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한국고전번역원 이규옥 수석연구위원은 한겨레 창간주주다. 정의로운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창간 주주가 되었다. 현재 한국고전번역원에서 한문으로 된 기록물을 한글로 옮기는 일을 한다. 중학교 시절 한학자이신 할아버지의 제자 선생님께 <명심보감>을 배웠다. 한문이 재밌고 잘 맞는 공부란 걸 알게 되었다. 역사에 관심이 커 사학을 전공한 후 한문과 역사, 둘을 아우르는 곳, '한국고전번역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이규옥 창간주주는 '이규옥의 '고전산책'을 통해 새겨볼 만한 <논어> 문구를 풀이해 연재할 예정이다.

 

 

 學而時習之(학이시습지)면 不亦悅乎(불역열호)아

 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논어(論語)>의 맨 첫 구절입니다. 후대의 많은 학자들은 <논어>의 첫 글자로 배울 ‘학(學)‘ 자를 놓은 데는 깊은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공자 이전 시대 문화를 충실히 계승하여 유학(儒學)을 새롭게 집대성한 책이 <논어>이고, 공자(孔子)의 사상이 ‘학(學)‘ 한 글자에 집약적으로 나타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배운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주자(朱子)는 배울 ‘학(學)’ 자를 ‘본받는다[效]’는 뜻으로 풀이했습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모방을 통해 세상 살아가는 법을 배웁니다. 어려서는 부모의 행동을 본받고, 자라면서는 선배나 선생님 등 앞선 이들을 모델로 삼아 자신을 성숙시켜 나갑니다.

이런 배움의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한번 배운 것을 반복해서 익히는 자세입니다. 익힐 ‘습(習)’ 자는 ‘어린 새[羽]가 부단히 나는 연습을 한다[白]’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날개 '우(羽)'자 아래 '백(白)'자는 음이 같은 '백(百)' 자와 서로 통용해서 쓰는 글자인데, 백(百)은 아주 많은 수를 의미합니다. 그러니 부단히 날개짓하는 새의 모습이 ‘습(習)’ 자에 형상화되어 있습니다.

어린 새는 어미 새가 나는 것을 봅니다. 이는 본받는 것이니 ‘학(學)‘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 다음에는 어미 새처럼 날기 위해 끊임없이 나는 연습을 합니다. 이것은 ’습(習)‘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서예를 배우는 사람은 법첩(法帖)을 반복해서 본받아 쓰고, 시를 배우는 사람은 명시(名詩)를 반복해서 외우듯이 반복학습을 통해 몸이 기억하도록 체화(體化)해 나가는 것이지요.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다 보면, 어느 순간 모방을 뛰어넘어 스스로 터득하는 경지에 이르게 됩니다. 이때 느끼는 즐거움이 바로 ‘열(悅)’입니다.

신분이 귀하든 천하든, 또한 무슨 일을 하든지간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바로 자신의 삶 속에서 이와 같이 내면의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입니다. 참된 행복은 결코 천하를 잘 다스려 태평성대를 만드는 것과 같은 외면적인 일에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자기가 있는 자리에서 배우고 익히는 것으로 내면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만이 참으로 행복의 파랑새를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이규옥 주주통신원  galji4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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