巧言令色(교언영색)이 鮮矣仁(선의인)이니라

말이나 듣기 좋게 하고 가식적인 얼굴로 비위나 맞추는 사람치고

인(仁)한 사람이 적으니라.

이 글은 얼핏 보면 요즘 세상과 맞지 않아 보입니다. 말을 잘하여 어떻게서든 자기의 장점을 PR해야 하고 취업을 하려면 성형도 감수해야 하는 오늘날 어떻게 공자님 말씀처럼 살 수가 있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말을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지나치게 겉치레에 치중하며 살아가는 세태를 꾸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상이 이러니 어떻게 해?”라고 하기 전에 '교언영색하며 사는 것이 과연 바른 것인가?' 하는 반성적 사고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교언영색(巧言令色)하는 사람의 문제점은 진실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그럼 진실하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있는 것을 있다 하고, 없는 것을 없다 하며, 적은 것을 적다고 하고, 많은 것을 많다고 하는 것입니다. 너무 쉬워 세 살짜리 어린아이도 알 수 있는 말이지만 여든 살 먹은 어른도 행하기 어려운 말입니다. 그래서 <논어> 곳곳에는 언행(言行)의 일치를 뜻하는 신의(信義)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진실하지 않으면 그런 사람을 어디에 써야 할지 모르겠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이 바로 아는 것이다." 등등. 진실에 기반을 두지 않고 겉만 번지르르한 것은 언젠가는 결국 허물어지고 마는 사상누각(沙上樓閣)과 같기 때문입니다.

이 글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부분은 ‘인(仁)한 사람이 적다(鮮矣仁)'고 표현한 부분입니다. ‘적다(鮮)'는 글자 그대로 보면, 인한 사람이 ‘조금은 있다'는 뜻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구절에는 말을 박절하게 하지 않는 공자의 온후한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말은 에둘러 하였지만 실제 의미는 ’말이나 듣기 좋게 하고 가식적인 얼굴로 비위나 맞추는 사람치고 인(仁)한 사람은 없다.‘라고 이해하여야 합니다. '품격 있는 말은 세상을 맑게 한다‘는 말처럼 '선의인(鮮矣仁)' 한 구절을 통해 공자가 어떤 인품을 가진 분인지 엿볼 수 있습니다.

공자의 중심 사상은 인(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자는 자신이 내세운 ‘인(仁)’을 정의하여 구체적으로 언급해놓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논어> 곳곳에 나오는 ‘인(仁)’에 대한 내용들을 종합해서 보아야 공자가 말한 ‘인(仁)’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다음은 <논어>에서 ‘인(仁)’에 대해 말한 내용들입니다. 이를 통해 공자의 ‘인(仁)’이 어떤 것인지를 헤아려보시기 바랍니다.

 

* 인(仁)하지 못한 사람은 곤궁한 상황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즐거운 상황을 오래 누리지도 못한다.

* 인(仁)한 사람은 어려운 일을 먼저 하고 결과에는 집착하지 않는다.

* 인(仁)한 사람은 할 말을 참고, 해야 할 때는 어렵게(조심스럽게) 한다.

* 인(仁)한 사람은 용기가 있지만, 용기 있는 사람이 반드시 인한 것은 아니다.

 

[편집자 주] 한국고전번역원 이규옥 수석연구위원은 한겨레 창간주주다. 정의로운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창간 주주가 되었다. 현재 한국고전번역원에서 한문으로 된 기록물을 한글로 옮기는 일을 한다. 중학교 시절 한학자이신 할아버지의 제자 선생님께 <명심보감>을 배웠다. 한문이 재밌고 잘 맞는 공부란 걸 알게 되었다. 역사에 관심이 커 사학을 전공한 후 한문과 역사, 둘을 아우르는 곳, '한국고전번역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이규옥 창간주주는 '이규옥의 '고전산책'을 통해 새겨볼 만한 <논어> 문구를 풀이해 연재할 예정이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이규옥 주주통신원  galji4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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