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평화통일기원 56 강명구 선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16,000km] ‘캐러반 사라이’에서 만나는 김구 선생의 꿈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 150~154일 강명구 시민통신원l승인2018.02.02l수정2018.02.03 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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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1월 31일 묵은 캐러번 사라이 호텔

어제 찾아낸 호텔 이름은 ‘캐러번 사라이’다. 그 옛날 캐러번들이 묵었던 캐러번 사라이와 연관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 캐러번들이 지나다니던 그 길에서 만난 그 이름만으로 감격스러웠다. 사라이는 터키어로 궁전이니 그야말로 대상들의 궁전인 셈이다. 캐러번 사라이에서는 캐러번들을 왕처럼 대접하며 철저히 보호해주었다. 도적들로부터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담도 높이 쌓았고, 좋은 음식과 휴식을 취하도록 스파도 있었다.

실크로드는 그냥 길이 아니다. 실크로 대변되는 문화가 동서를 오가며 인류역사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동맥과 같은 길이다. 그 길이 지금은 사상과 이념, 국가이익이라는 장벽에 막혀 동맥경화에 걸려있는 것이다.

▲ 간자 입구에서

간자는 아제르바이잔 제 2의 도시다. 일정상 수도 ‘바쿠’를 통과하지 않으니 간자는 아제르바이잔에서 내가 만나는 가장 큰 도시다. 사실 간자는 이미 지나간 곳이다. 간자를 지나 한참 가다가 엊그제는 호텔을 못 찾아 노인 요양원 같은 데서 잤다. 어제는 지도로 볼 때 예블락에 호텔이 여러 개 표시되어있었으나 비수기라 그런지 모두 영업을 하지 않아 한참 헤매고 다니다 할 수없이 다시 간자로 향했다.

▲ 간자 시에서

우리 춘향전이나 서양의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아랍과 무슬림 세계에 전해오는 ‘라이라와 마즈눈’의 비극적 사랑이야기는 유명하다, 예부터 전해오는 이야기에 문학적 영혼을 불어넣은 사람은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이 그렇게 존경하며 신과 동급으로 여기는 시성 ‘나자미’이다. 그는 12세기 페르시아 통치시대에 살아 이란 시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제르바이잔 간자에서 태어나 간자를 벗어난 적이 없는 순수 간자 사람이다.

여기에 나오는 주인공 남녀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남 부러울 것 없이 자라 사랑을 키웠다. 시적 재능을 타고난 주인공 까이스가 연인 라일라에게 연시를 썼다. 그것이 라일라 집안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청혼은 거절당하고 라일라는 부모에 의해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만다. 까이스는 상사병에 걸려 미쳐버린다. 사람들에게 마즈눈(광인)으로 불리며 라일라의 환영을 쫓아 사막을 헤매고 찾아다닌다. 라일라는 연인에 대한 흠모의 정과 남편에 대한 충절 사이에서 홀로 괴로워하다 몸이 쇠약해져 죽고 만다. 마즈눈도 못 이룬 사랑의 마음을 시로 읊으면서 라일라를 따라 죽는다.

대문호는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시민들의 문학적 삶속에, 그 토양에 뿌리를 박고 자라기 때문이다. 외세 침탈을 받아가면서도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아 당당히 나라를 다시 세운 저력은 바로 문화에 있다. 역사 대부분을 나라 없이 살아왔지만 그들이 어려운 시간을 살아낸 힘은 나라를 잃었을망정 기필코 지켜낸 문화에서 나오는 것이다. 나라가 없었어도 꿋꿋이 지켜온 고유하고 유구한 문화가 없었다면 어디에서 그들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을까?

아제르바이잔은 일찍부터 이집트문명이나 메소포타미아문명 같은 고대 문명뿐 아니라 그리스 로마 문명, 페르시아 문명, 그리고 몽골과 터키, 최근에는 러시아 지배를 받으며 그 영향을 받은 문명 교차 지역이다. 종교도 배화교, 초기기독교, 이슬람교 등 수많은 종교가 이곳을 지나갔다. 그럼에도 이 작은 나라가 자기 언어와 문화 정체성을 꿋꿋이 지켜가며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영국 사람들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던 섹스피어보다 자랑스러운 ‘나자미’ 같은 시성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 사성 나사미를 기리는 상

아르메니아인들은 자신들만의 고유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문자와 발음 구조에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원시적 특성이 있다. 이들은 자기 문화에 대한 옹골찬 자부심을 갖고, 자기 것을 지키려는 부단한 노력을 끝없이 해왔다. 달리면서 만나는 코카서스 아제르바이잔인들에게서 느껴지는 꿋꿋함과 당당함의 원천은 문화다. 그러나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문화에도 씁쓸한 아쉬움이 있으니 그저 눈 맞춤만으로도 만족하는 나그네인데 거리에 여자 구경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거리에는 우중충한 색의 우울한 남자들뿐이었다.

▲ 2018년 1월 28일에서 29일 만난 사람들
▲ 2018년 1월 30일 화요일 아제르바이잔 Borsunlu와 고란사이에서 Malbinasy까지
▲ 1월 31일 차 문이 안 닫겨 Mehdil까지 30km를 뛰고 차를 고치러 갔다. 평화마라토너를 돕기 위해 동네 청년들이 다 모였다(선한길 교수님 글에서).

세계는 지금 정보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촘촘한 인터넷 망으로 문화개방과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가 서로 소통하고 교류하는 것은 세계 평화를 이루어내고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과정이다. 문화교류는 서로의 다름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존중하며 다문화의 공존을 전제로 해야 한다.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미국식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가치관, 미국식 문화를 일방적으로 주입하는 방식은 재고하여야 한다. 문화교류와 수호 사이에 어려운 방정식은 우리가 함께 평화 교류를 하면서 풀어야 할 숙제들이다.

문화적 주체성을 가지고 다양한 문화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오늘날 몇몇 나라들, 특히 이슬람 국가들은 외래문화를 극단적으로 배척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전통을 이어가려고 한다. 압도적으로 밀어닥치는 미국문화에 대한 반감에서 연유한 거친 방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점심 먹으러 들어간 식당 TV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배경화면이 한국 드라마인 것이 나그네 기분을 좋게 만든다. 거기다 구멍가게에서 간식거리를 사려다 손에 잡힌 것이 초코파이였다. 이 비단길이 이제는 유라시아 횡단열차를 타고 드라마 길이 되고, 풍물놀이 길이 되고, 김치깍두기 길이 되고, 초코파이 길이 되고, 진라면 길이 되고, 우리화장품 길이 되기를 나그네는 꿈꾼다.

나는 백범 김구 선생을 생각할 때마다 감탄하는 것이 그의 문화에 대한 혜안이다. 20세기 산업사회의 낙오자로 제국주의 먹잇감으로 국권을 상실했을 때 그가 풍찬노숙을 하면서 꿈꾼 것이 다시는 식민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을 강력한 군사력이 아니라 ‘문화가 융성한 나라’였다. 그는 분명 문화가 꽃피우는 평화의 세기가 올 것을 예견한 것이다. 그는 ‘나의 소원’에서 고백한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우리의 부(富)는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힘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文化)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 2018년 1월 28일 일요일 아제르바이잔 Sabirkend에서 간자입구까지 만난 이정표
▲ 2018년 1월 28일 아제르바이잔 Sabirkend에서 간자입구까지 달리면서
▲ 2018년 1월 29일 Sabirkend에서 간자입구에서 1월 30일 Malbinasy까지 달리면서 만나 이정표
▲ 2018년 1월 30일 화요일 아제르바이잔 Borsunlu와 고란사이에서 Malbinasy까지 달리면서
▲ 2017년 9월 1일 네델란드 헤이그에서 2018년 2월 1일 아제르바이잔 Mehdili까지 (누적 최소거리 약 약 5454.95km)

* 평화마라톤에 대해 더 자세한 소식을 알고 싶으면 공식카페 (http://cafe.daum.net/eurasiamarathon)와 공식 페이스북 (http://facebook.com/eurasiamarathon), 강명구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ara.runner)에서 확인 가능하다. 다음카카오의 스토리펀딩(https://storyfunding.kakao.com/project/18063)과 유라시안마라톤조직위 공식후원계좌(신한은행 110-480-277370/이창복 상임대표)로도 후원할 수 있다. 

[편집자 주] 강명구 시민통신원은 2017년 9월 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1년 2개월간 16개국 16,000km를 달리는 유라시아대륙횡단평화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는 2년 전 2015년, '남북평화통일' 배너를 달고 아시아인 최초로 미대륙 5,200km를 단독 횡단한 바 있다. 이후 남한일주마라톤, 네팔지진피해자돕기 마라톤, 강정에서 광화문까지 평화마라톤을 완주했다. <한겨레:온>은 강명구 통신원이 유라시아대륙횡단평화마라톤을 달리면서 보내주는 글과 이와 관련된 글을 그가 마라톤을 완주하는 날까지 '[특집]강명구의 유라시안 평화마라톤'코너에 실을 계획이다.

사진 : 강명구, 선한길 

편집 : 김미경 편집위원

#강명구선수유라시아평화마라톤 154일째(2018년 2월 1일)

강명구 시민통신원  myongkukang@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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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평화통일기원 11 강명구 선수 유라시아 평화마라톤 16,000km] 가을빛에 물든 독일 고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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