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11월 말의 어느 날, 서울 거리를 걸었다. 종로 뒷골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스산한 날씨에 바람도 불어 낙엽이 거리를 뒹굴었다. 아마 내 마음도 좀 쓸쓸했었던 것 같다. 그때 어디서 들려오는 정말로 쓸쓸한 곡이 있었다. 캔자스(Kansas)가 1977년 부른 'Dust in the Wind'였다.

캔자스는 1973년 미국에서 결성된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 밴드다. '프로그레시브 록'은 1960년대 말~1970년대 영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록의 하위 장르다. 록에 클래식, 재즈, 포크, 전자음악 등의 요소를 결합해서 보다 예술적이고 실험적으로 확장한 장르다. 대부분 곡의 구조와 연주가 좀 복잡하고 길다 보니, 나름 록 마니아 명곡을 많이 갖고 있다.

'Dust in the Wind의 가사'는 곡조처럼 쓸쓸하다. 가사 내용은 이렇다.

Dust in the Wind (바람 속의 먼지)

I close my eyes.  Only for a moment and the moment's gone
눈을 감는다.  이는 단지 한 순간일 뿐이고 그 순간은 지나갔네
All my dreams pass before my eyes with curiosity
내 모든 꿈이 눈앞을 스쳐 지나가네, 놀랍게도!
Dust in the wind. All they are is dust in the wind
바람 속의 먼지. 그 모든 것은 그저 바람 속의 먼지일 뿐이네

Same old song. Just a drop of water in an endless sea
모든 것이 똑같구나. 끝없는 바다의 작은 물방울 하나처럼 
All we do crumbles to the ground, though we refuse to see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결국 무로 돌아가지만, 우리는 애써 외면해 버리네
Dust in the wind. All we are is dust in the wind
바람 속의 먼지. 그 모든 것은 그저 바람 속의 먼지일 뿐이네

Now don't hang on. Nothin' lasts forever but the earth and sky
집착하지 말아라. 땅과 하늘 외에 영원한 것은 없다네
It slips away. And all your money won't another minute buy
다 지나가 버리네. 너의 모든 돈으로도 시간을 살 수는 없다네
Dust in the wind. All we are is dust in the wind
바람 속의 먼지. 그 모든 것은 그저 바람 속의 먼지일 뿐이네

가사의 요지는 “인생무상”이다. 인간이 성취하고 소유한 모든 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없으므로, 거대한 야망이나 자만 등이 무의미함을 깨닫고 겸손하라는 의미다.  미국 음악가가 불교적 성찰이 가득한 이런 가사를 썼다는 것이 신기하다.  

이 곡을 작사한 밴드 멤버 '케리 리브그렌(Kerry Livgren)'은 어느 날 아메리카 원주민 시집을 읽다가 '우리는 모두 그저 바람 속의 먼지일 뿐(For all we are is dust in the wind)'라는 문구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이 문구는 그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모든 인간의 삶과 노력은 덧없이 사라지는 바람 속의 먼지와 같다는 심오한 의미는 이 노래의 핵심 가사와 주제가 되었다.

싱글로 발매되면서 빌보드가 반응했다. 1978년 4월 1일 자 핫 100에서 10위에 올랐다. 총 7주간 상위 10위 진입을 이어가며 핫 100 최고 6위까지 올랐다. "Dust in the Wind"는 캔자스의 곡 중 역대 가장 높은 인기 순위 싱글을 기록했다.

이 곡은 어쿠스틱 기사가 멜로디의 전반을 조화롭게 이끌고 있다. 곡이 잠시 멈추는 구간에서는 바이올린 연주가 등장한다. 그래서 잔잔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고 있다. 가사 또한 마음을 숙연하게 하는 의미가 있어 한 해를 돌아보는 11월 말에 잘 어울리는 곡이라 생각한다.

이 곡은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해서 불렀다. 클래식 분위기가 있다 보니 '사라 브라이트만'도 이 곡을 사랑했지 싶다.

 

미국의 R&B/소울 가수인 에릭 베네 (Eric Benét)가 1999년 R&B 스타일로 바꾼 'Dust in the Wind'도 있다.


이 곡 외에 'Carry On Wayward Son(내 고집 센 아들을 데리고 가세요)'도 캔자스의 대표곡이다. 1976년 발매된 앨범 'Leftoverture'에 수록된 곡이다. 우리 세대라면 길거리에서 자주 들었던 귀에 익은 곡일 것이다. 가사가 기독교적 색채가 있어 보이는데 자서전적 가사라고 한다.  

 

참고 사이트 : 위키백과(Dust in the Wind)

편집 :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김미경 객원편집위원  mkyoung60@hanmail.net

한겨레신문 주주 되기
한겨레:온 필진 되기
한겨레:온에 기사 올리는 요령

저작권자 © 한겨레:온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