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둥이 아들 세상 살아남기 34

김미경 편집위원l승인2017.06.28l수정2017.07.1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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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진주 훈련소 수료식을 마치고 2박 3일 휴가를 왔다. 수료식에 부모님이 참관해도 되는데 아들은 별 거 없는 거라고 굳이 오지 말라고 했다. 맛있는 것 해놓고 집에서 기다려 주는 게 더 좋다고 해서 그리했는데... 갔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5시에 온다는 아들이 6시가 넘어도 오지 않아 이리저리 왔다갔다 정신없이 굴었다. “옆길로 샜나” 말했다가, 딸에게 “집착하지 마세요”라는 구박을 받고는 시무룩해져있었는데 7시에 문이 철커덕 열리고 아들이 들어왔다. 군복을 입고 들어오니 정말 낯선 청년 같았다. 아들을 보자 이상하게 “꺅!!!!”하는 소리만 나왔다. 발도 떨어지지 않았고 다른 말도 나오지 않았다. 마치 아이돌 그룹에 환호하는 팬같이 한참을 ‘꺅!!깍!!’ 거리다 아들에게 달려갔다. 아들은 어이가 없는 지 그냥 웃었다.

군복속에 아들은 건강해 보였다. 이제 엄마에게 의지하는 청소년이 아니라 엄마가 의지할 수 있는 어른으로 보였다. 이마엔 여드름이 수북했다. 이제야 여드름이 나는 것 같았다. 아마 아직도 더 클 것이 남았었나 보다.

아들은 식사를 마친 후 재미난 이야기를 해줬다.

첫 번째 이야기는 별명이야기다.

처음에 동기들은 아들에게 거리를 뒀다. 울퉁불퉁한 근육을 보고는 힘 좀 쓰는 아이인 줄 알고 무서워했다. 그러다 며칠 지나고 나서는 ‘근육바보’라 불렀다. 동기들이 근육은 캡인데 하는 짓을 보면 어리버리하다고... 지금은 운동을 안 해 근육이 약해지자 그냥 ‘바보’라고 부른단다. 만만하게 보고 함부로 대하면 어쩌나 했는데 '바보'라 불려도 인기 있어 함께 놀고 싶어 하는 동기들이 많다며 걱정 말란다.

▲ 아들의 군대 가기 전, 엄마에게 자랑한 등근육. 이렇게 울퉁불퉁 했으니 무서워할 만하지

두 번째 이야기는 밥 이야기다.

반찬은 부족하게 주는데 밥은 양껏 주기 때문에 다들 밥으로 배를 채운다. 군대 가면 뱃살이 쪄서 오는데 그게 다 밥살이다. 배식은 돌아가면서 하는데 우유 주는 날이면 하나를 받아 식판에 놓았다가 얼른 주머니에 넣고 못 탄 척하고는 다시 가서 또 탄다. 자신의 배식 날에 햄버거가 나오면 얼른 2-3개 봉투를 찢어 손으로 꽉 누른 다음 주머니에 슬쩍 집어넣는다. 배를 채우기 위해 거짓말을 하고 빵을 훔치는 아들이 되었다. 생전 거짓말하는 아이가 아닌데... 어디 가서든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야하나?

세 번째 이야기는 조교에게 걸린 이야기다.

불침번을 서는데 너무 졸려 혼자 그냥 막춤을 추었다. 다음날 조교가 “어제 밤에 불침번 서면서 춤 춘 새끼 누구야? 다음에 또 걸리면 죽는다”고 했다. 동기들에게는 “난데”라고 고백했지만 조교에게는 하지 못하고 눈치만 봤다. 조교가 누군지 알았을 텐데.. 공개해서 기합을 주지 않았다고 다행이라고 했다.

또 한 번은 철봉을 하다 걸렸다. 훈련생활 중에는 단체행동만을 해야 하기에, 혼자 철봉을 할 수는 없다. 아들은 몸이 근질근질 했는지 동기들에게 망 좀 봐달라고 하고 열심히 철봉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빨간 모자가 나타났다. 조교였다. 그는 아들에게 철봉에 ‘올려, 내려’를 반복했다. 조교는 벌주는 것이었지만 힘을 쓰고 싶어 불끈불끈하는 아들은 신이 났다. 오랜만에 근육을 써서 시원했지만 종평에서 감점을 받았다. 종평 점수는 자대 배치 받는데 중요 요인인데 규칙 어기고 운동 한번 하려다 큰 손해를 본 거다.

네 번째는 발목을 다친 이야기다.

구보가 끝나고 급하게 뛰어 가다가 돌을 밟으면서 오른쪽 발목을 심하게 접질렸다. 그 다음 날은 행군하는 날, 행군이란 완전 무장을 하고 43km를 걷는 것이다. 발목 상태로는 행군을 포기하는 것이 맞지만 포기하면 종평 점수에서 크게 감점이 된다 해서 정말 죽을 힘을 다해 걸었다. 행군이 끝나고 보니 발목이 심하게 퉁퉁 부었다. 의무실에 갔더니 "이런 상태인데 왜 미련하게 걸었냐" 하면서 혼이 났다. 휴가 기간 중 정형외과에 가서 다시 사진 찍고, 한의원에 다니면서 침을 맞았지만 치료시기를 놓쳤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일반 생활에는 지장이 없지만 격한 달리기는 조심하라고 한다.  애효... 이럴 때 요령 피워야지 언제 피우나?

다섯 번째 이야기는 종교이야기다.

입대 후 두 번째 주 일요일, 종교인은 종교시간을 가지라고 했다. 수 년 간 성당에 가지 않았어도 자신은 천주교신자라고 생각했기에 성당에 갔다. 그런데 교회에 갔다 온 동기들이 “예쁜 가수들이 와서 노래하고 춤도 췄다” 했다. ‘다음 주엔 교회로 갈까’ 유혹이 들었지만 세 번째 주도 성당에 갔다. 조용하고 경건하게 미사를 드렸고 손, 다리가 없는 장애인이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다큐를 보여주어 감동을 받았다.

그런데 또 교회에 간 동기들이 신이 나서 “이번 주 대박이다. 진짜 예쁜 가수들이 와서 노래하고 춤췄다”는 말에 아들을 비롯한 몇 명 동기들이 흔들렸다. 4번째 주는 우르르 교회에 갔다.

하필이면 교회에 간 그날, 참석한 군인들 모두 세례를 받으라고 했다. 모두 일어나 줄 서서 나가는데 아들도 어쩔 수 없이 나가다가, 이건 아니다 싶어서 안내 군인에게 “천주교 신자입니다” 했다. 안내하는 군인이 대대장!! 대대장이 인상을 팍 쓰면서 "저 뒤로 가" 했다. 주변에서 그 소리를 듣고 킥킥거리며 웃어 순간 쪽팔림을 당했다. 그래도 ‘아닌 건 아니다’ 생각하고 당당하게 뒤로 갔다. 함께 간 동기 중에 ‘불자’가 있었는데 순간 쪽팔림을 선택하지 못하고 세례를 받았다. 군적에도 개신교 신자로 등록되었다. 어찌나 웃기던지 몇 번을 다시 이야기해달라며 웃었다.

그렇게 아들은 엄마 옆에서 실컷 먹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쫄래쫄래 해주다가 다시 “엄마, 안녕!!” 하고 훈련소로 갔다. 아들은 큰 문제없이 동기들과 사이좋게 지내면서 비교적 원만한 군 생활을 시작한 것 같다. 발목 사건을 제외하면 적당히 요령도 피우면서 지내는 것으로 보인다. 유학생활 4년이 눈치껏 사는 요령을 터득하게 했을까?

이제 일주일만 지나면 자대배치를 받는다. 아들은 서울 근교로 받았으면 하지만 나는 시골도 좋다고 생각한다. 아직 자연의 수수함보다는 문명의 이기를 더 좋아하는 아들에게 시골 경험이 자연을 더 알게 해주지 않을까 생각해서이다. 죽고 죽이는 것 배우는 군대에 보내 놓고 엄마가 너무 철이 없는 건가? 너무 낭만적인 건가?

그나저나 동기들만 모여있는 훈련소에서는 구타가 없지만 자대배치 받아 선임이 생기면 어디나 크든 작든 구타가 좀 있다고 하던데... 잘 이겨나갈 수 있을까?

편집 : 박효삼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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