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내와 함께 딸아이 집에 가려고 터미널행 시내버스에 올랐다. 30여분 거리이므로 좌석에 앉기 위해 먼저 승차했지만 만석이었다. 뒤쪽으로 가니 젊은이들이 대부분, 늘 보던 모습대로 그들은 눈을 감고 졸고 있거나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뒤편 좌석사이에 서서 가면서 ‘내가 그들을 키우고 교육했으니 무슨 말을 하랴만, 그래도 눈감고 자는 척하는 모양엔 심기가 불편하구나. 이러면 꼰대 되는 것 아닌가?’를 되뇌었다. 한참을 가다가 아내가 무엇을 찾기 위해선지 백을 벗었다 다시 메려고 했다. 돕기 위해 손을 뻗었는데, 그 사이 버스가 급정거를 한 것이다. 한 손으로 배낭을 잡은 채 그만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쿵” 찌었다.

“아이쿠~” 소리가 절로 나왔다. 넘어지면서 양손을 벌려 좌석 팔걸이를 잡았기에 망정이지 꼴이 말이 아니었다. ‘낭패로다! 낭패로다!’ 앉아 있던 사람들도 놀라 탄성을 지르니 더욱 쑥스럽고 난처했다. 아내는 고개를 돌려 보면서 “늙어서...”하며 어색하게 웃는다. 자기를 돕다가 넘어졌는데 하는 말이 조금 서운했지만 “허허 참!” 하면서 같이 웃을 수밖에 없었다. 속으론 ‘넘어지는 날 보고 빙긋이 웃기만 하다니... 반평생을 함께 했는데, 그 정도 밖에 안 되나? 서운하게 시리. 아내가 그랬다면 나도 그럴까? 할 말이 없구나’라는 생각에 씁쓸함이 밀려왔다. 하지만 누구하나 부축하거나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이 없었는데, 조금 지난 후 옆 좌석에서 졸고 있던 청년이 벌떡 일어나면서 자리를 양보했다. “여기 앉으세요. 어르신” 버스 안 시선이 다시 내게 쏠렸다. ‘어르신? 내가 벌써 어르신이 되었나? 그것 참! 정말 늙었나 보네? 아직 60센데... 나이 때문이 아니라 중심이 흩어져 넘어졌는데’ 속으로 위로했지만 속상했다. “괜찮아요” 사양했으나 그 청년은 “곧 내려요” 하면서 일어나 승강문 쪽으로 가버렸다. 별 수 없이 어정쩡하게 자리에 앉으면서 “감사해요. 고마워요!”라 말했지만 속으로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터미널에 하차한 후에도 찹찹한 맘 금할 길 없었다. ‘이젠 시내버스를 이용하기도 어렵겠네? 최소 택시를 타야겠는데? 나이 들면 외출을 삼가 하란 말이 이래서 나왔구먼!’

※ 이 글을 쓰고 있는데, 2016년 설날 벽두 대한민국의 난세를 보고, 어리석은 사람이 한 마디 지껄인다. 이런 난국에 이런 글 쓰기도 부끄럽다.

교사가 제자를 가르치는 게 아니라

제자가 교사를 가르칠 수 있게 한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는 게 아니라

환자가 의사를 치료할 수 있게 한다.

주인이 손님을 대접하는 게 아니라

손님이 주인을 대접할 수 있게 한다.

치자가 국민을 다스리는 게 아니라

국민이 치자를 다스릴 수 있게 한다.

지반이 허약하면 집이 쓰러지듯이

국민이 허약하면 국가는 쓰러진다.

이는 만고의 진리로다.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태평 주주통신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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