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시대. 국가가 위기여서 개인이 불행해지는 기나긴 시대였다. 3.1혁명은 빼앗긴 국가를 먼저 되찾자는 전민족적 혁명이었다. 백 년이 지난 오늘의 위기는 보이는 적국도, 독재권력도, 돈도 아닌 보이지도 볼 수도 없는 바이러스 침략으로 전혀 다른 위기에 직면했다.

3.1혁명 백 년이 지나도 편히 행복하게 살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1919년 주권을 빼앗긴 채 일제폭력을 무릅쓰고 거리로 광장으로 시위에 나섰던 사람들은 어떤 심리 상태였을까? 나는 그걸 그림으로 그리고 싶었다. 두려워 하면서도 치를 떨며 저항한 제국폭력 앞 맞섬이었다.

▲ 3.1아리랑. 유화 50호 2015년 김봉준 작

생존을 위해선 사회적 가면을 쓰고 굴종으로 살아야 했다. 페르소나 속 내면은 슬픔과 분노가 초월을 꿈 꾼 것이 아닌가. 가난과 억압의 초월. 나는 이 3.1 참가자들 내면의 풍경을 드러내려 했다. 5년 전 그림인데 작년 3.1백주년기념문화제에 포스터 그림으로 채택되어 광화문에서 뿌려진 바 있다.

우리는 지금 개인이 위기에 닥치면 국가공동체가 보호하고 책임지며 위기를 극복해 가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는 페르소나 대신 마스크를 쓰고 맞서게 했다. 개인과 국가가 모두 책임을 다하는 최선의 사회를 그리고 싶다. 다행히 이젠 주권국가를 갖고 있다. 백일 년이 지나 오늘 그린 3.1아리랑은 개인과 공동체가 함께 힘 모으는 위기의 맞섬을 표현한 것이다.

위기의 맞섬은 어느 시대나 늘 있어 왔다. 위기가 닥치면 피하진 말아야하고 도전을 피하지 않겠지만 사서 만들지 말자. 산다는 게 늘 죽음에 맞선 삶의 몸짓이지만 분명한 것은 맞섬의 주인은 나 자신이다.

* 김봉준 소개
2019 '김봉준미술40년 기념전'. 갤러리 미술세계
2019 '시점'ㅡ'1980년대소집단미술운동 아카이브전' 초대. 경기도립미술관
2019 '오월의 통곡' 개인전. 광주 메이홀 초대전
2018 '민중미술과 영성전' 서남동목사탄생100년기념사업회, 연세대박물관.
2018 '아시아판화전' 후쿠오카 아시아미술관.
1982 미술동인 '두렁' 창립, 걸개그림 목판화 미술운동 주도

 

편집 : 양성숙 객원편집위원

김봉준 시민통신원  sana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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