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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강아지 사줘.” 다향이가 조릅니다. 어릴 때부터 그랬습니다. “다향아,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가면 사줄게.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야 하듯이 개는 개답게 (밖에서) 살아야지. 강아지가 집 안에만 갇혀있으면 얼마나 답답하겠어?” 셋이 살기에도 비좁은 집에서 강아지까지 감당하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더 중요한 건 아내가 개나 고양이처럼 털 달린 동물을 끔찍하게 싫어한다는 것이었고요.“도대체 언제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갈 건데? 아빠는 거짓말쟁이야.”“……?”5 ~ 6년이 지나도록 같은 말을 되풀이하다 보니 거짓말쟁이라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4.19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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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이 제주에서 처음으로 정착한 곳은 ‘교래리’라는 산골 마을입니다. 관광지인 ‘산굼부리’와 토종닭으로 유명한 마을이지요. 이주하기 10개월 전쯤에 다향이랑 한 달 동안 제주를 사전답사했습니다. 아이가 학업에 시달리지 않고, 마음껏 뛰어놀만한 학교를 찾으려고 애를 썼지요. 그때 눈에 들어온 학교가 중산간의 납읍초등학교와 교래분교, 갯마을의 강정초등학교, 한림공원 안의 재릉초등학교입니다.네 마을 모두 살 집을 알아보았지만 쉽지가 않았습니다. 오래된 시골 마을에는 당신들이 살 집 외에 여분의 주택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쩌다가 집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4.07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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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심심해.” “그렇게 심심하면 우리 공부해볼까?”“아니, 학교공부는 재미없어. 그림을 그리다가도 종 치면 그만해야 돼.”“아빠도 학교공부를 시킬 생각은 전혀 없어.”“그럼, 무슨 공부를 하려고?”“그건 함께 정해야지.”“정말?”“당연하지. 네가 할 건데 아빠 마음대로 정하면 네가 속상하잖아? 하기 싫고.”“맞아, 아빠.”다향이가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일주일에 한 번씩 극장에 가서 영화 보기 어때?”“음, 좋아.”다향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평소에 꾸준히 해온 일인데도 좋아했습니다. 다향이가 네댓 살 때부터 만화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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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4.0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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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라는 말이 사라졌습니다. 학교를 그만두니까 다시 느긋하고, 행복한 날이 시작됐습니다. 푹 자고 일어난 다향이랑 아침밥을 먹고 뒹굴뒹굴 놀았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다향이는 원하는 책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실컷 읽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루해지면 레고나 퍼즐을 맞추고, 같이 장난감 놀이도 했지요. 밀가루 반죽을 만들어서 놀다가 쿠키나 빵을 굽기도 하고, 부침개를 만들어 먹기도 하면서 말입니다.다향이도 가사노동에 일정 부분 참여를 시켰습니다. 함께 반찬을 만들고, 밥 짓는 법이랑 라면 삶는 법 등을 알려주었습니다. ‘아빠엄마가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3.29 2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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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학교는 꼭 다녀야 하는 거야?”초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때 다향이가 물었습니다. 조금은 두렵고,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궁금했지만 평소의 생각을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아니. 학교에 다니고, 안 다니고는 네가 선택할 문제지 꼭 다녀야 하는 건 아니야.”다향이의 얼굴이 밝아지면서 다시 묻습니다.“정말?”“그럼 정말이지. 그런데 학교에 다니기 싫어?” 했더니 고개를 끄덕입니다. 까닭을 물었지만 나이가 어려서인지 이야기를 조리 있게 하지 못했습니다.그래서 “엄마아빠가 알 수 있도록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3.22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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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먼저 내려가 있을게!”다향이가 말합니다. 신발을 꿰어 신으면서 다향이가 말합니다. 아빠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빙긋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입니다. 다향이는 후다닥 뛰어나가고, 아빠는 물건을 챙깁니다. 작은 가방에 물병과 지갑과 전화기를 챙깁니다.아빠가 밖으로 나왔습니다. 다향이가 미끄럼을 타고 있습니다. 매일 타는 미끄럼인데도 뭐가 그리 좋은지 헤벌쭉 웃으면서 미끄럼을 탑니다.“다향아, 가자.”다향이가 달려와 아빠 손을 잡습니다. 아빠와 다향이의 산책이 시작되었습니다. 멀리서 밤꽃냄새가 날아옵니다. 아빠와 다향이가 걸어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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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3.1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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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이 없었으면 과천에서 계속 살았을 텐데 재개발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떻게 할까 아내랑 의논한 끝에 의왕시의 인덕원 사거리에 있는 아파트로 집을 옮겼습니다. 먼지가 잘 빠지지 않는 분지에서 소음과 분진의 문제가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집세도 부담되었고요.비좁은 열세 평 아파트에 살다가 두 평을 넓혀서 이사했을 때의 일입니다. 때는 겨울이었고, 작은 거실이 생겼지요. 그 사실이 기뻤던지 아내는 도배와 장판을 모두 새것으로 바꿨습니다. 환기가 쉽지 않은 계절에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지만 아랑곳하지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주주통신원
2015.03.05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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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눈부시고라일락 향기가 코를 찌르는 봄날아빠랑 소풍가요.- 창가에 서서 라일락 향을 맡으면서 벚꽃을 바라보는 소녀가 양손을 벌려 어깨를 들썩이며 “흐음!”아빠가 도시락을 준비해요.김밥이랑 주먹밥을 만들어요.- 집안 풍경 : 도시락 가방, 물병, 모자, 과자, 과일이 흐트러져 있다. 창밖 풍경 :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 마음이 급해진 소녀 “아빠! 빨리 해” 아빠 “응! 다 돼간다”난 소풍이 좋아요.작은 터널을 지나 개나리 진달래 조팝나무 꽃이춤추는 길을 가요. 아빠랑 자전거타고 지나가요.- 노란 개나리, 분홍 진달래 흰 조팝나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2015.02.2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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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아이한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뭘까?’모든 것은 이 고민과 질문으로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아내와 부부의 연을 맺기 전, 그러니까 꿈같은 연애시절부터 함께 의논하던 문제였습니다. 우리부부는 연애시절에 사랑, 혼인, 혼인과 동시에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논의하고, 그 하나하나의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둘이 그런 공부를 한 건 보다 자유롭고, 평등하며 행복한 혼인생활을 꿈꾸었기 때문입니다.그때 ‘아이는 태아 때부터 만 3세 이전에 건강과 지능, 감성의 대부분이 결정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아이를 사랑한다면
오성근
2015.02.18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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