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커피 한잔하며 쉬어가는 계곡 가에 노루오줌이 피어 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못 보았는데 말이다. 참 반갑다.
이름이 좀 지저분하다. 노루가 물마시고 오줌도 누는 물가에 많고, 뿌리냄새가 노루오줌 냄새 같아서 그렇단다.
시로 노래하기도 한다.
노루오줌
김관식
노루가
물 마시러 온
옹달샘가에
핀
연분홍 노루오줌꽃
서리 꽃같은
아이스크림같은
살살 녹을 것 같은
먼지털이개 같은
만지면
부서져 버릴 것만 같은
그렇게 보송보송
고운 꽃송이
시인에게는 한겨울 찬바람에 나무에 핀 서리꽃(상고대)같아도 보이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으로도 보이고, 어릴 적 집집마다 하나씩 있던 깃털로 만든 먼지털이개처럼 보이기도 한 모양이다. 정말 그렇게 보인다.
나나니벌을 닮은 나나벌이난초가 이제 꽃을 많이 피웠다.
꽃이 나나니벌 암컷을 닮았고 향도 암컷 페로몬 향을 내어 나나니벌 수컷이 와 나나벌이난초를 수정시켜 준다고 한다. 신비롭다.
산딸나무 꽃들이 관악산을 밝혀주고 있다.
꽃처럼 보이는 십자로 생긴 하얀 잎은 사실 꽃잎이 아니고 잎이 변형된 포엽(苞葉)이란 것인데 꽃으로 위장하여 곤충을 유혹하는 것뿐 아니라 맛도 좋은 모양이다. 그 잎을 먹으러 왔다가도 충분히 수정을 시키고 갈 것 같다.
박쥐나무는 이제 꽃을 활짝 피우고 떨어지기 시작한다.
싸리비를 만들던 조록싸리도 예쁜 꽃을 피웠다. 간 밤 이불에 지도를 그리는 날 머리에 쓰고 소금을 얻으러 다니는 키도 싸리로 만들었다.
함박꽃나무에는 이제 저 높은 곳에만 몇 개의 꽃이 달려있을 뿐이다.
나리꽃이 피기 시작했다.
털중나리가 여러가지 나리꽃중 가장 먼저 황적색 예쁜 꽃을 피운다.
참나리보다는 작고 꽃이 중간을 바라보아 중나리인데 줄기에 털이 나 있어 털중나리가 되었다.
바위를 잡고 오르다가 보면 바로 코앞에 나타나는 돌양지꽃이 귀엽다.
새집을 찍으며 계속 연구 중이다.
혹 카메라가 없어지면 어쩌나 내가 괜히 걱정이다.
참나무 옆에 그보다 훨씬 큰 버섯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정상 근처에서 점심을 먹다 소나기를 만났다. 갖고 있던 자리로 지붕을 만들어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린다. 자리에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정겹다.
비가 그치고 연주암으로 향한다. 요사채 마루에서 잠시 물 한잔 마시고 불성사로 향한다.
오랜만에 찾은 불성사는 여전히 참 좋다.
교통이 불편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불성사가 반갑다.
불성사를 나서는데 입구에 큰 소나무가 쓰러져 있다. 지난 강풍에 쓰러진 모양이다.
불성사 계곡으로 내려오는데 줄딸기가 한창이다.
잘 익은 놈으로 몇 개 따 먹어 보는데 제법 달다.
역시나 불성사계곡은 자연스럽다. 그래서 이 계곡이 좋다.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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