자가 너무 심해 숨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남부3군에 별도 공공의료기관이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충북본부 양승준 본부장도 “현재 청주의료원의 상황은 물론 지리적 여건을 봐서도 청주의료원이 남부권을 커버하기란 불가능하다. 청주의료원은 스스로 회복하기도 바쁘다. 남부권을 별도의 중진료권으로 지정해야 하고, 남부권 내에서도 공공의료기관이 필요하다고 알리는 움직임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자료제공: 충북공공보건의료지원단)
(자료제공: 충북공공보건의료지원단)

 

■ 전문가들 “대전의료원 남부권 커버 안 돼, 별도 공공의료기관 설립돼야”… 대안으로 떠오른 국토부 ‘국토교통중앙병원’

그간 남부권에서 지역 공공의료기관 설립 논의가 임계점을 넘지 못했던 데는 인근 대전 용운동에 들어설 대전의료원 탓이 크다. 

2017년 옥천군은 대전·보은·영동·계룡·금산 등 6개 지자체가 참여한 ‘G14 상생협력 및 공동 발전을 위한 생활권 공공의료 안전망 구축 및 재난공동대응 협약서’에 서명했다. 행정구역을 초월해 공공의료 안전망을 구축 및 공동활용한다는 큰 틀 아래 △광역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 구축 운영 △분만 및 응급의료 취약지역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시설 공동활용 등의 혜택을 함께 누리기로 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의료취약계층과 소외된 면 지역 주민을 위한 옥천(남부3군) 내 지방 공공의료원 설립 요구가 민으로부터 일 때마다 군은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이유와 함께 대전의료원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지난해 지방선거가 끝난 뒤 풀뿌리정책제안기획단 주민의힘과 군이 가진 2차 실무협의에서 주민의힘이 제안한 ‘지역 공공의료원 유치’에 대해 군은 “공공의료원 유치를 위해 보건복지부와 협의도 해봤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예산과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군과 규모가 비슷한 지역의 사례를 보니 적자 폭이 25~50억이 되기도 한다”라며 “2026년 대전에 공공의료원이 개원 예정인데, 옥천에서도 이용할 수 있도록 협약을 맺었다.

옥천군에서 지출되는 예산도 없다. 때문에 앞으로는 옥천 주민들이 어떻게 수월하게 대전 공공의료원을 이용할 수 있을지 그 방안을 강구하는 게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전의료원이 남부권 의료불평등 해소의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을 겪은 이후 지역 내 공공의료 역량의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는데, 대전의료원의 공공의료서비스가 초유의 위기에도 행정 관할 밖 주민들에게까지 미칠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지역사회 안에서 의료와 돌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통합돌봄 체계가 장기적으로 자리 잡는 추세에, 행정구역이 다른 지방의료원에 이 같은 사업을 기대는 것은 무리수라는 지적이다. 

충북공공보건의료지원단 박종혁 단장은 “대전의료원은 남부권을 커버할 대안이 될 수 없다. 환자 진료야 가능하겠지만 진료 이외 사후관리, 방문 요양·간호, 찾아가는 의료서비스, 건강·질병 예방사업 등 지역사회 내에서 이루어지는 사업들을 남부3군까지 할 수 있을까. 대전의료원은 남부권의 지역책임의료기관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충북본부 양승준 본부장도 “남부권 공공의료기관 설립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주민들이 거의 대전으로 나가는데 공공의료기관을 만들면 병원 운영이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공공의료기관은 적자가 나는 게 맞다. 안 나는 게 희한한 일이다. 강원도 영월은 군민이 몇 명이나 된다고 세웠겠나”라며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지금, 보건·의료 정책이 통합돌봄과 함께 진행된다면 남부권에는 공공의료기관이 더더욱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충북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충북의 공공보건의료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국토교통부 국토중앙병원을 설립하자는 안을 냈다. 충북공공보건의료지원단은 교통사고로 인한 응급 손상, 재활과 더불어 주변 취약지역(남부권)의 필수의료까지 책임지는 국토교통중앙병원이 남부권의 지리적 여건과 도내 재정 상황을 고려해 적합하다고 봤다. 남한의 배꼽으로 알려진 옥천(남부3군)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하자는 것이다. 

박종혁 단장은 “충북(남부권)이 가장 중앙에 위치한 지역인 만큼 닥터헬기를 띄워 응급손상, 재활을 포괄하는 의료를 제공하기에 유리하다. 영동과 인접한 옥천 동부권에 들어서면 김천, 상주까지도 커버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도 있도 있어 국토교통부를 설득할 명분도 있다”라며 “충북의 재정 상황이 열악하다 보니 도 부담이 큰 지방의료원보다는 국비 지원이 수월한 국토교통중앙병원이 현실적으로 더욱 적합하다고 본다. 도지사와, 지역구 국회의원, 남부3군 지자체 및 군의회가 합심해 중앙정부에 적극적으로 요청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옥천신문  이훈·이현경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기사는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옮긴 이 : 김미경 편집위원

옥천신문 이훈·이현경 기자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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