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에서 1시간 30분 기차를 타고 오덴세에 갔다. 오덴세는 북유럽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이다. 그리고 안데르센이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서 안데르센 박물관이 있다.

안데르센 박물관을 구경하기 전에 오픈 마켓이 열린다고 하여 가 보았다. 오픈 마켓이란 우리나라 3일장과 비슷한 야외장터이다. 수요일과 일요일 오전에만 장을 연다. 오픈 마켓에서는 아래 사진처럼 과일, 야채, 치즈, 생선, 꽃, 모종, 뜨게 작품, 꽃장식품 등의 물건을 팔았다.

▲ 손수 만든 꽃바구니와 공예품
▲ 야채가게차 & 생선가게차(뒤)
▲ 치즈가게, 우리도 꼬리꼬리한 치즈를 한 덩어리 샀다
▲ 채소 모종
▲ 야채와 꽃
▲ 손수 뜬 모자, 양말, 옷

모자가 마음에 들어 하나 사려 했는데 나에게 작았다. 덴마크 여자들은 나보다 다 머리 크기가 좀 작나 보다.

▲ 야채보다 꽃
▲ 꽃가게

위 사진에서 보듯 눈에 띄게 많은 가게는 꽃가게다. 야채․과일가게보다도 많은 수의 꽃가게가 판을 차렸다. 코펜하겐을 비롯한 다른 도시를 돌아다닐 때도 느끼는 점이지만 가게 골목이나 역 앞 등에서 꽃가게가 참 많다는 것이다. 그냥 꽃을 파는 가게보다는 대부분 꽃모종을 파는 가게다.

꽃모종가게가 야채가게만큼 많다는 것은 꽃을 가꾸는 문화가 일상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 그런지 동네를 걸어다니며 구경하다보면 정원에 꽃을 참 예쁘게 꾸며놓고 산다.

우리가 본 덴마크는 대단지 고층 아파트가 거의 없고 공동주택이라야 3-5층 정도의 작은 규모인데 이들 베란다에도 어김없이 화분이 아기자기하게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거리거리마다 화분에서, 길가 작은 짜투리 땅에서 꽃을 정성껏 키우는 것을 볼 수 있다.

▲ 헬싱거역 앞의 꽃가게
▲ 헬싱거역 옆의 꽃가게
▲ 코펜하겐 시청사
▲ 오덴사 길가 화분
▲ 록스킬데 길거리 화분
▲ 공원에서

각 가정에서 꽃을 가꾸는 문화는 덴마크의 날씨 때문이라고도 한다. 덴마크는 연중 바람이 많이 분다. 봄이 시작하는 3월, 4월에도 날씨의 변화가 심해 흐린 날이 많고 비바람이 세게 분다.

5월에서 8월까지는 온화하고 화창한 날씨가 지속되면서 자주 바람이 불어주어 쾌적한 날씨다. 가을인 9월부터는 날씨가 흐려지면서 비가 많아지기 시작한다. 특히 겨울인 12월에서 2월까지는 3시면 해가 지는데다 비바람이 심하고 흐린 날이 연속된다.

결국 5월에서 8월까지의 넉 달 동안만 야외생활을 하기 좋은 날씨를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 집을 꾸미고 가족들과 오순도순 갖는 시간을 즐긴다는 것이다. 아기자기하고 실용적인 가정용 제품의 개발이나 집에서 꽃을 가꾸는 문화도 이런 연유에서 발달했을 거라고 한다.

맞는 말일 거다. 그런데 우리도 다른 것은 몰라도 꽃은 가꾸며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단독주택이 아니더라도 각 아파트 베란다에 걸려있는 화분걸이대에 예쁜 화분 하나 둘씩 놓아보면 어떨까?

이 세상에서 꽃처럼 아름다운 것이 있을까?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꽃을 닮아 얼굴도 마음도 예쁘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일까? 덴마크 사람들은 늘 웃는 밝은 표정이었다. 얼굴만 마주쳐도 웃어주니 나도 저절로 웃는 얼굴이 될 정도로...

아래 수현산방에 꾸며놓은 작은 정원과, 부족하지만 아파트 베란다에 놓여있는 꽃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도 꽃을 가꾸는 문화가 일상화 되어 조금이나마 서로에게 웃는 얼굴로 살아갔으면 좋겠다.

▲ 작가 이태준이 살던 수현산방 정원(성북동)
▲ 작가 이태준이 살던 수현산방 정원(성북동)
▲ 아파트 화분걸이 꽃들

 

편집 : 김유경 편집위원

김미경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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