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중 하나가 초원을 달리는 말이지요. 처음에 말에 올라타면 생각보다 높고 무섭습니다. 자전거를 처음 탈 때보다 무섭더군요.
유목민들에게 말은 친구이자 가족입니다. 몽골 여행 중에 이동하는 유목민 가족을 보았습니다. 말을 타고 가는 임산부를 보면서 몽골 사람들은 뱃속에서부터 말을 탄다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위험했던 말도 안장과 등자가 발명되자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훌륭한 전쟁의 도구가 되었고, 인류 역사상 최대의 제국을 건설하는 발판이 되었습니다.
대만에 와서 가장 놀라웠던 광경은 비가 오는 추운 겨울에도 도로를 가득 메운 오토바이 행렬이었습니다.
대만은 남한의 1/3 면적에 인구는 2,300여만 명이고 높은 산악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해 인구밀도가 한국보다 높습니다. 그리고 중소기업 구조라서 대부분의 여성도 직장에 다닙니다. 그만큼 이동 인구가 많지요. 타이베이의 교통 체증은 40년 전에도 유명했습니다. 자동차는 교통신호등을 한 번에 지나기 어려워도 오토바이는 사이사이로 잘 빠져나갑니다.
요사이 무면허 전동 킥보드 사고가 한국에서 대두되면서 대만에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 이용하는 오토바이가 왜 사회문제가 안 되는지 궁금해서 알아봤습니다.
대만 사람들에게 오토바이는 마치 편한 신발과 같습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은 학부모가 오토바이로 등하교시킵니다. 초등학생 중 집에 어른이 없는 경우는 학교에서 방과 후 실행하는 안심반에서 공부하다가 부모가 퇴근하면서 데리고 오고, 중고등학생들은 버스를 이용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학생들도 있지요. 대학생들은 대부분 오토바이를 타고 학교에 갑니다. 학교 캠퍼스마다 오토바이 주차 공간을 많이 확보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오토바이에 태워 이동하는 애완견을 보고 한국 사람들은 신기해하더군요. 그들에게 오토바이는 어려서부터 편리하고 익숙한 도구라는 인식이 대만을 오토바이 천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생활에 필수불가결인 물건이라면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지요. 또한 사회문화가 그것을 용납하고 배려해야 누구나 안전하게 이용할 것입니다.
저는 10년 넘게 대만에 살면서 오토바이가 편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웬만한 거리는 자전거를 운동 삼아 이용하고, 장거리는 차를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지금도 오토바이를 못 탑니다.
이곳에서는 본인뿐 아니라 동승자도 무조건 안전모를 써야 합니다. 유치원에 가는 어린아이도 반드시 안전모를 써야 합니다. 전혀 보호되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장난감 같은 것이라도 끈이 달린 안전모를 꼭 착용하고 탑니다.
보행자 우선이라는 말은 못 들었어도 오토바이 우선은 도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호등에 차들이 멈춰 있으면 오토바이는 갓길이나 사이로 통과하여 신호 맨 앞쪽으로 가서 신호대기 합니다.
고가도로 같은 곳은 아예 오토바이 전용 도로가 있습니다. 그리고 자격이 되는 오토바이는 자동차 전용도로나 고속도로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고속도로에서 오토바이를 봤는지 기억이 확실하지 않습니다.
만 18세가 되면 오토바이 면허증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운전면허증으로 소형 오토바이 운전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따로 필기와 실기 시험을 거쳐서 면허증을 따야 오토바이를 탈 수 있도록 바뀌었답니다.
올해 만 78세인 지인도 11월 7일 시험을 앞두고 지금 필기 시험 책자를 보고 있습니다. 벌금이 2,000위엔(약 10만 원)에서 35,000위엔(약 160만 원)으로 대폭 올렸다고 하니 면허증을 안 딸 수가 없지요.
국가의 법이 지나치게 개입하면 오히려 악법보다 못할 수도 있지만, 꼭 개입해야 할 법이 의무를 내팽개치면 더 큰 혼란이 일어날 수가 있지요.
한국에서도 택배 산업의 발달과 레저 문화의 다양화로 오토바이를 많이 보게 됩니다. 교통수단으로 인정하고 법제화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폭주족이나 범죄에 악용하는 경우 강력하고 엄한 벌금이나 인신구속으로 오히려 관리가 쉬울 것입니다.
예전에 미국 서부 엘로우 스톤( Yellow Stone) 국립공원 여행 중 끝없이 펼쳐진 인가 없는 도로가에 잠시 쉬었는데, 10여 명의 머리가 하얀 노인들이 가죽 재킷 차림으로 안전모를 벗고 할리 데이비슨 브랜드의 아주 큰 오토바이를 세워두고 먼저 와서 쉬고 있더군요. 대만에서 주로 작은 오토바이만 보다 미국에서 대형 오토바이를 가까이에서 보니 더 대단해 보였습니다.
나이 들어서도 친구들과 취미를 함께하며 모험을 즐기는 그들이 멋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국에서도 부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주차 공간이나 경제적인 연료 그리고 편리함을 고려한다면, 위험한 킥보드가 보도와 차도로 무질서하게 다니도록 방치하지 말고, 오토바이가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도록 법제화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만에서 자동차는 오토바이에 비해 불편하고 돈도 많이 드는 비 경제적인 교통수단입니다.
편집 : 김동호 객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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