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곰배령 등산을 목표로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10시경 인제 귀둔리 ‘점봉산분소탐방지원센터’에서 출입증을 받고 올라가는데 굉장히 추웠다. 전날 탐방센터에서 상당히 추울 것이란 안내를 받아 옷을 껴입고 왔지만 갑작스런 추위에 몸이 적응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단풍도 다 떨어져 덜덜 떨며 걷다가 하산을 결정했다.

이왕 인제까지 갔으니... 가까운 방태산으로 방향을 돌렸다. 가다가 그 시간, 그 장소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억새 무리를 만났다. 햇빛을 받아 반짝거리며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이는 억새가 단풍을 배경으로 눈꽃 같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 인제 귀둔리 지나 방태산 가는 시골길에서 만난 억새
▲ 인제 귀둔리 지나 방태산 가는 시골길에서 만난 억새

그것뿐만 아니다. 추대계곡을 지나 방태산으로 좌회전 했을 때 보이는 왼쪽 야산의 녹색 잣나무, 노랑 낙엽송, 빨강 참나무류(졸참?), 녹색 소나무 등이 어우러진 단풍 또한 탄성이 절로 나왔다. 항상 저런 색으로 물들어 가는 걸까? 아니면 올해 유난히 저런 빛일까?  은은하게 물들어 가는 단풍을 보면서 사람도 저렇게 곱게 늙어 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해본다.

▲ 방태산 입구에서
▲ 방태산 입구에서
▲ 방태산 입구에서
▲ 방태산 입구에서

방태산은 워낙 유명한 산이라 휴양림도 있다. 초입 2km 산책로는 단풍터널이라고 불릴 정도로 화려하고 풍성한 단풍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단폭포에 단풍이 들 때면 새벽부터 고수 사진사들이 진을 치고 사진을 찍는 곳이다. 혹시나 단풍이 조금이나마 남아 있을까... 기대를 하고 갔는데 단풍은 이미 다 지고 없었다. 그래도 사각사각 낙엽을 밟으며 가는 길도 좋다.

▲ 유명한 이단폭포
▲ 이단폭포

조림수로 촘촘하게 심어진 일본잎갈나무 숲도 만났다. 높이 솟은 나무 끝에 노랗게 물든 잎갈나무 잎이 아직 달려있다. 잎갈나무는 잎을 간다고 해서 이름 붙었다. 소나무과의 침엽수종이지만 잎이 아주 가늘어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고 떨어진다. 그래서 낙엽송(落葉松)이라고도 부른다.

▲ 방태산의 일본잎갈나무

잎갈나무는 한대 수종으로 자생지는 개마고원 일대다. 개마고원에서 백두산까지 끝없이 펼쳐진 잎갈나무 숲은 사람들이 '나무의 바다'인 수해(樹海)라 부를 정도로 장관이라 한다.

일본이 원산지인 일본잎갈나무도 잎갈나무와 같이 빨리 자라는 효자 수종이다. 한국에는 1904년 일본에서 들어와 해방 전부터 벌거숭이산을 푸르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목재는 곧고 결이 고아 철도 침목이나 전봇대로 쓰이는 등 쓰임새도 많다고 한다. 

방태산에서도 간단하게 매봉령만 치고 내려오려 했는데 단풍 다 진 산행에 재미가 없었는지 남편이 드라이브나 즐기러 가자고 한다. 가까운 곳에 응봉산 자작나무 숲이 유명하다고 해서 자작나무 숲을 보러가기로 했다.

카카오 내비로 응봉산을 치고 갔다. 응봉산에 도착하기 전인데... 이게 웬 일? 우리나라에 이런 멋진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그림 속에나 나오는 동화마을 같은 곳을 만났다. 응봉산 자락 아래 옴폭 들어간 작은 분지인데 민가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니 군부대 숲 같다. 

▲ 응봉산 자락에서

나중에 지도를 검색해보니 인제에 응봉산이 두 곳이다. A응봉산은 강원 인제군 기린면 서리에 있다. B응봉산은 인제군 남면 어론리에 있다. 우리가 내비로 친 응봉산은 B였다. B응봉산을 향해 가는 446번 국도에서 A응봉산 자락을 본 것이다

 

▲ 응봉산 자락에서

애니메이션에나 나옴직한 그림 같은 마을이었다. 요정이 사는 동네가 이런 동네일까 생각이 들 정도로 연두색 버드나무, 녹색 잣나무, 노랑 자작나무, 갈색 메타스콰이아, 연두색 낙엽송 등 각양각색의 나무들이 알록달록 아기자기 아름답고 신비한 색을 연출하고 있었다. 저 멀리 정적으로 감싸진 작은 꼬부랑길 끝은 요정이 바람같이 드나드는 비밀 입구처럼 보였다.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필연적인 무언가가 우릴 홀리듯 데리고 왔다는 생각에, 감사함으로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바로 그런 곳이다.

▲ 응봉산 자락에서

원래 우리가 가려했던 응봉의 자작나무숲은 인제군 남면 수산리에 있는 C다. 우리나라 최대 자작나무숲 군락지이며, 10월 말 노란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고 한다. 하지만 날이 어두워져 가기 시작했다. 올해는 응봉산 자락 동화마을을 본 것으로 만족하고 내년을 기약해야겠다.

▲ 응봉산 자락에서

* 잎갈나무와 일본잎갈나무 설명은 (사)숲과문화연구회 김강숙 숲해설사의 도움을 받았다. 방태산 입구, 응봉산 자락 나무에 대한 설명은 (사)숲과문화연구회 숲탐방 위원장인 임주훈 해밀산림생태입지연구소장의 도움을 받았다. 두분께 감사를 보낸다.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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