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땀과 향수의 유혹

안정과 휴식을 취해야 할 공간인 침실에 나에게 해를 끼치면 끼쳤지 결코 유익하거나 친밀하지도 않은 적이, 나와 밤을 지새운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그것도 다름 아닌 피에 굶주린 적과 말이다.

초대받지 않은 적.

귀찮기만 하고 쫓아 버리고 싶지만 결단코 쫓겨나지 않는 적.

끌어들이지 않아도 제 발로 기어들어와 자기 집 안방처럼 종횡무진 하는 적.

녀석은 인간이 숨쉴 때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냄새를 맡고 다가온다. 인간이 호흡하며 생명을 유지하는 한 녀석들의 접근을 차단할 방법은 없다. 녀석들의 접근을 막으려고 호흡을 중단한 채 인공호흡기를 끼고 살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일단 인간에게 접근한 녀석들은 맛있는 먹잇감을 물색한다. 사람 몸에서 나는 땀은 녀석들의 식욕을 자극한다.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은 젖산과 아미노산이 풍부한지라 녀석들은 영양분을 흡수하기 위해 땀을 많이 흘리는 사람을 선호한다. 화장품이나 향수 냄새도 녀석들을 흥분시키는 것 중 하나이다. 여자들이 예쁘게 보이기 위해 바르는 화장품의 향기가 녀석들을 환장하게 하고, 향수의 유혹으로 자극받은 녀석들은 앞뒤 안 가리고 그 먹잇감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다.

녀석의 감각은 꽤 발달되어 있다. 7m 밖에서도 색을 구별할 정도로 시각이 예민하다. 푸른색, 보라색, 검은색과 같은 어두운 색을 좋아하며 옷뿐만 아니라 피부가 까만 사람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뚱뚱한 사람은 마른 사람보다 호흡수가 많아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많고, 땀의 양도 많으며, 체온도 높기 때문에 녀석의 레이더에 더욱 잘 포착된다.

녀석들이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 이유는 종족 번식을 위해서이다. 원래 식물의 즙, 이슬 등을 먹고 사는데, 식물의 즙만으로는 알을 성숙시키기 어렵다. 그래서 암컷은 자신의 난자를 성숙시키기 위해 단백질과 철분 등 동물성 단백질이 풍부한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먹이로 한다. 수컷은 사람을 물지 않는다. 피부를 찌르는 주둥이 역시 암컷에게만 있다.

공격 대상을 찾으면 먼저 주둥이로 상대의 피부를 찔러 상처를 낸 다음 침을 흘려 넣는다. 침은 피를 묽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래야 피를 빨기 쉽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한 번에 자기 체중의 2.5~3배나 되는 피를 빨아 먹는데, 사람이 뒤척이면 충분한 양을 먹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부족한 피를 채우고자 몸에 수차례 달려든다. 간혹 자고 일어난 후 여러 부분을 물렸던 경험이 있다면, 녀석이 한 번에 모세혈관을 찾지 못하여 주둥이로 사람 몸을 여러 번 찌르는 경우가 있어 그렇다.

우리나라는 녀석들이 옮기는 질병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지만, 녀석들이 서식하기 좋아하는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고 있어 전염병이 들어와 유행할 가능성이 점증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 토착화된 일본 뇌염과 말라리아의 위험성도 높아지고 있다. 1억 년 넘게 지구에 살면서 많은 종과 함께 진화해 온 생명체, 예나 지금이나 인류는 진화를 거듭하는 녀석들 앞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 적과 동침한지 어언 수십 년의 세월이 흘렀다. 인간이 녀석을 위험한 적으로 인식하기 시작하고 연구 대상으로 삼은 지도 이백여 년이 흘렀다. 그러나 적에 대해 인간은 아직도 모르는게 너무 많고 의문투성이다. 하버드 대학의 열대 질병 선임 연구원인 앤드류 스필먼에 의하면, 특히 녀석이 번식을 위해 필요로 하는 혈액에 대해 인간은 여전히 아는 게 없다. 녀석이 숙주를 구분하는 방법도 베일에 쌓여 있다. 빨간집모기 암컷은 어떻게 새에게 접근하는 것일까? 이집트숲모기가 사람과 말을 구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등등.

▲ 지카 바이러스를 옮기는 이집트숲모기. 아프리카 원산이지만 아시아와 아메리카로 이주해 뎅기열, 황열병 등도 일으켜 문제가 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제공 /한겨레 기사(모기없는 세상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 http://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730147.html) 사진

그 외에도 궁금한 게 있다. 이를테면 녀석이 날 때 날갯짓으로 ‘애앵~’하는 사이렌 소리를 내는데, 녀석이 내는 소리가 기쁘거나 흥분해서 내는 소리인지 아니면 슬프거나 분노해서 혹은 심심하거나 무료해서 내는 소리인지 알지 못한다. 어떤 날은 한밤중에 흥분해서 내는 소리 같기도 하고, 어떤 날은 새벽녘에 무료하거나 슬픔에 젖어서 내는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일설에 의하면 그 소리는 자기들끼리 하는 사랑의 신호라고 하는데 근거는 희박하다. 왜냐하면 암컷이 사람피를 빨아먹기 위해 접근할 때는 이미 수컷과의 교미가 끝난 후이기 때문이다. 교미를 끝낸 암컷은 더 이상 수컷에게 관심이 없고, 오직 뱃속에 있는 난자에게 영양분을 공급해주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밤중에 내는 애앵~ 소리는 난자에게 공급해 줄 피를 탐닉하면서 흥분한 상태에서 내지르는 환호성이거나 피를 한꺼번에 다 섭취한 나머지 기쁨에 겨워 내는 소리 같고, 새벽녘에 내는 소리는 밤새 인간의 피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 상태에서 날이 밝아오는 것을 애타게 여기는 아쉬움의 소리로 들린다.

<계속>

편집 : 박효삼 부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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