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 굵게 살다 간 독립운동가 '김찬'

커피향보다 진한 역사의 향기 하성환 주주통신원l승인2018.10.04l수정2018.10.05 09:28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우리는 얼마나 식민지 학문에서 벗어나 있을까요? 해방된 지 올해로 73주년인데 아직도 일제가 썼던 ‘만국평화회의’를 그대로 쓰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젠가 국회도서관에 『사랑할 때와 죽을 때』가 꽂혀 있었습니다. 휴머니즘 가득한 레마르크의 소설이 아니라 조선 항일혁명가의 삶과 죽음이 기록된 책이었습니다. 항일혁명운동의 전설적 인물이자 망각의 인물! 바로 김찬을 그렇게 만났습니다. 1930년대 혁명적 노동조합운동의 상징적 인물 코뮤니스트 ‘김찬’이 바로 그 사람입니다.

▲ 출처(원희복 지음 <사랑할 때와 죽을 때>)

역사교사들이 익히 아는 또 다른 김찬이 있었습니다. 바로 조선공산당 창당 인물 김찬이지요. 1925년 4월 17일 서울 중국집 아서원에서 조선공산당이 창당되는데 그 창당 인물 가운데 일경에 체포되지 않는 인물이 김찬입니다. 그 김찬은 일제강점기 사회주의 운동가들 사이에선 변절자로 낙인된 인물입니다. 역사의 진실은 변절자가 아님에도 그들의 시각에선 그렇게 기록했습니다. 조선공산당 창당 인물 김찬은 당시 신문기자였습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항일운동가 중엔 기자들이 유독 많았습니다. 우리가 아는 이육사와 육사의 절친, 석정 윤세주도 중외일보 기자 출신이지요. 조선공산당 창당에 관련된 절대다수의 인물들 바로, 김찬을 비롯해 이봉수, 홍덕유, 김단야, 박헌영, 임원근, 홍남표 등이 신문 기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제의 삼엄한 감시를 피하고자 조선공산당을 창당하는 날에 ‘전 조선기자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합니다. 기자대회 개최는 일경의 눈길을 돌리기 위한 위장 전술이었던 셈이지요.

조선공산당 창당 인물 김찬이 아니라 17살이나 어린 혁명적 노동조합운동의 전설적 인물이 또 다른 김찬입니다. 당시 나이가 약관의 나이였습니다. 20살 나이에 자신의 고향인 진남포에 잠입하여 어린 여공들을 대상으로 야학을 개설합니다. 그리고 진남포 청년동맹 청년들과 함께 소모임을 하는 등 민중 교육에 앞장서지요. 그러다가 제분 공장에 위장 취업하여 노동자 조직화에 심혈을 기울입니다. 그런 노력의 결실이 1930년대 혁명적 항일 노동운동의 크나큰 발자국으로 남습니다.

그러나 혁명적 노동조합운동을 통해 항일운동의 빛나는 금자탑을 쌓은 김찬은 현행 한국사 검정교과서 8종 어디에도 실려 있지 않습니다. 심지어 교보문고에 널려 있는 한국 근현대사 교양서적 어디에도 단 한 줄 기술돼 있지도 않지요.

더구나 김찬의 죽음은 너무나 억울하고 원통했습니다. 님 웨일스의『아리랑』의 주인공이자 무명의 조선독립운동가 김산(본명 장지락)보다 더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중국인 항일혁명가이자 부인인 도개손과 함께 중국공산당 보안책임자 캉셍에 의해 처형당합니다. 『아리랑』의 김산을 죽인 바로 그 캉셍에 의해서 말이지요.

처형할 명분이 없던 중국 공안당국은 처형 시기를 1년 동안 미루면서 음모를 꾸밉니다. 부인 도개손이 김찬의 혐의를 인정하고 그를 부인하면 도개손을 살려주겠다고 회유합니다. 도개손은 캉셍의 음흉하고도 교활한 제의를 단호히 거부합니다. 처형장으로 끌려가는 트럭 위에서 항일혁명가 부부는 서로를 의지하며 뜨거운 눈물을 흘립니다. 베이징대학 최초로 입학한 여학생 도개손은 남편 김찬과 함께 총살형을 당합니다. 원통하고 너무나 비극적인 사건이자 오랫동안 감춰진 항일운동사의 슬픈 장면이지요. 더구나 처형 죄목이 트로츠키주의자나 반혁명분자, 일제 특무, 간첩 혐의라는 누명을 덮어씌워 처형합니다.

김산이 처형당할 때 나이가 33살, 김찬은 28살, 도개손은 27살이었습니다. 1930년대 항일독립운동의 빛나는 별! 김찬의 죽음이 김산과 함께 한국사 교과서에 오롯이 기록되길 바랍니다. 나아가 김찬이 항일독립운동가로 당당히 추서 받고 세인들 머릿속에 또렷이 기억되길 또한 고대합니다.

편집 :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심창식 편집위원

하성환 주주통신원  hsh703@chol.com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성환 주주통신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2018-10-04 14:50:19

    새롭게 알게 된 항일운동가 김찬! 또다른 역사와 인물에 새삼 설렘이... 격동의 역사와 바극적 삶의 자취를 찬찬히 밟아보고 싶어집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신고 | 삭제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116-25) 한겨레신문사 참여소통 데스크  |  전화 : 02)710-0093  |  등록일 : 2015년 1월 15일  | 발행일자 : 2015년 1월 1일
    등록번호 : 서울 아03523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김광호  |  에디터 : 이동구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광호
    편집위원 : 김경애, 김미경, 박효삼, 서기철, 심창식, 안지애, 양성숙, 정혁준, 김국화  |  객원편집위원 : 김동호, 김태평, 김혜성,허익배
    Copyright © 2018 한겨레:온.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