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曰(자왈) 學而不思則罔(학이불사즉망)하고 思而不學則殆(사이불학즉태)니라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얻는 게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위 공자님 말씀을 두 부류의 사람으로 구분해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첫 번째 부류는, 이전 시대의 위대한 성인이나 학자들을 모든 면에서 부족한 우리들이 그대로 따르고 배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분들이 어떤 상황에서 그런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살펴보지 않고 그분들의 어록이나 사상들을 맹목적으로 따르려고만 합니다. 위대한 성인이나 사상가들을 추종한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 그런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그러나 그분들의 말씀이 아무리 위대하더라도 나의 사유를 통해 내 안에서 자신의 것이 되는 생명력을 얻지 못하면 나의 삶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맹목이나 추종은 오히려 나의 사고를 경직시키고 폐쇄적으로 만들 위험성마저 있습니다. 이것이 사(思;사유)를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런가 하면 앞 시대에서 이루어놓은 업적을 평가절하하고 자신의 생각만을 최고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과거의 축적된 ‘학(學: 배움)’의 유산은 경시한 채 자신의 독자성만을 중시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부모 없는 자식이 없듯이 현재의 나는 과거의 유산과 어떤 식으로든 여러 차원에서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관련된 과거를 무시하고 자신의 사유에만 빠져 무슨 일을 한다고 하면 이는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위태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배운 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쌓아가는 능력을 지닌 데 있습니다. 앞 시대에서 이루어 놓은 것을 배우고 그 바탕 위에서 현재 내가 처한 상황은 과거 그분들이 처한 상황과 어떻게 다른지 깊이 사유하고 성찰해서 직면하고 있는 현 상황의 문제를 해결해 왔던 것이 인간의 역사입니다. 이를 주도적으로 한 분들이 바로 역사상 뛰어난 인물들입니다.

‘배움’과 ‘사유’는 학문과 삶을 발전시키기 위한 새의 두 날개이고 수레의 두 바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한국고전번역원 이규옥 수석연구위원은 한겨레 창간주주다. 정의로운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창간 주주가 되었다. 현재 한국고전번역원에서 한문으로 된 기록물을 한글로 옮기는 일을 한다. 중학교 시절 한학자이신 할아버지의 제자 선생님께 <명심보감>을 배웠다. 한문이 재밌고 잘 맞는 공부란 걸 알게 되었다. 역사에 관심이 커 사학을 전공한 후 한문과 역사, 둘을 아우르는 곳, '한국고전번역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이규옥 창간주주는 '이규옥의 '고전산책'을 통해 새겨볼 만한 <논어> 문구를 풀이해 연재할 예정이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이규옥 주주통신원  galji4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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