子貢曰(자공왈) 貧而無諂(빈이무첨)하며 富而無驕(부이무교)하되 何如(하여)하니잇고 子曰(자왈) 可也(가야)나 未若貧而樂(미약빈이락)하며 富而好禮者也(부이호례자야)니라 子貢曰(자공왈) 詩云如切如磋(시운여절여차)하며 如琢如磨(여탁여마)라 하니 其斯之謂與(기사지위여)인저 子曰(자왈) 賜也(사야)는 始可與言詩已矣(시가여언시이의)로다 告諸往而知來者(고저왕이지래자)온여

▲ 子貢 :기원전 520 ~ 456년경. 위나라 출신으로 공자보다 31살 연하였다. 공자가 아끼는 제자로 언변에 능하였으며 정치적 수완이 뛰어나 노나라와 위나라의 재상을 지냈다. 장사에도 비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공자를 경제적으로 많이 도와주었다.(출처: 다음백과)

자공이 말하기를 “가난해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해도 교만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이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그것도 괜찮기는 하지만 가난할 때도 즐겁고 부유하게 되어서도 예(禮)를 좋아하는 것보다는 못하다.”

다시 자공이 말하였다. "<시경>에 ‘(뼈나 뿔은) 먼저 자르고 난 다음 갈고(切磋), (옥이나 돌은) 먼저 쪼아낸 다음 간다(琢摩)’는 내용이 있는데, 이것을 두고 말한 것인가 봅니다”

그러자 다시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사(賜 : 자공의 이름)와 이제는 시에 대해 논할 만하구나. 한 마디를 해 주니 말해 주지 않은 것까지 아는구나.”

 

자공은 정치 수완이 뛰어나고 경제적인 능력도 있어 공자가 살아 계실 때뿐만 아니라 세상을 떠난 뒤에도 온갖 일들을 도맡아 했던 공자 문하의 살림꾼 제자입니다.

‘가난해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해도 교만하지 않는다’는 것은 자공 자신이 그렇게 살고 있다는 말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가난하게 살 때는 부유한 자들에게 온갖 비위를 맞추며 가난에서 벗어나려 합니다. 그러다가 가난에서 벗어나 부유하게 되면 가난할 때 아첨했던 것을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교만을 부리곤 합니다. 자공은 그런 사람들처럼 살지 않으니 마음속에 자부심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스승에게 “저는 이 정도인데 어떻습니까?”라고 물은 것입니다.

그런데 스승의 답변은 자공의 기대에 어긋납니다. 원문의 ‘가(可)’ 자는 ‘그런대로 괜찮기는 하지만 미진한 점이 있다’는 뜻입니다. 90점을 기대한 학생이 70점짜리 성적표를 받아든 격이라고나 할까요. 공자는 ‘자네가 노력해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르긴 했지만 그 정도로 만족해서는 안 되고 보다 높은 경지를 향해 나아가야 하네’라고 일러줍니다.

가난해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해도 교만을 부리지 않는 것은 노력해서 지키는 수준인데 비해, 가난할 때도 즐겁고 부유해도 예(禮)를 좋아하는 것은 자신이 가난한지 부자인지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도 올바르게 살아가는 경지의 수준입니다. 어떤 처지에 있든 흔들리지 않는 평정심과 편안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어야 가능한 경지지요.

자공은 공자의 말을 듣고 전에 배웠던 <시경>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시경>의 내용은 ‘군자가 높은 차원을 향해 수양하는 것은 짐승의 뿔이나 옥으로 장식품을 만들 때, 먼저 전체적인 형태를 만든 다음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갈아 멋진 작품을 만드는 것과 같다’는 것인데, 시의 내용이 선생님과 자신의 대화와 똑같지 않냐고 반문합니다. 학이나 도덕, 기예 열심히 배우고 익혀 수련하는 것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절차탁마(切磋啄摩)'가 여기에서 유래하였지요.

공자는 이렇듯 하나를 알려주면 그 이상을 알아서 척척 답변하는 자공이 기특했습니다. 자공은 어느덧 은유와 비유로 가득찬 시를 현실 문제와 연관지어 볼 줄 아는 수준이 된 것입니다. 공자가 천하의 영재(英才)를 얻어 교육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지는 내용입니다.

 

[편집자 주] 한국고전번역원 이규옥 수석연구위원은 한겨레 창간주주다. 정의로운 시대가 오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창간 주주가 되었다. 현재 한국고전번역원에서 한문으로 된 기록물을 한글로 옮기는 일을 한다. 중학교 시절 한학자이신 할아버지의 제자 선생님께 <명심보감>을 배웠다. 한문이 재밌고 잘 맞는 공부란 걸 알게 되었다. 역사에 관심이 커 사학을 전공한 후 한문과 역사, 둘을 아우르는 곳, '한국고전번역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이규옥 창간주주는 '이규옥의 '고전산책'을 통해 새겨볼 만한 <논어> 문구를 풀이해 연재할 예정이다.

편집: 양성숙 편집위원

이규옥 주주통신원  galji43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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