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옥의'고전산책' 7화-수령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이규옥 주주통신원l승인2017.09.15l수정2017.09.15 21:11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수령이 두려워해야 할 것은?

백성을 다스리는 자가 두려워해야 할 것이 네 가지 있으니

아래로는 백성을 두려워해야 하고

위로는 대간(臺諫)을 두려워해야 하며

그 위로는 조정을 두려워해야 하고

더 위로는 하늘을 두려워해야 한다.

牧民者有四畏, 下畏民 上畏臺省, 又上而畏朝廷, 又上而畏天.

목민자유사외 하외민 상외대성 우상이외조정 우상이외천

- 정약용(丁若鏞, 1762년~1836),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권12

「부령도호부사로 부임하는 이종영을 전송하는 서[送富寧都護李【鍾英】赴任序]」

 

▲ 다산 정약용

이 글은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 선생이 친구 이재의(李載毅)의 아들 이종영(李鍾英)이 부령도호부사로 부임할 때 써준 글입니다. 수령들은 관원들의 비리를 찾아내 탄핵하는 대간(臺諫)과 관원을 임명, 파직하는 권한을 가진 조정의 신하들을 두려워합니다. 그러나 수령이 맡은 고을이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대간이나 조정마저도 두려워하지 않고 멋대로 토색질을 일삼는 것이 일반적인 행태입니다.

이종영이 부임하는 부령부(富寧府)는 함경도 마천령(摩天嶺) 북쪽에 있는 고을로 서울에서 2천 리나 떨어져 있으니 다산으로서는 이런 험지의 수령으로 가게 된 친구의 아들을 보며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산은 대간과 조정의 신하를 두려워해야 하지만 ‘백성과 하늘을 더 두려워해야 한다‘고 경계의 말을 해주었습니다. 대간과 조정은 멀리 있어 모든 것을 다 보고 들을 수 없지만 백성과 하늘은 늘 눈앞에서 혹은 바로 위에서 보고 들으므로 참으로 두려운 존재라는 것입니다.

백성은 수령이 세금 거둘 때 고르게 하지 않으면 원망하고, 창고를 열어 진휼(賑恤)하고 곡식을 받아들일 때 이익을 취해도 원망하고, 술과 여색에 빠져있어도 원망하고, 형벌을 함부로 쓰거나 송사(訟事)를 잘못 처리해도 원망합니다. 이렇게 백성들이 원망하는 소리를 듣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으면 결국 하늘도 분노하여 재앙을 내린다는 것입니다.

다산의 당부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부령부는 조선의 동북방 국경 지역으로 영토분쟁이 계속 이어져 내려온 곳이니 수령으로서 부임지의 역사를 모르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옥저(沃沮) 때부터 고려와 조선 초를 거쳐 오늘에 이르기까지 부령부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왔는지 제대로 알아야 하고, 부임해서는 직접 지도(地圖)와 지지(地志)의 내용이 실제와 맞는지도 확인해서 엉성하거나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잡는 것이 수령의 책무라고 강조하였습니다. 참으로 나라를 위하는 다산의 간절한 마음이 느껴집니다.

조선시대와 달리 지금은 지방자치제도가 실시되어 국민이 직접 시장과 군수를 뽑습니다. 국민의 손에 뽑히니 다음 선거에 표를 잃을까 두려워하여 민심을 얻으려고 애를 쓰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부정부패 사건에 연루되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요? 다산 선생의 말씀에 의하면, 대부분의 수령이 겉으로 드러나는 일에만 신경을 쓸 뿐 백성과 하늘을 두려워하는 일에는 마음을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편집자 주] 한국고전번역원 이규옥 수석연구위원은 한겨레 창간주주다. 정의로운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창간 주주가 되었다. 현재 한국고전번역원에서 한문으로 된 기록물을 한글로 옮기는 일을 한다. 중학교 시절 한학자이신 할아버지의 제자 선생님께 <명심보감>을 배웠다. 한문이 재밌고 잘 맞는 공부란 걸 알게 되었다. 역사에 관심이 커 사학을 전공한 후 한문과 역사, 둘을 아우르는 곳, '한국고전번역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이규옥 창간주주는 주로 조선시대 문집에 실린 글에서 소재를 뽑아 대중이 읽기 쉽게 바꾸어 <이규옥의 '고전산책'>을 연재할 예정이다.

편집 : 양성숙 편집위원

이규옥 주주통신원  galji432@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규옥 주주통신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116-25) 한겨레신문사 참여소통 데스크  |  전화 : 02)710-0093  |  등록일 : 2015년 1월 15일  | 발행일자 : 2015년 1월 1일
등록번호 : 서울 아03523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김광호  |  에디터 : 이동구  |  부에디터 : 안지애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광호
편집위원 : 김경애, 김미경, 박효삼, 서기철, 심창식, 양성숙, 정혁준, 김국화  |  객원편집위원 : 김동호, 김태평, 이미진, 유회중
Copyright © 2017 한겨레:온.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