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덥다. 이런 날엔 계곡으로 올라 계곡으로 내려오는 것이 최선이다. 날이 더워지는 이즈음 뜨거운 햇볕아래 자주 만나게 되는 꽃이 있다. 꽃며느리밥풀이다.

▲ 꽃며느리밥풀

이현세의 ‘며느리밥풀꽃에 대한 보고서’로도 유명한 꽃이다. 이 만화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며느리밥풀꽃이라고 더 많이 불리지만 정식이름은 ‘꽃며느리밥풀’이다.

▲ 꽃며느리밥풀

이현세 만화가 그려지기 훨씬 전 예부터 내려오던 슬픈 전설로도 유명한 꽃이다. 얘기를 풀어가는 사람에 따라 조금씩은 다르지만 기본 골격은 가난한 집 며느리의 슬픈 이야기이다. 신기하게도 오늘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그 슬픈 전설이 나오는 수필을 읽었다.

▲ 김무룔 수필집 <가슴에 든 멍>

“옛날 옛적 이야기 하나가 생각났다. 홀어머니가 외아들을 장가들였다. 마음씨 고운 며느리는 시어머니를 극진히 모셨다. 그러나 시어머니는 아들의 지극한 효심이 며느리를 들이고부터 식었다면서 갖은 구박을 했다.

어느 날 아들이 과거시험을 보러 간 중에 시아버지 제삿날이 되었다. 며느리가 밥을 짓다가 뜸이 잘 들었나 보려고 솥뚜껑을 열고 밥알 몇 개를 입에 넣고 씹었다. 이를 몰래 지켜본 시어머니는 버릇없이 제삿밥에 먼저 입을 대었다고 타박하며 모질게 몰아세웠다. 그 등쌀에 견디다 못한 며느리는 시름시름 병을 앓다가 죽고 말았다.

과거에 급제하여 금의환향한 아들은 아내의 속절없는 죽음 앞에 하염없이 눈물만 쏟을 뿐이었다. 이듬해 봄이 되자 그 무덤가에는 여인의 붉은 자줏빛 입술을 닮은 꽃잎 위에 흰 밥알 두 개를 올려놓은 듯한 꽃이 피었다. 마을 사람들은 효성이 지극한 며느리가 억울하게 죽은 것이 한이 되어 밥알을 물고 꽃으로 환생했다는 것이다. 들꽃 ‘며느리밥풀’에 얽힌 슬픈 전설이다. -김무룡 수필집 ‘가슴에 든 멍’중에서-”

▲ 꽃며느리밥풀

이 꽃을 보고 밥풀을 연상하고 이 슬픈 이름을 지으신 조상님들을 생각하면 전통 사회에서 며느리가 가지는 위치를 읽을 수 있다. 이 외에도 ‘며느리밑씻개’, ‘며느리배꼽’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며느리밑씻개’는 잎과 줄기에 잔가시가 있어 도저히 밑씻개로 쓸 수 없는 들풀이다. ‘며느리배꼽’은 잎자루가 달린 곳이 배꼽처럼 생겼는데 역시 좀 하찮은 들풀이다. 반면 ‘사위질빵’같은 경우 덩굴이 약해 무거운 짐을 질 수가 없다. 장모가 사위를 얼마나 아꼈으면 이런 이름이 붙였겠는가.

▲ 꽃며느리밥풀

바위틈에서 옆으로 자라는 원추리도 예쁜 꽃을 피웠다.

▲ 원추리

어느 시인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고 했지만 원추리는 그냥 봐도 예쁘다.

▲ 원추리

이제 나나벌이난초가 눈에 잘 띈다. 꽃은 지고 있다.

▲ 나나벌이난초

높은 곳에서는 까치수염도 한창이다.

▲ 까치수염

신기하게 까치수염이 있는 곳에 햇볕이 들고 있다. 그 곳에 자리잡은 건지.

▲ 까치수염

천남성 열매가 여물어가고 있다.

▲ 천남성

옥수수알같이 익어간다.

▲ 천남성

줄딸기는 역시나 맛나다.

▲ 줄딸기

산앵도나무도 맛있다는데 아직 다 익지는 않았다.

▲ 산앵도나무

일본목련도 열매가 커지기 시작한다.

▲ 일본목련

커피 한잔을 하며 쉬는데 물속에서 어릴 적 전자오락실에서 보던 갤러그가 움직이고 있었다.

▲ 물속 갤러그

소금쟁이들의 그림자인데 갤러그 외계인과 꼭 닮았다. 신기해서 한참을 바로 보았다.

푸른 하늘을 바탕으로 관악문이 우뚝 섰다.

▲ 관악문

이제 제법 많은 잠자리가 날고 있다. 내려오는데 나무 지팡이에 잠자리가 앉았다. 사진을 찍으라고 포즈까지 취한 후 날아갔다.

▲ 지팡이에 앉은 잠자리

시원했던 계곡을 벗어나니 아직도 꽤 덥다.

▲ 관악산

 

 

박효삼 부에디터  psalm60@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관련기사 전체보기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