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새 주주 초청간담회

멀리 보성에서, 부산에서, 목포에서, 화성에서... 전국 각지에서 촛불 집회 후 한겨레 새주주가 되신 2000여분 중 54분이 한겨레 청암홀을 찾았다. 그들은 왜 한겨레주주가 되었을까? 각자 많은 생각과 사연이 있을 테지만, 정해진 시간때문에 마이크를 잡은 분은 14분이다. 그분들의 이야기를 풀어보았다. 새주주에게 답변을 해주기 위해 정영무 대표이사, 정석구 편집인, 송우달 경영총괄 전무, 김영희 사회에디터, 박용현 정치에디터, 류이근 미르팀 기자가 나왔다.

▲ 좌로부터 김영희 사회에디터, 류이근 미르팀 기자, 정석구 편집인, 정영무 대표이사, 박용현 정치에디터, 송우달 경영총괄 전무

 

► 화성시 남양읍에서 오신 한성찬 주주는 한겨레신문을 받아보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말씀하셨다.

“하루 3시간 이상씩 신문을 봅니다. 하지만 신문을 받아보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6개월 전까지도 아침 6시 전에 받아보았는데 요새는 우체부가 낮에 가져다줍니다. 아침 신문을 오후에 보는 격이지요. 토요일판은 받아보지도 못합니다. 월요일 신문과 같이 옵니다. 시골 사람들이 한겨레를 받아보는데 이런 애로사항이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요새 한겨레와 또 다른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한겨레에서 진행하는 여주 ‘우리 술학교’에서 전통술을 빚는 강좌를 듣고 있어요. 잘 배워서 한국의 술을 멋지게 먹고 싶습니다. 저는 신문을 스크랩한지 30년 되었습니다. 2017년 1월과 2월 한겨레, 가톨릭신문, 주간지 등을 스크랩한 것만도 한 권 됩니다. 노인문제나 협동조합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와 관련된 좋은 기사 많이 내주세요.”

 

► 서울에 사는 김창범 주주는 한겨레의 자본 독립에 대해 질문했다.

“88년 창간 때 왔어야 했는데 29년이 지난 지금에야 오게 되었습니다. 꼭 물어볼 말이 있습니다. 권력으로부터의 자유는 어느 정도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만 과연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지 묻고 싶습니다. 또한 직원들도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가능한지요? 월급이 적다면 과연 언론의 길을 제대로 갈 수 있을까 궁금합니다.”

정영무 대표이사의 답변이다.

“기사를 쓸 때 이해관계 등에서 굴절되거나 왜곡되는 일은 없다고 자부합니다. 초근목피를 먹더라도 이것만은 꼭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타 신문에 비해 적은 봉급이지만 직원들이 살아가는데 힘든 정도는 아닙니다. 다만 질 높은 기사가 나오기 위해서는 투자도 해야 하고 직원도 더 뽑아야 하는데 그 점에서는 미흡하다고 생각합니다. 자회사 등에서 자원을 확보하곤 있지만 넉넉하진 못합니다. 이런 와중에도 언론신뢰도 평가에서 수년간 1위를 해오고 있어서 권력에서 뿐만 아니라 자본에서도 독립되었음이 대외적으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합니다.”

 

► 서울 성북동에서 오신 최봉석 주주는 남북분단문제에 관심을 요구했다. 

“인류이래 가장 보편적 가치는 자유, 민주, 평화입니다. 우리 민족의 절체절명의 문제는 바로 남북분단문제라고 봅니다. 헌법 4조에 평화통일지향이 있습니다. 남북분단 문제를 해결하는 언론이 이 시대의 언론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언론은 남북분단의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제대로 다루고 있지 않습니다. 저는 노태우정권에서 만든 ‘남북기본합의서’가 남북관계의 문제를 풀 가장 잘 된 문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겨레가 남북분단에 고뇌하는 신문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 수원시에 사는 김미혜 주주는 독일에서 살 때 보았던 한겨레신문에 대한 기억을 회상하며 말문을 열었다.

“한겨레신문은 한글 신문이라서 독일인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주곤 했습니다. 한겨레 신문은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신문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 수원시 군공항이 화성으로 이전한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한겨레는 그냥 사실만 기사로 내주어 아쉬웠습니다. 군공항이 왜 그곳에 존재해야만 하는지 등도 깊이 있게 다뤄주길 바랍니다. 또 현재 수원시와 화성시 간에 화장장 문제로 갈등이 있습니다. 이는 님비문제를 떠나서 어떤 이해관계가 얽혀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한겨레에 기사화 해달라고 요청한 적이 있는데,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습니다. 화장장이 기피시설이라서, 반대하면 무조건 님비현상으로 몰아붙이는 뿌리 깊은 도식이 한겨레에서도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영희 사회에디터의 답변이다.

“행사가 끝나고 개별적으로 문의 하겠습니다”

 

천안에서 온 이광호 주주는 한겨레가 서민신문이 되지 못함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30년 가까이 사회의 소금 역할을 해준데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한겨레를 옹호하면 주변에서 좌파로 매도합니다. 한겨레는 서민들을 생각하는 신문인데, 서민들은 오히려 한겨레가 급진적이라고 생각하며 적대시하고 조중동에 매달립니다. 한겨레가 서민들 편이라는 것을 알게끔 향후 계획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정석구 편집인의 답변이다.

“참 고민스런 부분입니다. 한겨레는 좌우라는 이념이 아니라 상식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합니다. 흔히 한겨레 구성원들을 좌파 성향이라고 하지만 저흰 상식이 우선입니다. 사회가 우경화 되어 있기 때문에 상식도 좌로 보는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한겨레가 처음 창간시 보다 큰 세를 확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겨레신문이 가장 옳고 상식적이다’라는 자만에 빠진 것은 아닌지 생각하기도 합니다. 한겨레 구성원들은 원리원칙적이지만 기술적인 면에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점이 확장성에 문제가 되는 건 아닌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서민들의 입장에서 말하지만 그분들이 그렇게 느끼지 못합니다. 일반 국민의 언어와 상황으로 내려가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태릉에서 온 최규배 주주는 문화콘텐츠에 대한 한겨레의 관심을 요청했다.

“30년 동안 살아남아 준 것에 감사드립니다. 50여년을 IT 쪽에 근무했습니다. 요새 한겨레가 동영상 쪽으로 발을 넓히는데 정치.사회영역만 가지고는 안됩니다. 문화콘텐츠를 확장해야 잠재적인 젊은 독자들이 들어옵니다. 특히 동학이나 유영모선생 등 한국의 뿌리를 지키는 사람들에 관련된 영역과 한국문화콘텐츠가 확장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영희 사회에디터의 답변이다.

“공감합니다. 사회에디터 되기 전에 문화부장을 했습니다. 초기 한겨레는 문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았습니다. 문화면이 강했지만 지금은 줄어든 감이 없지 않습니다. 사회 돌아가는 것이 대한 관심이 문화보다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문화부장에게 꼭 전달하겠습니다.”

 

► 부산에서 온 박문기 주주는 ‘한글축제’를 제안하셨다.

“예전에 한겨레 옥상공원 ‘하니동산’에서 인터뷰하는 사진을 보았습니다. 굉장히 커보여서 큰 기대를 갖고 일찍 와서 가보았습니다. 와보니 생각보단 크진 않더군요. 그래도 멀리 남산도 보이고, 하늘도 보이고, 담배도 한대 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저는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크리스마스도 공휴일이고 석가탄신일도 공휴일인데, 한글날은 1991년 공휴일 지정이 폐지되었다가 2013년에서야 재지정 되었습니다. 참 다행입니다만 이것으론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글날은 2-3일 동안 ‘한글 축제’를 열어야 합니다. 그럴 때 아이디어가 무진장 나오고 한류도 더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글축제’가 이루어지도록 한겨레가 주도적으로 캠페인을 벌였으면 합니다.”

 

► 서울에서 온 이원휘 주주는 모바일 시장에서 한겨레의 현재와 미래를 궁금하다고 했다.

‘88학번입니다. 그 당시 주주가 되지 못했는데 이제라도 주주가 되어 기쁩니다. 한겨레의 새 사명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이 참 좋습니다. 신문 모바일 시장에서 선두라고 하셨는데 어떤 수익을 내는지, 성과는 무엇인지, 어떤 방법으로 진출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정석구 편집인의 답변이다.

“현재 종이신문 대 PC와 모바일 뉴스 소비는 50% 대 50%입니다. 모바일 기사를 돈 내고 보려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모바일에서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아서 유사기사 광고로 수익을 올리고자 합니다. 신문 말고 ‘Newsbang’이라는 모바일로도 수익을 올리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모바일로 회사 전체를 꾸려가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모바일로 기반을 넓히고 이를 바탕으로 다른 쪽에서 광고수익을 내는 방향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전남 보성에서 오신 윤지화 주주는 한겨레에 제보했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아이가 광주00 대안학교에서 공부를 하다가 상처를 받고 광주에서 보성으로 이사를 했습니다. 이 문제에 대하여 파파이스에 제보하고 한겨레신문에도 제보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없었고 기사도 한 줄도 뜨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기사가 나오는지 알고 싶습니다. 한겨레는 대안학교에 긍정적 글을 많이 내는데 대안학교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취재가 없습니다.”

정석구 편집인의 답변이다.

“죄송합니다. 사회부장이 연락처를 받아서 연락토록 하겠습니다.”

 

►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주주는 한겨레의 확장성을 문의했다.

“주주참여 기사를 보고 '아직도 한겨레가 어렵구나' 하는 생각에 주주신청을 했습니다. 한겨레가 이 사회에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겨레가 내년이면 30주년이 되는데 독자 확장성을 위해 제2창간과 같은 계획을 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런 계획이 있다면 공유하고 싶고, 주주를 중심으로 확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30주년에는 한겨레가 기여한 적폐청산을 항목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했으면 좋겠습니다. 미래사회에 남겨줄 수 있는 자료가 되기를 바랍니다.”

정영무 대표이사의 답변이다.

“이번에 주주를 모집하게 된 이유는 한겨레 살림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의 확산을 위해섭니다. 내년 30주년을 맞이하여 구독에서부터 주주까지 어떻게 확장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습니다.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앞으로의 나아가야할 방안도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참고하겠습니다.”

 

► 서울에 사는 조회환 주주는 국민 성찰을 위한 시대적 사명에 한겨레의 역할을 요청했다.

“우리 사회가 한겨레 덕에 좋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의 문제가 박근혜 탄핵으로 끝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선거부정으로 당선되었다 해도 박근혜를 뽑았던 국민들이 상당수 있습니다. 바로 국민들이 문제인 겁니다. 한겨레가 앞장서서 국민들이 반성하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 목포에 사는 서문진 주주는 언론의 중심에 한겨레가 있기를 주문했다.

“모든 문제에는 일관된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중심이 상실되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중심이 상실되었기 때문에 이 지경에 왔습니다. 한겨레신문이 언론이 중심을 잡는데 힘써주기를 바랍니다. 언론의 중심은 바로 사회의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 양주에 사는 이남혁 주주는 매일 웃는 기사 하나씩을 실어달라했다.

“이윤에 투자하기 보다는 가치에 투자하기 위해 한겨레 주주가 되었습니다. 저도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언론‘이라는 말이 참 좋습니다. 그런 언론이 되기 위해 한 가지 요청을 하고자 합니다. 매일 웃음을 주는 재미난 기사 한꼭지씩 실어주십시오.”

 

양관직 주주는 주주가 될 수 있는 길을 자주 안내해달라고 했다.

“신문은 한겨레라고 생각합니다. 창간주주가 되고 싶었으나 되지 못했습니다. 주주가 되고 싶을 때 언제든지 주주가 될 수 있도록 홍보를 많이 해주시기 바랍니다.”

송우달 전무의 답변이다.

“많은 주주님들을 모시기 위해 자주 홍보해야함에도 그러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간 '제2창간운동', '주주배가운동', '사원퇴직금주주되기' 등을 통해서 '한겨레주주 갖기운동'을 했으나 많은 분들에겐 알리진 못했습니다. 이번 촛불집회에서 한겨레의 역할을 인정해주신 많은 분들이 ‘한겨레를 돕고 싶다. 방법을 알려달라‘고 문의하셔서 광고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광고로 2000분의 새 주주가 탄생했습니다. 앞으로 자주 작은 광고라도 주주 되는 길을 안내하겠습니다.”

진실을 찾는 사람들, 정의를 구하는 사람들, 평화를 원하는 사람들, 나의 이익보다 남의 눈물에 더 마음 쓰는 사람들, 기존의 관습에 머무르기보다 새로운 변화를 택하는 사람들, 새 한겨레주주들도 기존의 한겨레 주주와 같이 이런 성향의 사람들이다. 이런 분들이 자주 모여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생긴 그 자부심이,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으로까지 확장되면 좋겠다.

사진 : 구교윤 대학생 기자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이동구 에디터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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