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무엇일까요?

남산타워? 남산도서관도 있네요. 그런데 불편한 진실이 있습니다. 요즘 '왕자의 난'으로 시끄러웠던 '롯데'와 관계된 일입니다. 손정목 서울시립대 명예교수가 펴낸 책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2003)에는 특혜 속에 탄생한 롯데의 비화가 상세하게 담겨 있습니다. 그가 서울시 도시계획국장으로 있던 1973년 당시 양택식 서울시장과 함께 김종필 총리에게 불려갔었고 이후 정부는 공개입찰을 벌였고 롯데는 단독 응찰해 낙찰 받았습니다. 그 결과 서울 중구 소공동 지금의 자리에 '롯데호텔'이 들어섰고, 그 자리에 있던 국립중앙도서관은 이듬해인 74년 구 남산어린이회관 자리로 쫓겨났습니다. 그 당시 소공동이 지식인들이 모여 뭔가를 도모하기 편리한 장소라고 멀리 남산으로 쫓아냈다는 설이 돌기도 했지요.

그리고 지금은 사라진 국가정보원의 전신 중앙정보부도 있습니다. 한때 중앙정보부를 그냥 ‘남산’이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남산에 끌려간다”라는 말이 있었으니까요. 또 중앙정보부가 없어지고는 안기부가 들어서면서 ‘남산안기부’라고 부르기도 했고요. 70~80년 대 용공조작사건의 중심에 있던 ‘중앙정보부’와 ‘안기부’를 '남산‘이라고 불렀으니 어떤 이에게는 남산이 그리 마음이 가는 산이 아니었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런데 남산순환로를 걷고 난 후 남산은 나에게 자주 가고 싶은 친근한 산이 되었습니다. 남산순환로는 북측순환로와 남측순환로 두 길이 있는데, 남산타워를 중심으로 남산을 한 바퀴 빙 도는 둘레길입니다.

▲ 남산공원에서 제공하는 사진

우리는 북측순환로 1/3 되는 지점에서 걷기를 시작했습니다. 1번 표시된 곳입니다. 저희가 1번에서 시작한 이유는 바로 명동역에서 가장 가까운 코스이기 때문입니다. 명동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서울특별시소방방재본부를 지나면서 바로 오른쪽에 나무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북측순환로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듯 북측순환로은 아주 편안합니다. 자전거도 들어올 수 없어 시각장애인도 많이 걸어 다닐 정도도 안전합니다. 그리고 띄엄띄엄 시냇물 소리까지 들리는 아기자기한 길입니다. 봄에는 벚꽃이 한가득하고, 가을에는 단풍이 붉게 물들어 사람들을 맞이하는 서울 최고 산책로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쭉 북측순환로를 걷다보면 갈림길을 만납니다. 남측순환로와 국립극장으로 길이 갈라집니다. 2번이라고 표시된 지점입니다.

관광버스와 장애인 차량만 다닐 수 있는 남측순환로를 따라가다 보면 전망대가 나옵니다. 전망대에서 남쪽을 보면 이렇습니다.

이 길의 최대 단점은 비교적 자주 다니는 버스와 함께 걸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이 길을 포기하고 3번 표시된 지점인, 순환로 왼쪽, 야외식물원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4번 지점에서 다시 왼쪽 방향으로 내려갑니다.

야외식물원은 1997년에 조성되었다 합니다. 180종의 야생화, 92종의 나무, 80그루의 소나무가 있는 멋진 정원입니다. 저는 이 길을 참 좋아합니다. 슬슬 수차례 왔다 갔다 해도 지겹지 않은 길입니다. 어느 겨울, 눈이 쏟아지는 날이면, 만날 사람이 있건 없건, 하던 일도 젖혀두고 무조건 달려가고 싶은 곳 중 한 곳이기도 합니다. 눈이 내리면 아기자기한 야생식물들이 종알종알 여러 모습들을 쏟아낼 겁니다. 가기도 쉽습니다. 회현역에서 이태원 방향으로 402번, 405번만 타면 5분도 안 걸리니까요.

 

식물원을 실컷 보고나서 지압까지 마친 후 5번 표시 길로 나옵니다. 물론 더 좋은 길은 다시 위로 올라가 수복천약수터에서 서쪽방향의 소나무 탐방로를 걷는 길입니다. 이 길은 남산의 소나무 숲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만 이번에 우리는 좀 쉬운 도로 길을 택했습니다. 5번 지점에서 나와서 남산을 끼고 도로를 쭉 걷다 보면 남산도서관이 나옵니다. 남산도서관 가기 바로 전 주차장으로 들어갑니다. 6번 표시 지점입니다.

서울시교육연구원을 만나고 삼순이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우측 방향에 북측순환로가 시작되는 길을 만날 수 있습니다. 쭉 걷다가 처음 길을 시작한 1번 표시 아래 길로 내려가도 되고요, 아니면 남산케이블카를 지나 왼쪽 방향인 퍼시픽호텔로 내려가도 됩니다. 명동역 2번, 3번 출구를 만날 수 있지요.

7번에서 1번으로 가는 도중 만나는 폭포와 거의 붙어 있는 '목멱산방'입니다. 목멱산은 남산의 이전 이름입니다. 늘 궁금한 것이 저 식당은 어떻게 저기서 영업을 하게 되었을까 하는 겁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대표는 장경순이라고 합니다. 저 좋은 자연환경에, 어찌 보면 식당 같은 것이 허용될 수 없는 장소에 떡 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영업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백그라운드를 가진 걸까? 그런 삐딱한 생각을 해봅니다.

이렇게 북측순환로와 남측순환로 일부 그리고 야외식물원을 천천히 돌고 나면 3시간가량 걸립니다. 그것도 운동이라고 몸은 살짝 녹지근해지지만 머리는 맑아집니다. 신선한 공기 덕이겠지요.

그런데 한 가지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순환로란 말이 둘레길과 같은 말인데 왜 발음하기도 나쁘고 딱딱한 느낌이 나는 남산북측순환로, 남산남측순환로라고 이름을 지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남산 윗둘레길, 남산 아래둘레길 이라고 하면 좋을 텐데요. 아니면 남산 북둘레길, 남산 남둘레길이거나...

김미경 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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