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옌즈커우 산책길>

사카당 산책길을 나와 옌즈커우 산책길을 향해 차로 이동했다. 중간에 산사태가 완전히 복구되지 않은 도로를 지나갔다. 대만은 태풍이 지나가는 길목이고 3월부터 10월까지 태풍의 영향권 안에 드는 나라다. 작년 9월 말에도 태풍 메기가 대만 전역을 휩쓸며 엄청난 피해를 남겼다 한다. 작년 9월 27일 하루 동안 화롄(花蓮)현에는 870㎜, 화롄과 바로 붙은 이란(宜蘭)현에는 1천127㎜가 넘는 강수량을 기록했다고 하니 타이루거 협곡도 온전할 리 없겠지...

옌즈커우 산책길은 리우강변으로 난 8번 국도를 따라 가면 나온다. 이 8번 국도인 중횡도로를 쭉 따라가면 중앙산맥을 관통하여 대만의 서부로 가게 된다. 이 국도는 장개석 시절 퇴역군인과 죄수를 동원하여 3년 넘는 공사 끝에 만들어졌다. 타이루거 지역은 지질이 약해 기계를 사용하지 못했다. 삽과 곡괭이만으로 길을 놓다 보니 사고가 잦아 공사 중 225여명이 사망하고 700명이 부상당했다고 한다. 역시 피와 눈물로 만들어진 길이다

이 8번 국도를 따라 인도가 있는 곳은 사람들이 내려서 걷기도 하고, 없는 곳은 차량만 통행한다. 이 국도도 절벽의 경사면을 깎아 만든 길이기에 급경사 구역은 중간 중간 터널로 이어진다. 천장이 깎인 대리석 바위들로 되어 있어 언제 낙석이 떨어질지 몰라 헬멧을 쓰고 가야한다. 특히 우기에는 낙석이 통째로 떨어지기도 한다. 헬멧은 관리사무소에서 무료로 빌려준다. 입장료도 없는데 헬멧까지 무료라니.. 대만 인심이 후하다는 생각이 든다.

옌즈커우(연자구, 燕子口)란 말에서 燕子는 제빗과에 속하는 새를 말하므로 제비의 구멍이라는 뜻이다. 위 사진 대리석 절벽에서 보이는 것처럼 둥그런 구멍이 燕子口다. 봄이 되면 이 구멍으로 제비들이 날아와 둥지를 틀고 산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큰 비가 올 때는 연자구가 빗물 배수구 역할을 한다고 쓰여 있다. 그럼 제비는 어디로 가나? 그 때는 새끼들도 다 커서 나무 잎에 숨어 있을라나?

산책길 도로에서 계곡 아래를 내려다보면 깎아지른 대리석 절벽 아래로 물이 흐른다. 계곡이 워낙 좁고 산이 높아 우기에는 세차게 굽이쳐 내려가는 강물의 포효 또한 굉장할 것 같다.

옌즈커우 산책길이 끝날 때쯤에 갑자기 어마어마하게 큰 바위가 우리 앞을 빙 둘러 싼다. 깊은 협곡을 보고 생긴 어지러움을 간신히 극복할 쯤 나타나는 수직 바위로 인해 정신이 다 아뜩해진다. 바다 속에서 막 융기한 것 같은 바위의 위용에 눌려 내가 작은 돌멩이 정도로 느껴진다. 사진으로는 그 바위의 거대함과 웅장함을 담아낼 수가 없다.

<뤼수이(綠水) 산책길>

옌즈커우 산책길이 끝나고 차로 뤼수이(綠水) 산책길로 이동했다. 초록빛 계곡물이 내려오는 산책길인가보다. 요리조리 작은 풀들이 있는 길을 지나면 사진과 같은 아름다운 경관이 펼쳐진다.

 

 

뤼수이 산책길 중간에는 25미터 길이의 깜깜한 동굴을 지나야 한다. 큰 바위를 뚫어 연결 통로를 만들었는데 불빛이 하나도 없다. 요새는 핸드폰이 다 있어 다행이지만 아니면 랜턴을 가지고 들어가야 한다.

뤼수이 산책로 맞은편으로 협곡이 보인다. 아직도 1년에 조금씩 융기와 침식이 일어나고 있는 협곡이다.

내려오는 길에 장춘사(長春祠)에 들렀다. <장춘사 산책길>도 있는데 왕복 2시간이고 계단이 가파르고 미끄럽다고 해서 포기한 길이다. 멀리서 장춘사만 보았다. 장춘사는 위에서 언급한 타이루거협곡 8번 국도 공사에 동원되었다 사망한 이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당나라 양식으로 지어진 사원이다. 사원 안에는 사망한 분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는 작은 사당이 있다고 한다. 영혼이 있다면 아름다운 계곡을 보며 그 한을 달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아름답고 신기하고 웅장한 타이루거 협곡 구경은 끝났다. 타이루거에서 5시 30분 타이베이를 향해 출발했다. 돌아오는 길은 정말 긴장의 연속이었다. 화롄에서 이란까지 커브길이 굉장히 많은데다 가로등까지 띄엄띄엄 있어서 도로 자체가 무서울 정도로 어두웠다. 택시기사 아저씨는 ‘아차 내가 멋모르고 왔구나.’ 했을 거다. 갑자기 닥치는 커브길에 잔뜩 긴장을 하면서 수시로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이러다 사고 나는 것 아닌가 생각했을 정도다. 특히 옆에 앉은 나는 잠시도 쉬지 못했다. 나중에는 마음을 비우고 '하늘이시여. 오늘 우리 운명을 당신께 맡깁니다.' 하고 갔다. 드디어 2시간가량 이어지는 커브길이 끝났다. “마침내 우리 살았네요.”라고 했는데 아저씨는 그저 해맑게 웃었다.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못 알아들으셨는지....

타이베이에 거의 도착했을 때 아저씨가 저녁을 같이 먹자고 했다. 우리에게 저녁을 사주고 싶은 것 같았다. 아저씬 '이 정도 운전쯤이야' 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우린 너무 피곤했다. 지나친 커브길과 급브레이크에 지치고 속도 울렁거렸다. 그저 호텔에 가서 쉬고 싶었다. 점심으로 먹었던 음식도 너무 느끼해서 대만음식은 아무 것도 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친구에게 주려고 가지고 온 햇반에 김과 김치로 한 끼를 해결하고 싶은 생각만 간절했다. 저녁 제안을 거절하는 것이 미안했지만 다음날 아침 타이난행 고속버스를 타기위해 터미널에 갈 때 우리를 픽업해주기로 약속하고 헤어졌다.

그렇게 얼떨결.. 준비 없이 떠난 타이루거 협곡행. 한 번 방문으로는 아쉬움이 너무 많은 곳이다. 다시 간다면 반드시 미리미리 기차를 예약해서 <화롄까지 기차+ 타이루거 택시 관광>이나 <화롄까지 기차+숙박+일반버스 관광>을 택해서 가리라. 강조하자면 반드시 기차로 가야 한다.

참고 자료 : 다음백과, EBS 세계테마여행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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