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선정된 곳이 여섯 곳 있다. 세 곳은 문화유산이고, 나머지 세 곳은 자연유산이다.

 ▲ 좌로부터 로스킬레 대성당, 스티브스 클린트, 바덴해, 헬싱외르의 크론보르 성, 옐링의 고분군, 비석과 성당, 일룰리사트의 빙하 피요르드


먼저 문화유산부터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문화유산은 1994년도에 선정된 옐링의 고분군, 비석과 성당(Jelling Mounds, Runic Stones and Church)이다. 옐링은 유틀란드 반도 중부에 있다. 옐링 근교에서 발견된 10세기 비석에는 덴마크의 기원을 알 수 있는 문자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두 번째 문화유산은 1995년도에 선정된 로스킬레 대성당(Roskilde Cathedral)이다. 로스킬레는 코펜하겐이 있는 셀란 섬에 있으며 코페하겐보다 먼저 생성된 셀란 섬의 최초의 도시라고 한다. 이 대성당은 12세기-13세기에 지어졌는데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양식이 혼합되어 있다. 로스킬레 대성당 건축 이후로 고딕식 건축양식은 북유럽 전체로 퍼져나가게 된다. 한마디로 고딕식 성당의 효시다. 15세기부터는 덴마크 역대 왕의 무덤으로 사용하고 있는 으스스한 성당이다.

세 번째 문화유산은 2000년도에 선정된 헬싱외르의 크론보르 성(Kronborg Castle)이다. 코펜하겐 북쪽에 있는 도시 헬싱외르는 발트해의 카테가트 해협을 사이에 두고 스웨덴의 헬싱보리와 마주보고 있어서 덴마크의 전략적 요충지이다. 바이킹에 의해 처음 세워졌고, 1574년 프레데릭 2세 때 르네상스 양식으로 증축한 고성이다. 1629년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639년 크리스티안 4세의 재건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되었다. 셰익스피어 희곡 햄릿의 무대로 유명한 성으로 매년 여름에 햄릿이 공연되고 있다.

다음으로 자연유산이다.

첫 번째 자연유산은 2004년 선정된 일룰리사트의 빙하 피요르드(Ilulissat Icefjord)다. 일룰리사트는 그린란드 서해안 중부에 위치하고 있는데 3천 년 전부터 형성된 마을이라고 한다. 일룰리사트 빙하는 약 40km에 달하며 하루에 20-35m를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두 번째 자연유산은 2014년 선정된 셀란섬의 스티브스 클린트(Stevns Klint)다. 이 석회암 절벽은 약 14.5km 길이에 달한다. 석회암 절벽의 아름다움보다는 절벽 곳곳에 박혀 있는 화석으로 인해 자연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이 절벽은 6천5백만 년 전 지구에 떨어진 축슬루브 운석의 흔적과 증거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한다. 이 운석의 충격으로 지구생물의 50%가 멸종되었다. 생명체가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생명체가 등장하고 사멸해간 모습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세 번째 자연유산은 2014년 선정된 바덴해이다. 바덴해는 네델란드와 독일도 공유하고 있는 해안인데 이 두 나라의 해안 역시 2009년에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이 바덴지역은 세계 최대 규모의 갯벌이 있다. ‘블루카본’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바다의 능력을 의미하는 말이다. 갯벌, 맹그로브숲, 바다속숲 등이 이 능력을 갖고 있다. 이들의 탄소 흡수능력은 육지의 주 탄소 흡수원인 열대림의 2-10배에 달한다. 덴마크는 독일, 네델란드와 함께 7,500㎢에 달하는 바덴해 갯벌 보호 국제 협약을 맺고 공동 복원을 진행하고 있다. '블루카본'으로서의 갯벌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6가지 유산 중 코펜하겐과 가까운 2곳만을 방문했다. 바로 로스킬레 대성당과 헬싱외르의 크론보르 성이다.

먼저 로스킬레의 대성당의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한다. 아래와 같이 웅장하다.

 

 

성당 내부의 모습은 섬세하고 화려하다.

 ▲ 다른 성당과 같이 제대를 중심으로 양쪽에 신자석이 있다.  주말이면 미사(개신교)도 드린다고 한다.

▲ 제대 뒤의 이 조각은 3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1560년 만들어졌다.

▲크리스티안 4세 부부의 개별 미사석

▲ 파이프 오르간. 덴마크에서 가장 멋진 오르간이라 한다.

▲ 설교단의 입구만 나무로 만들어졌고 나머지는 벽돌과 사암(沙巖)으로 만들어졌다

▲ 유리창의 장식도 정말 섬세하다.

▲ 위의 모든 사진에서 보듯 성당의 내부는 붉은 벽돌의 정교하고 적절한 조화로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이다.

대성당의 제대를 중심으로 양쪽 신자석 옆으로 왕의 묘당이 나란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제대 뒤에도 석관들이 즐비하다. 덴마크는 입헌 군주국이라서 현재 국가 원수는 여왕 마르그레테 2세다. 이 여왕의 무덤도 준비되어 있다. 대부분의 성당은 무덤을 지하에 두는데 굳이 지상에 화려하게 장식해서 두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절대 군주들이 원해서 이런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겠지만, 덴마크 사람들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지난 왕이 소중하기 보다는 독특한 문화유산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왕들의 묘당이나 석관들은 굉장히 섬세하고 아름다운 조각으로 장식되어 예술적 가치가 있어 보인다. 덕분에 덴마크의 조각예술이 발전하긴 했겠다.

 

▲ 이것이 예비 관
 

다음으로 2000년도에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선정된 헬싱외르에 있는 크론보르 성을 소개한다.

▲ 스웨덴을 향하고 있는 크론보르 성의 전면

 ▲ 덴마크 방향의 후면

▲ 성의 측면

▲ 성의 안면

▲ 성의 전면에서 본 스웨덴 헬싱보리의 모습. 7Km 떨어져 있다고 한다.

우리가 크론보르 성을 방문한 날은 여왕 마르그레테 2세의 생일날이었다.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군인들이 성위에서 포를 쏘았다. 대포는 모두 스웨덴을 향해 있었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이 많이 모여 포 쏘는 광경을 지켜보며 환호했다. 마치 전쟁에서 승리하여 기뻐하듯...

▲ 포를 쏘는 장면을 보기 위해 모여 있는 사람들

▲ 아이들도 단체로 왔다. 체험학습인듯.. 귀마개를 하나씩 받아 들고는 축포를 기다리고 있다.

▲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포를 쏘는 장면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해주었다.

“예전에 저기 보이는 스웨덴은 우리 땅이었습니다. 국왕은 저 해협을 건너는 배들에게 통관세를 부여하여 엄청난 부를 축척했습니다. 하지만 왕은 그 모든 것을 다 차지하고 국민들을 위해 쓰지 않았습니다. 결국 스웨덴도 노르웨이도 다 독립하게 되고 말았습니다.”

크론보르성의 겉모습은 정말 고풍스럽다. 꾸미지 않았다. 내부는 더했다. 예전의 낡고 소박한 성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그래도 왕이 살던 성인데 좀 화려함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좀 화려하다는 느낌이 들 만한 것은 연회장의 바닥무늬 장식뿐이었다. 방들은 오히려 칙칙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많은 방에는 타피스트리가 걸려있었다. 그 당시 타피스트리는 최고의 장식물이였던 것 같다.

▲ 바둑무늬 바닥장식을 한 연회장. 굉장히 넓어서 시원한 느낌이다

▲ 연회장에 전시되어 있는 타피스트리, 대부분의 타피스트리에는 왕의 이런 저런 이야기가 들어있다.

▲ 우리가 본 가장 화려한 타피스트리로 왕의 침대를 장식한 것이다.  이 타피스트리를 만들기 위해 국민들의 노동과 시간이 얼마나 들어갔을까..

▲ 햄릿의 성 답게 역대 햄릿을 연기한 배우들의 사진을 전시해 놓고 있다.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크론보르 성은 지하까지 개방하고 있었다. 지하는 어두웠고, 추웠고, 천장도 낮았다. 지하는 시종들이 왕과 귀족들을 위해 음식을 하고 빨래를 하는 등 온갖 허드렛일을 하는 장소였다. 또 군인들이 대기하는 숙소이기도 했다. 저렇게 큰 연회장에서 파티를 하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하에서 치다꺼리를 해야 했을까? 왕족과 귀족들이 희희낙락 승리의 축배를 들 때 그 어두운 지하 땅바닥에서 술 한 잔에 목을 축이곤 추위에 바들바들 떨며 잠을 청했을 군인들과 물질에 손등이 다 터지도록 일했을 하인들을 생각하니,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상이 좋아졌다고 해도 지금도 그 때와 완전히 다르지는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 여기저기에는 춥고 배고픈 자들의 고혈을 짜서 돌아가는 곳이 아직도 있기에....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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