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산 만월대, 장가계 부럽지 않다

김미경 편집위원l승인2018.06.25l수정2018.06.2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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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 때 세워진 천년 고찰 선운사(禪雲寺)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24교구 본사로 워낙 유명한 절이다. 선운산은 선운사의 유명세에 가려지곤 하지만 '호남의 내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기암괴석이 많다. 선운산은 중생대 백악기 후반 8500만 년 융기한 화산이 굳은 화강암 산이다.(주)

바위도 멋지지만 4월에는 산 입구에서부터 약 4㎞에 걸쳐 500년 간 조성된 동백나무숲(천연기념물 제 184호)에서 동백꽃을 만날 수 있다. 여름에는 사시사철 흐르는 도솔천을 따라 울창한 나무가 터널을 이루는 길을 숲내음 맡으며 걸을 수 있다. 9월이면 선운사 입구부터 도솔암까지 약 5km에 걸쳐 핏빛보다 더 붉게 핀 꽃무릇 군락에 깜짝 놀라게 된다. 절정인 9월 20일경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무릇 군락을 보기 위해 꽃만큼 사람들로 넘쳐난다. 10월 넘어 가을에는 도솔천에 드리운 단풍이 또한 그만이다.

▲ 선운산 꽃무릇 사진 : 한충호 주주통신원

선운산은 이번이 두 번째다. 10년 전 봄에 갔을 때 저녁에 하산했다. 선운산 낙조대에서 바라보는 서해안 일몰이 장관이라 했는데 날이 흐려 제대로 보지 못하고 아쉬움에 한참 앉아있다 어둑어둑해져서야 내려왔다. 어둑한 산을 내려오는데 산새가 청아한 소리로 나를 따라오면서 계속 울었다. 마치 내 아쉬움을 위로해주는 속삭임 같아서 두고두고 생각났다.

▲ 2007년 밤하늘 보면서 산새 소리 들으며....

이번에는 고창 주주통신원 한충호님 덕에 간단 산행을 했다. 도솔암에서 시작하여 마애불을 거쳐 용문굴을 지나 낙조대에서 잠시 머무른 후 천마봉을 돌아 다시 도솔암으로 돌아왔다. 우리가 다녀온 코스는 선운산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도솔계곡 지역으로 명승 제54호로 지정된 곳이다.

▲ 왼쪽 하단 파란 둥근 점선 안 화살표 방향이 우리가 산행한 일정

도솔암은 선운사의 암자로 선운산의 옛 이름 도솔산((兜率山)에서 나왔다. 도솔(兜率)은 불교 용어인데 욕계육천(欲界六天) 가운데 네 번째 天界를 말한다. 수미산 꼭대기에서 하늘나라 사람들이 일곱 보석으로 만든 궁전을 짓고 살았는데 바로 이곳을 도솔이라 한다. 도솔산은 곧 신선들이 사는 천당 같은 산인가?

도솔암 앞 높이 20m 기암절벽 천인암(千仞岩) 옆으로 143개 계단을 올라가면 내원궁(內院宮)이 있다. 미륵이 산다는 내원궁은 천인암과 깊은 계곡 사이에 조용히 숨어있다. 예전에도 하산 길에 내원궁을 들러본다 하고 못 들렀는데 이번에도 가보지 못했다. 다음을 기약하고 싶다.

▲ 마애불

도솔암을 지나면 천인암 절벽에 높이 25m, 너비 10m 마애여래좌상이 새겨져있다. 보물 제1200호로 보통 도솔암 마애불이라 부른다. 그 옛날, 깎아지른 절벽에 부처님을 새기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을까. 가만 보니 마애불 복부에 네모난 흔적이 있다. 1894년 고창군 농민들이 동학 무장접주 손화중을 따라 마애불 배꼽 속에 든 비결을 꺼내 동학농민혁명을 일으켰다고 한다.(주) 봉건제를 바꾸는 미륵세상을 세우는 비결이 그곳에 있었다니 도대체 어떤 비결일까 궁금하다.

▲ 용문굴

도솔암을 지나 그늘진 숲길을 오르면 용문굴(龍門窟)이 나온다. 용문골에는 두 가지 전설이 전해진다. 하나는 ‘검단선사가 절을 세우려 선운산을 찾았는데 절터로 점찍은 연못에 용이 한 마리 살았다. 검단선사가 그 용을 쫓아내자 용이 급히 도망치다가 바위에 부딪혀 굴을 만들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무기가 주민들을 괴롭혀 마애불 옆에 12나한전을 설치하니 이무기가 바위를 뚫고 하늘로 승천하였다.’는 것이다(주). 용문굴은 응회암의 특징을 잘 나타내주는 굴이다. 응회암내 조밀하게 생성된 절리를 따라 진행된 침식으로 만들어진 굴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어내는 이야기가 참 재밌다(주).

▲ 낙조대의 오른쪽 바위

용문굴을 지나 층층계단을 오르니 낙조대가 보인다. 낙조대는 수직 절벽 쌍둥이 바위 두 개를 말한다. 두 바위 사이로 멀리 서해바다가 보인다. 여기서 보는 서해바다 낙조가 장관이라 낙조대라 이름 지은 것 같다. 낙조대는 선운산 명소 중 한 곳이란다. 우리는 아침 7시에 올랐으니.. 낙조는 볼 수 없었지만 한충호님이 살고 있는 마을은 볼 수 있었다. 나지막한 산들과 평야가 넉넉하고 여유 있는 편안한 모습이다.   

▲ 낙조대 쌍둥이 바위 사이에서

낙조대 바위에는 지의류가 많이 살고 있다. 물도 없는 그 꼭대기 바위에서 바람을 맞고 살고 있는 녀석들이 기특하다. 

▲ 낙조대 바위에서 살고 있는 지의류

낙조대에서 내려가 바로 천마봉을 만났다. 선운산의 최고봉은 336m 도솔봉이다. 천마봉은 284m지만 천마봉에서 내려다보는 경관이 아마도 최고가 아닐까 싶다.    

▲ 천마봉

천마봉(天馬峰)은 말이 하늘로 뛰어 오르는 듯 한 모습을 한 웅장한 바위다. 수십 미터의 수직단애가 보기만 해도 아찔해 인간이 범접할 수 없는 위엄이 느껴진다. 그래 그런지 장군봉이라고도 부른다. 바위도 멋지지만 주변 풍광도 빼어나다. 특히 북쪽 방향으로 보이는 만월대가 백미다. 누군가 “장가계가 부럽지 않네요.” 한다.

▲ 천마봉에서 본 만월대
▲ 천마봉에서 만월대를 뒤로 하고 한 컷

천마봉을 마지막으로 다시 도솔암으로 향했다. 선운산에는 이외에도 멋진 바위들이 많다. 멀리선 바라본 선운산 서쪽 수락봉에 배를 매어놓았다는 배맨바위도 있다. 이름에서처럼 근처가 바다였는지 조개껍질이 발견된다고 한다.

▲ 멀리서 바라본 배맨바위

이밖에도 투구바위, 사자바위, 병풍바위, 안장바위, 탕건바위, 광대바위, 할미바위 등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바위들이 많아, 암벽등반 하는 이들도 즐겨 찾는 산이라 한다.

▲ 한충호 선생님

이번 짧은 산행은 고창향토해설가이자 주주통신원인 한충호님 덕에 이루어졌다. 상세한 설명으로 산행의 재미를 더해준 한충호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주) 한충호 주주통신원의 도움으로 작성했다. 한충호님은 전체 내용도 점검해주었다.  

사진 : 김미경, 김동호, 김진표 주주통신원, 이동구 에디터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심창식 부에디터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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