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가 숲에 들어야 할 까닭 50가지 ③

암과 숨 김시열 시민통신원l승인2019.08.10l수정2019.08.21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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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가지 말자. 아침마다 품는 내 바람이야.

몸이며 마음이며 부드럽고 유연하면 더할 나위 없이 좋으련만, 나는 지금 잔뜩 겁먹고 딱딱 굳어가고 있어. 숲길 걸으며 기도 올리지. 내 몸 한 자리 차지한 암세포 화난 인상 풀고 조용히 내 몸 떠나주길. 이 곳 저 곳 옮겨 다니지 말고 한 곳에 얌전히 머물다 떠나주길. 제발 간절히 빌지. 몸 굳으면 숨소리도 거칠어져.

수풀(수+ㅁ)+(푸+ㄹ), 숲은 고요히 '숨 쉬는 풀' 있어서 -숲-일까. 만물이 얼어붙은 겨울 숲 둘러봐도 인간 세상처럼 냉골에 갇혀 저 홀로 죽어가는 일이라곤 볼 수 없어. 리기다소나무, 떡갈나무, 굴참나무, 벚나무, 노린재나무, 소나무, 전나무, 마가목나무, 편백나무, 아까시나무, 국수나무, 생강나무 물기 보내고 푸석푸석한 얼굴로 서 있지만 쌔근쌔근 숨소리 윤기 나게 서로 껴안고 있고.

울퉁불퉁한 몸통에 뾰족뾰족 솟은 가지 차갑기만 할 것 같지만 갈라지고 삭아빠진 몸마다 작은 들짐승 품었고. 이파리 여름 안고 뛰어내린 자리에는 직박구리, 어치, 까치, 까마귀 내남없이 드나들지. 나무마다 부르는 소리와 손짓은 우듬지 되어 하늘가 팔랑거려.

숲이 바위처럼 단단하기만 했다면 흙 디뎌 물기 안고, 바람 날리고 빛 뿌리며 우리 곁에 남아있지 못했을 거야. 불안감에 포로가 되어 꼼짝 못하는 생명은 나를 바라보지도 못하고, 남을 안지도 못하고, 멀리 건너다 볼 수도 없고, 뒤돌아 볼 작은 짬도 갖지 못한 채, 관성처럼 왔다 갔다 시간에 내쫓기며 더욱 쪼그라들며 말라갈 뿐이겠지. 

"그래! 살아남자면. 딱딱하게 굳지 말자. 

웃으면서 부드럽게! 걸으면서 대범하게!"

 

오늘 숨 쉬는 숲에 새기는, 내 다짐이야.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김시열 시민통신원  abuk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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