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둥이 아들 세상 살아남기 35

김미경 편집위원l승인2017.07.14l수정2017.07.2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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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군대간 지 석 달이 넘었다. 아들은 기초훈련을 무사히 마치고 강원도 모 부대에 배치 후 보직도 받았다. 얼마 전에는 부대에서 ‘부모 초대의 날’ 행사를 해주어 다녀왔다.

부모 초대의 날은 아들이 지내는 숙소도 돌아보고, 상관도 만나고, 아들과 함께 외박도 시켜주는 보너스 데이다. 부대에서 마련한 버스로 강당으로 이동했는데, 강당 앞에 많은 군인들이 모여 있었다. 슬쩍 보았는데도 동료와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는 아들 모습이 눈에 금방 띄었다. 역시 핏줄은 당긴다. 아들도 눈이 마주치자 고개를 살짝 숙이고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아들도 나처럼 좋아서 마음이 뛰나 보다.

3개월 군 생활을 한 아들은 생각보다 얼굴이 타지 않았다. 내 눈이 삐었는지 몰라도 지난번 보다 뽀얗게 보였다. 잘 먹어서 그런가? 본 부대는 훈련소와 달랐다. 아들 말로 “음식이 나름 괜찮게 나와. 불고기, 닭도리탕도 자주 먹어.” 음식 불만이 없어서 그런가? 싱글싱글 우리를 반기는 모습에서 편안함이 느껴졌다.

‘부모 초대의 날’ 참석 후 포상휴가와 정기외박을 합쳐 4박 5일 휴가를 나왔다. 휴가 중 친구들을 만나고 돌아다닌 아들이 복귀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엄마. 군대 간 친구 중에 내가 제일 군대 잘 간 것 같아. 다들 선임들 땜에 조금씩 고생하더라.”

이전 글에도 썼지만 아들은 어려서 학교폭력에 많이 힘들어했다. 김정일도 우리나라 남학생이 무서워 남침을 포기했다고 할 정도로 물불 못 가리는 거친 남자아이들의 세계에서, 주먹 하나 쓰기 싫어하는 아들은 늘 만만한 대상이었다. 이런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 운동을 했고 지금은 누구도 건들 수 없는 체구에 체력을 갖게 되었다. 부모와 떨어져 객지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성격도 단단하고 유들유들해졌다.

스스로 ‘인간 승리’라고 할 정도로 많이 변했지만 군대생활에는 두려움이 있었다. 저항할 수 없는 선임의 가혹행위에 어떻게 해야 할 지 몹시 걱정했다. 내가 “이제 군에서도 가혹행위는 범죄라고 생각한데. 그러니까 가혹행위를 당하면 무조건 상사에게 이야기 하면 돼!”라고 하면 “그러다 미운털 박혀서 더 많이 맞으면 어떻게 해!”까지 말한 적도 있다.

그런데 ‘조상이 돕는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배속 받아 간 부대는 선임들의 ‘갈굼’이 하나도 없었다. 엄마 걱정 말라고 하는 말 아닌가 싶어 수차례 물어봤지만 장난으로 툭 치는 것 말고는 한 번도 폭력이나 폭언을 겪은 적이 없다고 했다. 우리시대 군대와는 다르게 ‘갈굼’의 악습이 아무리 없어졌다고 해도 조금은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없다고 하니 신기하기까지 했다.

아들 부대의 갈굼 악습은 약 1년 전 완전히 근절되었다. 지금 병장인 선임들이 그런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지금 선임들은 신입 때 갈굼을 당했지만, 그런 전통을 후임들에게 똑같이 대물림 하지 않기로 선언을 하고 실행했다고 한다. 그래 그런지 아들은 늘 선임 자랑에 침이 마른다. 가혹행위를 근절한 것도 자랑인데, 바로 지금 아들과 함께 있는 선배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해서 이루어졌다니... 수십 번 자랑해도 될 만하지 않을까?

아들이 배속된 소대는 악·폐습이 근절된 것뿐만 아니라 선임들과 분위기가 좋은 곳으로도 소문이 났다. 신입이 들어오면 선임이 신입이 필요한 것을 사주는 전통이 있을 정도로 화기애애했다. 그래 그런지 선임들과 지낸 이야기를 들어보면 빵 터지게 재미있는 일화도 많다. 그 중 한 가지만 소개하자면...

아들은 일반보직에 배속되었지만 특수임무반으로 옮기고 싶어 했다. 특수임무반은 특공무술, 기동다발사격, 장애물극복, 레펠타기, 헬기 고공낙하 등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일반보직자 중 지원자를 대상으로 기초체력 테스트를 거쳐 선발한다. 이 고생길이 훤한 특수임무반을 아들이 지원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평소에 아들을 귀여워해주는 선임이 섭섭해서 이렇게 물었다.

“특임되면 우릴 배신하고 갈 거냐?”

아들은 잠시 뭐라고 답하나? 판단이 서질 않았다. ‘안 갈 거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갈 거다’고 하면 섭섭할 것 같고.. 아들은 이렇게 엉뚱한 대답을 했다.

“저는 00병장님을 좋아합니다.”

이 대답에 함께 빵~~ 웃어주지 않을 선임이 있을까? 이런 재치로 살짝 긴장되고 어색한 분위기를 모면한 이야기를 들은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먹통이고 당신은 곧이곧대로 인데... 욱이는 우리랑 다르네. 우리보다 순간대처능력이 훨씬 낫네.”

이런저런 재밌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부대로 복귀한 아들은 그토록 원하던 특수임무반에 선발되었다. 새벽 6시 기상해서 언덕 달리기를 시작으로 하루에 5~7시간 훈련을 받는 몸은 고되지만, 대신 마음은 편하다고 하니 아들에 대한 걱정이 이젠 10%도 남아있지 않는다. 따뜻한 선임들과 분위기 좋은 부대에서 눈치껏 척척 잘 헤쳐 나갈 것이다.

군 입대 전 아들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엄마, 나는 후임들 괴롭히지 않는 착한 군인이 될 거야.”

특별한 사건이 없는 한, 아들은 이 소망을 이룰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폭력을 근절한 선임들 덕이라 생각한다. 그 선임들, 어떤 사람들인지 한 번도 본 적은 없지만 너무도 고마운 마음에 꾸벅꾸벅꾸벅 절이라도 하고 싶다.

지난 면회 때 본 아들이다. 체육학과에 다니다 온 단짝 동기도 특수임무반이다. 사진 상에서는 아들이 더 의젓해 보인다. 겉모습은 이렇게 어른 같은데 아직도 너무 솔직해서... 부대 자기소개서 단점 쓰는 칸에 이렇게 썼다고 한다. “어리버리합니다. 누가 무슨 말을 하면 단번에 말기를 못 알아들을 때가 있습니다.” 예전에 알바 이력서 단점 쓰는 칸에 "남들이 저보고 얼떨떨하다고 합니다."라고 써서 내가 배꼽을 잡고 웃었는데 군대 가서도 여전하다. 상사가 쿡~ 웃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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