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덥다. 이럴 땐 능선보다는 계곡으로 가야한다. 수영장능선을 오르다 왼편 안부로 빠졌다. 그늘인데도 덥다.

숲 속에 보라색 도라지꽃이 보인다. 다가가 본다. 우리에게 친근한 꽃이다. 자세히 보면 더욱 예쁘다. 해서 예부터 도라지꽃 얘기가 전설로 전해지기도 하고 노래지어 부르기도 했다. 여러 가지 얘기가 전해져 오는데 가장 유명하여 문화원형백과에 오른 민담은 다음과 같다.

▲ 도라지

어느 시골에 도라지라는 이름을 가진 어여쁜 소녀가 살고 있었다. 도라지는 부모가 없어서 먼 친척뻘 되는 오빠와 함께 살고 있었다. 오빠는 도라지를 친동생처럼 아껴주고 보살폈으며 도라지도 오빠를 몹시 따랐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가 근심어린 표정으로 도라지를 불렀다. 오빠는 한참동안 망설이던 끝에 입을 열었다. "앞으로 얼마동안은 너와 헤어져 있어야 할 것 같구나." "그게 무슨 말입니까?" "너도 알다시피 여기서는 먹고 살기가 참으로 어렵지 않니 중국에 가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단다. 그래서 중국으로 가려는 거란다." "그럼 언제 돌아올 거예요?'' "한 10년 쯤 걸릴 거야. 그러니 힘들더라도 그때까지만 참으렴. 반드시 성공해서 돌아올 테니까." 도라지는 오빠와 헤어지는 것이 싫었지만 오빠에 말에 따라야 했다. 얼마 후 오빠는 배를 타고 중국으로 갔다. 그때부터 도라지는 오빠가 맡긴 절에서 잔심부름을 하며 오빠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 도라지는 오빠가 떠난 다음날부터 절 뒤에 있는 언덕에 올라가 황해바다를 바라보곤 했다.

혹시 오빠가 탄 배가 오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세월은 흘러 10년이 지났지만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다. 오빠가 타고 오던 배가 폭풍에 뒤집혀 오빠가 바다에 빠져 죽었다는 소문만 나돌았다. 그래도 그녀는 오빠가 언젠가는 틀림없이 돌아오리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20년이 되었어도 오빠는 돌아오지 않았고 그동안 도라지는 혼자 살기로 결심하고 스님이 되었지만, 오빠를 기다리는 마음은 변치 않았다. 세월은 자꾸 흘러 도라지도 이제 할머니가 되었고 그녀는 매일같이 오빠를 기다렸다. 어느 날, 도라지가 다시 그 언덕에 올라가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하염없이 수심에 잠겨있을 때 "도라지야, 도라지야" 등 뒤에서 누군가가 도라지를 불렀다. "얘, 도라지야, 오빠가 왔다." 다시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빠라는 말에 귀가 번쩍했던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뒤를 돌아다보았다. 순간 그녀는 한포기 꽃으로 변하고 말았는데, 그 꽃이 다름 아닌 도라지꽃이었다. 그녀의 간절한 염원과 오랜 기다림을 안타깝게 여긴 산신령이 그녀를 그렇게 만든 것이었다. (출처 : 문화콘텐츠닷컴 (문화원형백과 한국설화 인물유형), 2005., 한국콘텐츠진흥원)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783251&cid=49258&categoryId=49258

이 도라지꽃에 얽힌 이야기를 가지고 시인은 다음과 같이 도라지꽃을 노래했다.

 

도라지꽃

       - 조지훈

기다림에 야윈 얼굴

물 우에 비초이며

 

가녀린 매무새

홀로 돌아앉다.

 

못견디게 향기로운

바람결에도

 

입 다물고 웃지 않는

도라지꽃아.

▲ 도라지

우병우 민정수석 처가가 소유한 농지에도 도라지가 심겨져 있다고 한다. 화성 수변공원 예정지에서도 빠졌다는 그곳, 농지법위반 논란이 있는 그 땅에서도 도라지는 꽃을 피웠다. 밭에서 자란 도라지는 반찬으로, 산에서 자란 도라지는 약재로 항상 우리와 함께 해 왔다.

▲ 도라지

활짝 핀 꽃도 예쁘지만, 꽃을 피우기 바로 전 오자미같이 부풀어 오른 꽃망울도 참 귀엽다.

바위틈에서 자라는 도라지도 꽃을 피웠다.

▲ 도라지

계곡가 노란 원추리꽃들도 더운지 시원한 물 쪽을 향하고 있었다.

▲ 원추리

누린내가 난다는 누리장나무도 별모양 하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가을이 되면 여인네 저고리에 달린 예쁜 브로치 같은 열매가 달릴 것이다.

▲ 누리장나무

꽃며느리발풀도 점점 많이 보인다.

▲ 꽃며느리밥풀

열매로 향신료를 만드는 산초나무도 꽃을 피웠다.

▲ 산초나무

일본목련 열매는 점점 붉어지고 있다.

▲ 일본목련

안부로 빠져 걷다보면 연리목을 만난다.

▲ 가지가 부러진 연리목

소나무가 참나무 가지를 감싸고 있는데 오늘 보니 그 참나무가지가 부러져 있었다. 같이 붙어 잘 사는 줄 알았는데 서로가 화합하지 못하고 결국엔 이렇게 각자 갈 길을 가나 보다.

▲ 2013년 11월 연리목

좀 더 걷자보면 해태같이 생긴 바위가 길을 지키고 있다. 언제 보아도 늠름하다.

▲ 해태바위

더운 날 걷다가 암반계곡개천 물을 만나자 너무 반갑다. 정상을 포기하고 암반계곡개천 상류 쉼터에 자리 잡았다. 계곡물에 발 담그고 푹 쉬다 내려왔다.

▲ 암반계곡개천

 

박효삼 부에디터  psalm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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