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돋아나는 풀잎들을 보고

“저 단단한 땅과 돌을 헤집고 올라오는 것을 봐~ 정말 놀라워!”

풀잎들이

“그렇게 보여요? 아직 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우리가 땅과 돌을 헤집고 올라오기 위해서는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지...”

“뭐가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운가?”

“흙과 돌들이 우리를 누르고 있잖아요? 때론 숨도 쉴 수가 없어요.”

“그런가? 그렇겠네...”

꽃망울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꽃망울들 좀 봐. 저들이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을 보면 정말 경이로워! 대단하지?”

꽃잎들이

“그런가요? 아직 뭘 모르시는데요. 우리가 꽃망울을 틔우기 위해 얼마나 피눈물을 흘리는지를”

“이~잉! 뭔 피눈물을 흘려?”

“살갗을 뚫고 나오는 게 얼마나 아프고 힘 드는지 아세요? 그 때 멍든 것이 푸른 잎과 여러 가지 색깔의 꽃이에요”

“몰랐네~ 몰랐어. 그런 힘든 과정이 있는 줄”

새싹과 꽃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지요. 극히 일부만 보고 다 아는 양 이러쿵저러쿵 한답니다. 무엇을 아는지도 모르면서 다 아는 것처럼. 참으로 안타깝지요. 인간들이 사는 것을 보면 정말 놀랍고 경이롭답니다. 뭘 위해서 저렇게 극한 경쟁을 하며 사나. 희생과 봉사가 근본인 종교에서조차 ‘나가자! 이기자! 승리하자!’고 외쳐대니 할 말이 없습니다. 사실 우리는 무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그냥 사는 것이지요.”

“휴~ 한숨이 절로 나오네... 나 또한 얄팍하고 알량한 지식으로 나서댔으니까. 부끄럽고 부끄럽네.”

“인간들처럼 살면 누군가는 넘어지고 패배해야 합니다. 그러면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미워하고 증오하게 되지요. 적수인 그들을 쓰러뜨려야 하니까요. 이는 서로를 부정하고 없애자는 게 아닌가요? 모든 생명체들은 서로 어울림으로서 살맛나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지. 그래야지... 암, 그렇고말고”

“꼭 경쟁을 해야 한다면 선의로 하던지. 상생하고 화생토록 말입니다. 생명은 살자고 생겨났는데 죽이려하면 되겠습니까? 좀 부족한 환경에서 초라하게 살더라도 서로 어울려 사는 것이 잘 사는 게 아닌가요? 진정한 삶의 보람은 다툼이 아니라 어울림에 있다 합니다. 별스럽지도 않은 것을 가지고 발꿈치를 곤두세우고 핏대를 올려야 되겠습니까? 사실 삶에는 그다지 별스러운 게 없지요. 서로를 돕고 웃으면서 살기에도 짧은 인생입니다. 무슨 대단한 일을 한다고... 참~ 그렇습니다.”

“...”

사진 : 박효삼 편집위원, 편집 : 김미경 부에디터

김태평 주주통신원  tpkki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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