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만나는 애완견

세월이 흐르면서 신체변화를 실감합니다. 거울 속 변하는 나 자신처럼 그동안 사회, 문화 각 방면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중의 하나, 공원의 모습도 많이 변했지요. 6-70년대 놀이문화가 거의 없던 시절에 공원은 주말 시민들의 나들이 장소로 사랑을 받았지요. 밤에는 가난한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였고. 지금은 노인들이 주류를 이루면서 시간 때우는 곳, 혹은 시사문제로 열띤 토론을 한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70,80년대 외국인들이 운동복에 런닝화를 신고 공원에서 조깅을 하는 모습이 생경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과 인권문제로 불편했던 카터 대통령은 영빈관에 묵지 않고 미팔군 영내에 머물렀고, 군인들과 조깅하는 사진이 실렸었지요. 그렇다 해도 남들의 시선을 무시하고 공원이나 도로에서 한국인들이 달리기에 그때 사회 분위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에 대만의 소득 수준이 우리보다 조금 앞서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빈부격차도 그리 크지 않았고요. 도로나 건물은 낡아보였지만 사람들의 삶은 우리보다 여유로워 보였습니다. 아침에는 공원마다 여기저기서 건강을 위한 달리기, 태극권, 춤 등 저마다 나름의 운동을 하더군요. 저도 대만에서 아침운동을 시작했습니다. 매일 5키로 정도 뛰었지요. 알람소리에 억지로 일어나면서 항상 하는 갈등! 오늘은 비 안 오나?

요사이도 꾸준히 아침마다 공원에 가서 조깅 대신 걷기와 철봉 스트레칭을 합니다. 요즘은 갈등을 거의 안하지요. 눈이 먼저 떠지니까요. 덕분에 매일 자각을 합니다. 이제 그럴 나이가 됐다고. 대만 친구들로부터 건강에 관한 정보를 많이 받는데, 일치되는 의견이 조금 빠른 걷기가 가장 경제적이고, 효과는 가장 큰 운동으로 소개가 되더군요. 30분 이상에서 한 시간 정도를 많이 권유합니다. 몸에서 땀이 살짝 배일 정도로.

▲ 좀 젊은 사람들은 걷거나 달립니다. 지팡이를 짚거나 나이가 많은 사람들은 매일 저렇게 모여서 녹음기 구호에 맞춰 특정 부위를 두드리거나 다양한 동작으로 건강활동을 합니다.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모였다가 8시 경이면 대부분 집으로 갑니다. 너무 더워서 낮에는 사람들이 별로 없고, 다시 오후 5시 반이 지나면서 사람들이 많이 나옵니다.

한국이나 대만이나 아침저녁 산책길에 갈수록 늘어나는 현상이 애완견들입니다. 이제 애완견은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아파트에서 애완견을 기르려면 많이 눈치를 봐야 했는데,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저는 애완견이나, 집에서 기르는 거 자체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애완견을 좋아하며 또 기르고 있는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들의 의사를 존중해서 완곡한 표현을 했지만 솔직히 좋아하지 않습니다. 애완견을 기르는 사람들이 저와 같이 처음에는 싫어하다가 막상 기르다보니 정이 들어서 자식 이상으로 애정을 쏟는다고 하지만 그건 그 사람 이야기이고, 좁은 엘리베이터에 개가 함께 타는 걸 분명히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공원에 가서 사진 몇 장을 찍었습니다.

 

▲ 좌 상단 개는 이미 10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동작이 느리고 힘들어 하지만 매일 공원을 찾습니다. 우측 하단의 개도 많이 늙은 듯 합니다. 주인이 품종을 알아맞히지 못하는 제게 힐난하듯이 알려주는데 기억이 안 납니다.
▲ 이른 아침부터 공원을 찾는 애완견. 저녁 산책길에는 훨씬 더 많은 개들이 온다고 합니다.

나이가 꽤 들어 보이는 여자 분은 진돗개보다 작지는 않아 보이는 큰 개를 목줄 없이 가다가 다른 개가 오면 얼른 안고 서있거나 걸어갑니다. 안고 있는 모습을 더 많이 봅니다.

어떤 사람은 떠난 지 2년이 넘었는데도 자주 눈물이 난다면서 폰 메인화면의 사진을 보여줍니다. 검은색에 아래는 노란색, 귀는 크고 쳐졌으며, 다리는 작달막하고, 허리는 길어서 배가 땅에 닿지는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차마 못생겼다고는 말 못하고 그렇게 예뻤냐고 물었더니, 눈치를 챘는지 목소리를 높이며 귀엽고, 사랑스럽고, 예쁘고, 착하고,,,,

어떤 사람은 개를 세 마리 끌고 다닙니다. 작은 개인데 그중 한 마리는 여우처럼 내려놓으면 금세 안으라고 재촉을 하고, 팔짝 뛰어 주인 품안으로 들어갑니다. 날도 더운데,,,, 또 다른 사람은 각기 다른 종의 세 마리를 끌고 다니고요.

세 마리를 키우는 이유가 있다고 합니다. 한자에 ‘울다’는 의미의 곡(哭)자가 있지요. 개(犬,견)위에 입(口,구)가 둘 있습니다. 집에서 두 마리를 키우면 울 일이 생긴다고, 그래서 세 마리를 키운답니다. 아는 게 병이 아닐까요? 우리나라에서도 예전부터 담장 안에 나무를 심지 않았지요. 바로 한자 곤(困)자 때문이지요. 울타리(口) 안에 나무(木)가 있으면 ‘가난하다’, ‘곤란하다’는 뜻의 곤(困)자가 되기 때문이지요.

어떤 사회, 어떤 모임, 어떤 장소에나 괜찮은 사람들이 있기도 하지만 꼭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런 사람들의 특징은 대부분 남의 말이나 의견을 잘 안 듣지요. 자기주장만 합니다. 그리고 말이 많아지지요. 나이가 많아질수록 입은 닫고 지갑은 열라고 하지만, 어디 그런가요? 대부분 그 반대입니다. 그래서 요새 이슈가 되고 있는 ‘영감탱이‘인가요? 우리 주변에는 젊은이 못지않은 멋쟁이, 존경을 받는 고우신 분들도 계시긴 하지만.

 

위 사진의 개는 대만 토종견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진돗개보다 훨씬 크고 인상도 험해 보입니다. 시커먼 눈동자 아래쪽으로 진한 황색 테두리가 보이면서 가까이 다가오면 무섭습니다.

 

이 개를 끌고 오는 주인이 여자인데 목줄도 안하고 개가 멋대로 다녀도 통제를 안 합니다. 오르막길에 산책중인 일행들 앞으로 개가 접근하자 모두 멈칫하고, 대만 사투리로 뭐라고 합니다. 추측컨대 왜 목줄을 안 하고 풀어놨냐는 듯(?). 뒤이어 나타난 개 주인. 아마도 순한 개인데 뭘 무서워하느냐는 듯 오히려 큰 소리입니다. 여전히 목줄을 안 하고 개는 개, 저는 저대로 갈 길을 갑니다. 매일 여기저기 배변이 보이던데 크기로 보아 저 녀석이 저지른 걸로 보입니다.(심증만)

그 외에는 대부분 주인들이 배변봉투를 들고 와서 뒤처리를 합니다. 어떤 여자는 물통을 들고 다니면서 소변을 본 자리에 물을 뿌리기도 하고.

개를 키우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당당해져 가는데, 반대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은 갈수록 따가운 눈총에 설 자리가 없어져갑니다.

대학에 들어가고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전방(GOP)에서 근무를 할 때 가장 큰 위로가 담배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근무 초소 주변에는 꽁초도 안 보이죠.

지금 생각하면 야만인, 원시인 같지만 비행기 안에서 예전에는 담배를 피웠습니다. 그 좁은 공간에서! 제공되는 식사가 끝나자마자 너도나도 담배연기를 뿜어댑니다. 오른쪽 팔걸이 앞쪽에 재떨이가 있었지요. 그러다가 언제인가 기내 금연 이야기가 나오고 항공사들도 이를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앞 열 몇 자리를 금연석으로 하고, 탑승권 받기 전에 묻지요.

한 번은 저의 좌석이 금연석 바로 뒤였습니다. 습관적으로 식후에 담배에 불을 붙이고 피우는데 앞좌석 서양 여자가 뒤를 돌아다보는데 눈이 마주쳤습니다. 순간 이 사람은 담배연기를 싫어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서둘러 담배를 끄고 생각을 해보니, 이 좁은 공간에서 금연석에 앉은 사람들은 피할 곳도 없겠다는 생각, 나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엄청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후 담배를 들고 타기는 해도 항상 금연석에 자리를 잡았고 비행 중에는 담배를 피우지 않았습니다. 얼마 후에는 모든 항공기내에서 금연이 실시되었지요.

딸이 다섯 살 쯤에 금연을 하였습니다. 딸에게 항상 친구와 경쟁을 하기보다 극기, 자기를 이기라고 강조를 하면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온당치 않았지요.

지금은 길거리에서 우연히 앞사람 담배 연기를 맡으면 몹시 불쾌해집니다. 담배를 피울 때는 전혀 의식을 못했었는데,

오늘은 나의 어떤 행동과 생각이 남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을까? 내가 만약 향기로운 행동과 생각을 한다면 벌 나비가 찾아오겠고, 악취를 풍긴다면 벌레들이 몰려와 알을 낳겠지요.

편집 : 안지애 편집위원

 

김동호 주주통신원  donghokim0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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