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고령자 복지주택 내 행정·보건·복지·의료 서비스 제공하는 통합돌봄센터
노인 돌봄 대상자 요양시설 가지 않고 지역사회서 자립 위해 관계부처 협업

옥천신문 편집자주_통합돌봄은 단어 그대로 하나의 기관, 한 명의 담당자만으로는 제공할 수 없는 돌봄 서비스다. 지난호에서 소개한 진천군에 이어 청양군 역시 지역자원 연결에 역량을 집중했다. 충남도립대, 지역활성화재단, 노인회, 시니어클럽, 홍성의료원, 공주의료원 등 10여개 넘는 단체와 협력해 통합돌봄체계를 구축했다. 각자 파편화된 의사결정을 내렸던 행정 각 부서, 사회복지기관, 주민자치영역이 통합돌봄체계 속에서는 지역케어회의라는 민관협의체를 통해 함께 돌봄계획을 세우고 중복되는 사업은 정리하고 빠진 사업은 추가하고 협업해야 할 사업은 협업하는 유기적인 의사결정을 내린다. 따라서 통합돌봄의 통합의 의미는 돌봄 서비스 ‘전달 체계’의 통합인 셈이다.

 

청양교월 고령자복지주택 전경.
청양교월 고령자복지주택 전경.


■ 주거환경개선 어려운 노후주택 거주 노인에게 LH 고령자 주택은 선택지 될 수 있어, 청양군 LH 고령자 주택에는 퇴원 환자 단기 거주 공간인 ‘셰어하우스’도 마련 … 통합재가센터 단기돌봄 최장 9일간 보호 서비스 이용 가능 “어르신 돌봄, 가족에게만 떠맡기지 않는 시스템 구축”

청양군은 통합돌봄의 ‘통합’을 정석대로 실현하고 있다. 형식상 업무협약을 맺는 것이 아닌 필요에 따라 부처 간 물리적으로도 결합하고 지역인적자원과 화학적으로도 결합해 부서 간, 민관 간 칸막이를 대폭 낮췄다. 통합과 결합의 ‘끝판왕’은 청양읍 교월리에 위치한 LH고령자 복지주택이다. 고령자 복지주택 자체는 드문 사례가 아니지만 청양군은 주택 단지내 통합돌봄센터를 구축했다. LH고령자 복지주택은 법규정상 반드시 사회복지시설이 들어서게 돼 있는데, 청양군 통합돌봄센터는 사회복지관만이 아니라 행정, 의료, 보건, 복지 시설이 집적된 형태로 전국 최초 사례다. 

청양군 고령자복지주택은 두 개 동을 합쳐 127세대(△8.5평 △11.5평)로, 현재까지 입주율은 약 70%다. 수급자 여부에 상관없이 대상은 65세 이상이며 수급자 외 입주자도 다수 있다. 청양군은 고령자복지주택을 ‘시설’이 아닌 ‘주거 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고령자복지주택 설립 취지는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도 실질적인 주거환경 개선이 되지 않는 거주자를 위한 대안적 성격의 거주 공간을 마련하기 위함이었다.  

건물 구성도 입주민들이 자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이다. 건물 1,2층에 입주한 통합돌봄센터를 찾아와 행정·보건·복지·의료 서비스를 직접 문의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정보화실, 식당, 세탁 및 건조실, 헬스장, 정원, 텃밭 그리고 시니어 일자리와 연계된 편의점 등이 조성되어 있다. 입주자들은 먹고 자는 것뿐만 아니라 소득 활동과 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더불어 10개 호실은 셰어하우스로 조성해 퇴원 환자가 지역사회로 복귀하기 전 단기로 거주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 것 역시 타 지자체와는 다른 점이다. 인근 홍성의료원, 공주의료원과 업무협약을 맺은 청양군은 의료원으로부터 환자를 인계받아 필요한 서비스가 끊기지 않고 제공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청양군은 현재의 통합돌봄 공간을 면 단위로 확장시킬 계획이다. 범부처 사업인 농촌협약 일환으로 오래된 행정복지센터를 보수해 돌봄거점센터를 만들고 이를 주민자치회가 운영할 수 있도록 계획 중이다.

청양군 통합돌봄과 통합돌봄팀 한진희 팀장은 “농촌지역은 노후 주택이 허름하거나 오래된 흙집이 많아 주거환경 개선으로도 보수가 안되는 집이 꽤 많았다. 그분들이 복지 주택에서 편하게 지내며 지역을 떠나지 않고 청양에서 계속 사실 수 있도록 자립 가능한 주거 공간을 마련하자는 측면에서 고령자복지주택이 적합해 보였다”라며 “통합돌봄 선도사업 공모사업에 지원할 당시 군수님과 일본 주택공사의 시니어 타운이나 고령자 주거 지역을 견학 갔는데 주거 공간도 필요하지만 사회복지시설과 통합돌봄 관련 시설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고령자 복지주택에 통합돌봄팀, 방문보건팀, 사회복지관이 함께 들어간 컨트롤타워를 구축하자고 결심했고 이러한 계획을 국토교통부 LH고령자 복지 주택 공모사업과 복지부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 사업에 동시에 공모했는데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돌봄이 필요한 주민들을 전부 장기요양등급을 받고 시설에 입소하게 하면 국가적으로도 큰 재정 낭비가 발생한다. 장기요양 등급자 외 통합돌봄 사례관리자에게 투입되는 예산을 계산해보니 1년에 300~500만원이었다면 장기요양등급을 5등급이라도 받았을 때는 1년에 1천100만원이 지출됐다”며 “지역사회 내 연속적 돌봄 제도를 구축하고 사회적 돌봄 서비스의 가장 끝에 시설이 위치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LH 고령자 주택 1,2층에는 각종 통합돌봄 시설이 밀집해 있다. 행정지원센터(통합돌봄팀), 사회복지관, 통합재가센터, 방문보건팀, 작업치료실, 한 끼 식사를 제공받을 수 있는 식당, 편의점도 그 중 하나다. 청양군사회복지관 조희정 관장은 “단기보호 서비스의 경우 최장 9일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인력, 수익성 때문에 민간에서는 선뜻 하지 못하는 사업이다. 하지만 공공이기 때문에 적자가 나더라도 운영하기로 결정했다”며 “편의점의 경우 시장형 일자리라고 해서 수익 창출이 가능한 시니어 일자리다. 건물 자체 관리비를 절약하고 또 입주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환경정화 등도 전부 일자리로 연계해뒀다”고 설명했다.

■ 통합돌봄 사례관리자 수만 700~800명, 지역 내 기관·단체와 신뢰를 바탕으로 한 동반관계로 협업하기에 가능 … 보건의료원 있는 청양군, 주 2회 의사·간호사·물리치료사 한 팀 돼 움직이는 ‘찾아가는 의료원’ 운영 

고령자 복지주택이 주거 지원이 필요한 주민들을 위한 통합돌봄서비스라면 집에서도 충분히 돌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도 마련되어 있다. 청양군에 따르면 이러한 통합돌봄 사례관리자 수는 현재 700~800명, 누적 인구수는 1천200명에 달한다. 통합돌봄서비스 현장에 투입되는 사회복지관 소속 인력은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등을 포함해 당초 14명에서 23명까지 늘었고 2명이 추가로 채용될 계획이다. 

고령자 복지주택 입주자들이 돌봄서비스, 식사 지원 서비스, 일자리 지원 서비스, 장기요양 등 필요한 서비스를 함께 받을 수 있듯이 가정에서 서비스를 받는 주민들 역시 필요에 따라 1개의 서비스를 받을 수도 많게는 8개, 9개 이상 서비스를 받을 수도 있다. 

현재 청양군이 제공 중인 통합돌봄서비스는 ▲맞춤형 주거환경 개선사업(충남도립대 작업치료학과와 연계) ▲보건의료 프로그램 △거동불편대상 방문진료 △병원퇴원자 재활운동 △치매노인 인지저하 예방 ▲요양 돌봄 프로그램 △IoT건강안전알림 △긴급돌봄 요양보호사 파견 △노인맞춤돌봄 생활지원사 전방위 돌봄 ▲일상생활 지원 프로그램 △영양보충식사배달(지역활성화재단과 연계) △케어택시(자택에서 병원까지) △민원처리방(전구, 수전, 문고리 교체) ▲보건의료원 찾아가는 의료원 등이다. 

700~800명에서 10여개의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것은 행정이 지역 내 복지보건의료 분야 다양한 부서, 기관 및 단체와 협업하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나아가 협업을 통해 인력과 전문성이 더해지면서 서비스의 질도 향상됐다. 일례로 맞춤형 주거환경 개선사업은 충남도립대 작업치료학과와, 1주일에 2번 지역 먹거리로 조리한 3찬을 지원하는 영양보충식사배달 사업은 지역활성화재단과 생활지원사와, 병원퇴원자 재활운동은 병원퇴원자 정보를 공유하는 인근 공공의료원과 협업해 진행하고 있다. 

또한 전국적으로 의료 인력이 부족한 가운데 청양군은 보건의료원이 있어 통합돌봄사업에 참여할 의료인력을 조금이나마 확보할 수 있었다. 보건의료원은 보건 기능에 초점을 맞춘 보건소와 달리 진료가 가능하고 응급실을 확보하고 있다. 무엇보다 공보의 외 페이닥터(임금을 받는 의사)를 확보하고 있어 매주 두 번, 주중과 주말에 하루씩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가 한 팀이 되어 경로당을 방문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진료, 약 처방, 주사 처방 등이 가능한 찾아가는 의료원사업은 지역 주민들의 만족도가 90%가 된다. 

청양군 통합돌봄체계는 부서 간, 지역내 기관 및 단체와의 단단한 협업구조를 구축했기에 가능했다. 통합돌봄과 통합돌봄팀, 보건의료원 방문보건팀, 사회복지관이 컨트롤타워가 되어 맞춤형 주거환경 개선, 요양 돌봄 프로그램, 일상생활 지원 프로그램, 찾아가는 의료원 등 보건,의료,복지 서비스를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보건의료원의 ‘찾아가는 의료원’ 현장.
청양군 통합돌봄체계는 부서 간, 지역내 기관 및 단체와의 단단한 협업구조를 구축했기에 가능했다. 통합돌봄과 통합돌봄팀, 보건의료원 방문보건팀, 사회복지관이 컨트롤타워가 되어 맞춤형 주거환경 개선, 요양 돌봄 프로그램, 일상생활 지원 프로그램, 찾아가는 의료원 등 보건,의료,복지 서비스를 개인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있다. 사진은 보건의료원의 ‘찾아가는 의료원’ 현장.

 

■말로만은 어려운 칸막이 낮추기, 비결은 기관 간 신뢰구축 및 지자체 장의 의지 표명

청양군 통합돌봄체계의 근간은 ‘협업’이기에 행정은 부서 간, 위탁 사업 수행기관 간 동등한 관계 속 신뢰 구축을 위해 노력했다. 

통합돌봄팀 한진희 팀장은 “행정에서 모든 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수는 없다. 실제로도 행정이 직접 하고 있는 서비스는 거의 없다. 대부분 수행 기관에 위탁을 주기 때문이다”라며 “일단 (행정에서) 태도를 많이 바꿔야 할 거라고 생각한다. 수직 관계로 인식하고 지시하고 보조금 주는 형식으로 끝나는 문화 속에서는 위탁 기관과 공생관계가 아닌 견제관계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등한 관계에서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연습만 한 것이 아니라 민관협력 의사결정 구조인 케어회의의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행정은 실무 인력으로부터 의견을 듣는 연습을, 위탁기관은 수직적인 분위기를 깨고 직접 목소리를 내는 연습을 해왔다. 

한진희 팀장은 “회의문화가 많이 바뀌기는 했지만 담당자가 바뀌면 수직적인 분위기가 반복되기도 한다. 회의에서 케어플랜에 동의하고 빨리 마치자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경우가 있다. 오죽하면 저희 팀에서 평가항목에 케어플랜을 두고 많은 의견이 오가고 또 반영된 정도를 항목화시켰을까”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조희정 복지관장 역시 “지역케어회의는 중복되는 사업은 빼고 빠진 사업은 넣고 한 명의 주민에게 가장 적절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정말 중요한 회의다”라며 “실제로 현장에 나가는 복지관 직원들이 목소리를 더 많이 내야 하는 자리지만 어려웠다. 지금은 목소리가 많이 커졌다. 무엇보다 행정에서 주는 선택지에 매몰되지 않고 우리의 의견을 내기 위해 미리 대상자의 집을 방문해 필요한 서비스, 중복된 서비스가 뭔지 확인하고 몇 차례 모의회의를 거쳐 케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장의 의지도 무시할 수 없다. 통합돌봄팀이 사업 수행기간 전담팀으로서 실질적인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인사권을 가진 김돈곤 군수가 통합돌봄팀장을 6년간 같은 업무에 배치했기 때문이다. 더불어 통합돌봄과, 통합돌봄팀, 보건의료원 방문보건팀 등 통합돌봄을 직접적으로 수행할 전담부서도 마련했다. 통합돌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업무들은 기존 부서로부터 떼어와 통합돌봄팀에 부여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김돈곤 군수는 ▲최고 수준의 건강모델 창출 △농촌형 보건복지 모델 추진 △보건의료원 공공의료 기능 강화 등을 내세우며 통합돌봄 의제를 이어나가고 있다.

옥천신문  허원혜·이현경 기자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 이 기사는  옥천신문(http://www.okinews.com)과 제휴한 기사입니다. 

옮긴 이 : 김미경 편집위원

옥천신문 허원혜·이현경 기자   minho@o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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