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한테 배웠다
강아지 데리고 산책 나간 강변
애완견 놀이터
우리 집 로이는 수컷
예쁜 강아지 보이면 살랑살랑
꽁무니 따라가며 우아한 표정으로
"차 한 잔 하실래요?"
주인인 나까지 지 맘대로 끌고 다닌다
못생긴 강아지 가까이 오면
사자처럼 으르렁 발톱을 세우고
근처에도 못 오게
이빨을 드러내는 로이
왕자병을 앓고 있는
우리 오빠한테 배웠나보다
수박 속, 사람 속
트럭에 올라탈 땐
소풍 가는 줄 알고
싱글벙글했지.
마트 진열대에서는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콧노래 흥얼흥얼.
그런데 누군가
내 머리를 통통 두드린다.
- 누구세요?
손바닥으로 통통
손가락으로 탱탱
내 머리를 쥐어박는 게
재미있나 봐.
때려놓고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더니
속을 알 수 없단다.
나도 사람들의 머리를
한 번 두드려 보고 싶어
그들은 겉과 속이 같을까?
편집: 조형식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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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란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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