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忠), 신(信), 습(習)

曾子曰(증자왈) 吾日三省吾身(오일삼성오신)하노니 爲人謀而不忠乎(위인모이불충호)아 與朋友交而不信乎(여붕우교이불신호)아 傳不習乎(전불습호)아니라

증자가 말하였다. “나는 날마다 세 가지를 반성하는데 남을 위해 일하면서 최선을 다하였는가? 친구와 사귀며 신의를 잘 지켰는가? 스승에게 배운 것을 열심히 익혔는가?”

▲ 증자는 춘추시대 공자의 제자로 이름은 증삼(曾參)이다.

<논어>에는 공자의 말씀만 수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공자가 하신 말씀이 주를 이루지만 공자가 제자들과 나눈 대화도 수록되어 있습니다. 때로는 제자들이 단독으로 한 말도 실려 있는데 이 문구가 그 중 하나인 공자 제자 증자의 말입니다. 증자는 공자의 도통(道統)을 계승하여 자사(子思)와 맹자(孟子)에게 전했다고 일컬어집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증자(曾子)’라는 표현입니다. 증자(曾子)의 뒤 글자 ‘자(子)’는 ‘선생님’'을 뜻하는 존칭입니다. 그냥 이름만 쓴 다른 공자의 제자들과 달리 공자(孔子)와 맹자(孟子)처럼 존칭을 쓴 것은 <논어> 편찬에 증자학파가 중심 역할을 하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증자가 매일 자신을 돌아보며 성찰했던 세 가지 핵심 내용은 충(忠), 신(信), 습(習)입니다. ‘충(忠)’ 자는 원래 ‘자신에게 최선을 다한다.[盡己之謂忠]’는 뜻입니다. 요즘은 충(忠)이 ‘나라에 충성한다’는 뜻으로 주로 쓰이고 있지만, 국가를 위해서 일하든, 가정이나 사회에서 생활하든 간에 언제 어디서나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는 것, 즉 나 스스로에게 성심을 다한다는 것이 본디 충(忠)의 의미입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일할 때 나 스스로 최선을 다했는지 늘 살펴보라는 것이지요.

‘신(信)’ 자는 ‘말과 행동이 어긋나지 않는다.[以實之謂信]’는 뜻으로 말을 했으면 반드시 실천하고, 실천할 수 없으면 말을 하지 않는 자세입니다. 그래서 ‘신의(信義)가 있다’는 말은 ‘말한 것을 반드시 지키므로 믿을 만하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는 말 가운데 살아갑니다. 말 중에는 거짓말, 이간하는 말, 비난하는 말 등 많은 부정적인 말들도 있는데  잘못된 언어 습관으로 반성없이 사용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부정적인 말에서 긍정적인 행동이 나올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말과 행동을 늘 뒤돌아보고 부정적인 것을 긍정적인 것으로 바꿔 나가야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으며 살 수 있을 것입니다.

'습(習)' 자는 '익힌다'는 뜻입니다. ‘스승에게 배운 것을 열심히 익혔는가?’‘는 <논어> 맨 앞에 나왔던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와 맥을 같이 하는 말입니다. 스승에게 배우고 그것을 열심히 반복해서 익혀 결국에는 스스로 터득하는 즐거움을 누리며 살고 있는지 항상 살펴보라는 것입니다.

증자의 이러한 가르침은 후세 학자나 군주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조선 시대 호학(好學) 군주로 잘 알려진 정조(正祖)는 자신이 세손(世孫)으로 있을 때부터 매일 매일의 생활을 일기처럼 기록해서 나중에는 국가 차원의 기록으로까지 발전시켰지요. 그 책이 바로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일성록(日省錄)’입니다. 증자가 말한 ‘吾日三省吾身’에서 핵심 글자인 ‘日’과 ‘省’을 뽑아 책 제목으로 정한 것입니다. 정조가 후대에 뛰어난 성군(聖君)으로 인정받는 데에는 늘 성찰하면서 살았던 삶의 자세가 근원이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편집자 주] 한국고전번역원 이규옥 수석연구위원은 한겨레 창간주주다. 정의로운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창간 주주가 되었다. 현재 한국고전번역원에서 한문으로 된 기록물을 한글로 옮기는 일을 한다. 중학교 시절 한학자이신 할아버지의 제자 선생님께 <명심보감>을 배웠다. 한문이 재밌고 잘 맞는 공부란 걸 알게 되었다. 역사에 관심이 커 사학을 전공한 후 한문과 역사, 둘을 아우르는 곳, '한국고전번역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이규옥 창간주주는 '이규옥의 '고전산책'을 통해 새겨볼 만한 <논어> 문구를 풀이해 연재할 예정이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이규옥 주주통신원  galji4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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