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건설 현장 추락사를 다루는 뉴스에서 그물망 안으로 불안정한 비계와 가로로 걸린 현수막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얀 바탕에 붉은색 글씨 '떨어지면 죽는다'

공사 현장 사망사고는 자살률만큼이나 오랫동안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병폐입니다. 이재명 정부에서도 지속적으로 사망사고를 언급하지만 줄어들지 않습니다.

안전사고 대책이 남들 눈에 띄라는 저 현수막 하나뿐인지? 저 문구는 ‘죽는 건 떨어진 놈 책임’이라는 의미잖아요.

건축에 문외한인 저는 8층 베란다에서 수년째 이면도로 맞은편 신축 공사를 지켜보며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5층 건물을 철거하는데도 해를 넘기며 긴 시간을 보냈고, 그 후로 세월은 흘러 잡초가 무성하더니 나무가 제법 자란 후에 신축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2022년 11월 4일
2022년 11월 4일

3년 전 도로 쪽에 ㄷ자 철판을 박고 작업을 하기에 땅을 파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흙을 실어와 땅을 평평하게 고르고 외곽으로 붙여서 수로를 만들었습니다. 다음 철근을 깔고 레미콘이 들어와 콘크리트를 붓더군요. 그래서 주차장이나 야시장 만드는 줄 알았습니다. 전망을 가리지 않겠다고 생각했지요.

2023년 11월 28일
2023년 11월 28일

수로에 물을 채운 후 좌측 사진 집게처럼 생긴 장비로 흙을 퍼서 나르고, 10층 높이의 철근 구조물을 방수포로 감싸며 내려보냅니다. 다 내려가면 원통형 파이프를 좌 중 우 3곳에 내려 보내고 레미콘을 부으며 원통을 끌어올려 제거합니다. 사방 둘레를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작업하는데 저 방수포 같은 천이 녹아 없어지는지 나중에 보니 완전한 콘크리트 벽이 되어있었습니다.

2024년 6월 18일 
2024년 6월 18일 

흙을 나르는 트럭이 지하로 내려가지 않고, 철골 구조물을 설치한 후 작은 포클레인 2대를 내려보내 흙을 모으고, 큰 포클레인이 흙을 퍼서 트럭에 싣습니다. 저렇게 지하로 약 7층 높이로 파 내려간 것 같아요.

2024년 6월 29일
2024년 6월 29일

포클레인이 철수하면 저 철골을 지하로 내려보내 또 한 층 철골 구조를 완성하며 원하는 층수까지 지하로 내려갑니다.

2024년 9월 21일
2024년 9월 21일

드디어 바닥 작업을 하는지 철근을 엄청나게 내려보냈고 레미콘이 줄지어 들어와 콘크리트를 부었습니다. 바닥 작업만 철근 깔고 콘크리트 붓기를 두 번 정도 하지 않았는지 생각합니다.

2025년 7월 4일
2025년 7월 4일

드디어 지상으로 올라와 벽과 기둥 바닥에 철근 작업을 하고 콘크리트 타설을 합니다.

2025년 7월 25일 1층은 층고가 아주 높습니다. 배관 배수 시설이 안 보입니다.
2025년 7월 25일 1층은 층고가 아주 높습니다. 배관 배수 시설이 안 보입니다.

콘크리트 타설을 마치고 지상 1층 작업을 하는 모습입니다. 먼저 건축물 외곽에 설치한 비계를 보십시오. 안쪽으로 3줄 안전바가 설치되었고, 바깥쪽으로 X자 바가 안전과 뒤틀림을 막는 구조입니다. 다음은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에 형광색 옷을 입고 안전모를 쓴 두 사람이 보이지요. 바로 정부에서 파견한 안전 검사 요원입니다. 모든 건축 현장에는 반드시 현장 방문을 한다고 합니다. 4~5명이 들어가는 걸 보고 폰을 들고 나와보니 겨우 두 명만 찍혔습니다.

2025년 10월 1일
2025년 10월 1일

2층 바닥 공사입니다. 철근 사이로 배관 공사가 보입니다. 한 층에 8가구, 20층 주거 공간을 짓고 있지요. 바닥과 벽, 기둥이 하나의 요새처럼 일체형입니다.

2025년 10월 4일 
2025년 10월 4일 

2층 바닥, 주거 공간 콘크리트 타설 모습입니다. 비계에는 노란 바탕에 검은색 글씨, '떨어지면 죽는다'가 아니라 '발판 중량 제한 250Kg'.

너무 부러워 사진 확대합니다.

10월 중순을 넘어가는 지금도 34~5도, 체감온도는 40도를 넘어갑니다. 안전한 비계에서 음료를 마시는 여유로운 근로자들.
10월 중순을 넘어가는 지금도 34~5도, 체감온도는 40도를 넘어갑니다. 안전한 비계에서 음료를 마시는 여유로운 근로자들.

저 비계 설치는 모두 조립식입니다. 3줄 안전바도 그냥 들어 올려 양쪽 기둥에 끼우면 되더군요. 일회용이 아니라 반 영구적인 설비입니다.

대만도 안전사고가 많았답니다. 사고가 나면 벌금이 워낙 높아지자 저렇게 바뀌었답니다. 한국은 몇십 년째 떨어져 죽고 있습니다. 연립주택 현장에서도 떨어져 죽고요. 

한겨레 기사 일부 가져왔습니다. 대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지난 3년간 땅을 파고 이제 겨우 2층 작업을 한다고 투닥거리는 현장을 보면서 매년 수차례 지진이 오는 데도 집안이 더 안전하다고 여기는 저를 이해하시겠지요?

최근에 오토바이 무면허도 단속한답니다. 약 9만 원에서 160만 원으로 범칙금을 올렸다고. 만 79세 되는 지인이 자동차 운전면허는 있는데 오토바이 면허가 없어서 접수하는 장소에 따라갔습니다. 벌금이 무섭긴 합니다.

아침에 먹고 살기 위해 현장에 나왔다가 저녁에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 우리 이웃이고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구호나 협박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생명 존중과 안전은 삶의 기본이고 행복의 시작입니다.

편집 :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donghokim7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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