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이라 한다. 이 말은 토마스 엘리엇의 시 황무지(The Waste Land)에서 나왔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겨울을 이겨내고 나오는 봄의 고통스럽고 강인한 생명력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거다.

▲  3월 중순 만개한 천마산 얼음새꽃(사진 : <한겨레:온> 이호균 주주통신원)

‘얼음새꽃’이라는 꽃이 있다. 복수초라는 이름으로 유명한 이 얼음새꽃은 씨가 땅에 묻힌 지 5~7년이 지나야 꽃을 피운다. 그 동안 녹말을 뿌리에 저장했다가 그 녹말이 분해할 때 발생하는 열로 언 땅을 녹여 설 지난 3월에 핀다. 엘리엇은 라일락만 알았지, 인고의 시간을 기다려 얼음 새(사이)로 나오는 얼음새꽃은 몰랐던 것 같다. 알았다면 3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을 텐데...

우리에게 ‘4월’은 고통을 이겨낸 꽃 피는 봄이 아니라 진짜로 고통스럽고 ‘잔인한 달’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공권력에 의한 억울한 죽음이 4월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피의 ‘4.19’와 더 큰 피의 ‘4.3’이 있기 때문이다. 피를 먹고 자란 민주주의를 보고 겪었기 때문이리라. 거기에 '4.16 세월호'도 더해졌다. 

그래서 4월에 꽃타령을 한다는 것이 좀 미안하기도 하고 철없다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어제 본 파아란 하늘과 흰 구름, 살랑살랑 하늘거리는 벚꽃, 개나리, 진달래, 목련 그리고 연한 연둣빛 어린잎의 작은 유혹은 저절로 봄타령을 흥얼거리게 한다.

▲ 2018년 3월 31일 장성 백양사 고불매

나는 거창한 오케스트라 곡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피아노로만 연주되거나 피아노와 다른 1-2개 악기(주로 플루트나 첼로)가 협연하는 단순하고 깔끔한 곡을 좋아한다. 내가 아는 피아노 연주곡 중, 봄 분위기를 가장 잘 나타내는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Crepe 곡 몇 개를 소개한다.

4월의 눈동자를 지닌 소녀

 

Waltz / https://www.youtube.com/watch?v=11l-PfN6TyE&t=5s

Raindrop Waltz / https://www.youtube.com/watch?v=sumYItrxMxM

Moon Waltz / https://www.youtube.com/watch?v=7cTASl0Jfkc

불면의 밤 / https://www.youtube.com/watch?v=araz6AVH3hc

슈팅스타 / https://www.youtube.com/watch?v=K1FdfqRV_BY

Bubbles for you / https://www.youtube.com/watch?v=aA3CwAAM3Yg

천년의 사랑 / https://www.youtube.com/watch?v=BLsZ2BKtvnU

에게 닿기를 / https://www.youtube.com/watch?v=6nwCwjaXONc

Crepe 곡 중 ‘4월의 눈동자를 지닌 소녀’를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 4월이 되면 Crepe가 생각난다. 예전에 Chris de Burgh의 ‘The girl with april in her eyes(https://www.youtube.com/watch?v=LqzfD4alpGY)’를 소개한 적이 있다. 같은 제목이지만 크리스 곡은 춥고 비장한 반면 Crepe 곡은 따뜻하고 편안하다. 대부분 그의 곡은 밝고 투명해서 듣는 이의 마음을 정화해주는 것 같다.

그의 2집 앨범 Emotion's Door

그의 3집 앨범 Rainy Emotion 전곡

 그의 Antante Ost 

Crepe는 자신을 노출하는데 아주 조심스러운 음악가다. 이름, 나이 등을 공개하지 않았다. 사진 한 장이 돌아다닌다. 곡이 워낙 여성스러워 여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지만 남자다. 조용히 활동하는 형이라 음악으로 밥 벌어 먹고 살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다음에 서점가면 CD라도 꼭 사야겠는데 Yes24에서도, 교보 인터넷서점에서도 찾을 수 없으니 어디 가서 그의 CD를 구할 수 있을까?

복수초 관련 내용 및 사진 출처 : http://www.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720 / http://www.hani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4699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심창식 부에디터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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